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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을 넘어선 담담한 정신력, 강세황'

[선승혜의 행복한 미학]한국미의 재발견'(2)

선승혜의 행복한 미학 머니투데이 선승혜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HK교수 |입력 : 2013.08.09 09:11|조회 : 11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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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황, <초옥에서 즐기는 여유>, 조선, 1748. 개인소장. /사진= 선승혜
강세황, <초옥에서 즐기는 여유>, 조선, 1748. 개인소장. /사진= 선승혜

입추(立秋) 가 먼저이고, "말복(末伏)"이 다음이다. 가을에 들어서니, 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린다. 이처럼 수확으로 가는 길은 치열한 것일까? 가을이 시작되려니, 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린다. 봄을 샘내는 겨울 끝의 꽃샘 추위 같다. 늦여름 더위도, 늦겨울 추위도, 모두 힘든 시기란 새로운 계절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알린다라는 자연의 이치에 겸허해 진다.

이 무더운 여름처럼 삶이 고단하고 지쳐있다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강세황 특별전’을 다녀오시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제 이 특별전은 8월 25일로 끝난다. 우리가 강세황(姜世晃, 1713~1791)의 작품을 이렇게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이제 2주일 정도 남았다. 일기일회(一期一會), 한번의 기회에 한번의 만남이라는 말처럼, 우리 삶에서 강세황의 삶과 예술을 한자리에서 느낄 수 있다는 기회가 또 언제 오겠는가? 한 점 한 점 작품에 눈길을 주고, 작품에서 그의 인생관을 배우고 싶다.

강세황의 작품은 담담하다. 그는 형 강세윤이 과거시험의 부정사건에 연루되면서 61세까지 관직으로 나아가는 길이 막혔다. 그 재주는 탁월했지만, 가난으로 삶의 대부분을 보내야 했다. 그는 아들의 관직 생활을 위해, 51세 때 그림 잘 그린다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될까 절필(絶筆)을 했던 시기까지도 견디어 낸다. 강세황은 삶의 굴곡을 견디어 가는 담담한 정신력으로 꾸준히 서화를 그려갔다. 그의 작품이 감동적인 것은 바로 이 '담담'한 정신력의 아우라 때문이다.

어떻게 60세까지 세속의 출세를 향한 관직에 나아가지 않더라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예술로 자신을 표현해 냈을까? 그 원동력은 가족, 친구, 선후배 화가들과 교유이다. 아버지의 강현의 극진한 사랑, 그림을 자주 그려달라고 한 처남 유경종(柳慶種), 당대 화가들 심사정(沈師正), 강희언(姜熙彦) 등과 만남, 그리고 제자로서 그림을 배운 김홍도(金弘道), 신위(申緯) 등이 있다. 삶은 함께 하여, 외롭지 않고, 천천히 조금씩 이루어 간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삶의 굴곡, 그 어려움은 과정일 뿐 결과가 아니다. 마침내 강세황은 61세에 관직에도 나가고, 72세 때 북경 사행(北京使行), 76세 때 금강산 유람을 하고 기행문과 실경 그림을 그렸다. 인생은 60부터 라는 말은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잘 견디어낸 60년으로 후년이 빛날 수 있다는 삶의 지혜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번 ‘강세황전’은 두 점의 초상화로 시작한다. 70대가 된 모습을 그린 자화상과 정조가 글을 써준 관복초상화는 60여 년 이상 재야에서 잘 견디어온 그의 삶이 마지막에 잔잔히 빛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강세황은 자화상에 직접 ‘세상사람들이 어찌 알겠는가, 나 스스로 즐긴다(人那得知, 我自爲樂)’이라고 썼다. 삶이란 누가 알아주든 그렇지 않던 스스로 즐거워 하는 '담담'한 정신력이다. 그러한 정신력에서 나온 작품을 정조가 알아보고 ‘인재는 얻기가 어렵다는 생각(才難之思)’으로 뒤늦게 나마 그를 발탁하여 70대에 북경사행에 참가시킨다. 문화 리더의 힘이란 인재를 알아보는 능력이라는 것에 또한 감탄한다.

강세황 작품 중에서 무엇을 감상할까? 그것은 우리 각자의 마음에 따라 다르다. 개인적으로주자의 성리학의 이념을 그림으로 그린 '무이구곡도'를 보려는 마음에 이 전시를 찾았는데, 의외로 유독히 내 마음을 끌었던 것은 30대 재야에 묻혀 있을 때 그린 소품과 70대에 그린 금강산을 그린 그림이다. 40년의 세월이 한결같이 꾸준했던 정신력에 감탄했다.

이번에 나의 마음을 사로 잡았던 두 가지 작품을 소개하고 싶다. '초옥에서 즐기는 여유(草堂閑居圖)'(1748) (도1)는 36살 관직에 나갈 수 없었던 그가 마음을 달래는 것이 느껴진다. 이 그림은 명대의 이동양의 시를 소재로 한 풍경이라고 한다.

은은하게 아득히 바위를 굽이굽이 돌아가는 샘물. 隱隱幽岩曲曲泉
돌 숲 사이의 초가집엔 두세 개의 서까래만 있다. 石林節屋兩三橡
평생 강산의 흥겨움도 다 누리지 못하고. 平生不盡江山興
오직 그림만 그리니 가련하구나. 只是丹靑已可憐
(한국어 번역: 선승혜)

이 그림이 유독히 좋았던 것은 요즘 힘들게 글을 쓰는 데만 몰두해야 하는 나의 모습이 36세의 강세황, 시를 쓴 이동양, 그림 속 인물, 그리고 그림을 보는 내 마음이 묘하게 감정이입으로 하나가 되었다. 나도 모르게 참 좋다라는 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단청만 그려야 하는 가련함이 섬세하게 채색으로 담담하게 표현한 36세 강세황의 마음에 존경심을 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하나는 내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은 '금강산 여행길의 청간정(淸澗亭)'(1788)이다. '초옥에서 즐기는 여유'를 그리고 나서, 40년의 세월이 흐른 뒤 76세 강세황은 금강산에 가며 그린 그림이다. 구도가 서양화 스케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동양미술사에서 18세기 원근법을 응용한 실경도라는 미술사적 가치보다, 76세에 금강산을 여행하면서, 손 떨림 하나 없이 그림을 그려낸 노익장의 힘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구절절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보다 다시 한번 강세황의 그림을 보고 싶다. 수요일과 토요일 국립중앙박물관 야간개강 (9시까지)에 전시가 끝나기 전에 몇 번 더 가보려고 한다. 그리고 강세황의 담담한 정신력을 내 마음에 담아오고 싶다. 강세황은 1970년에 故 최순우, 故이동주 선생님이 평가하셨듯이 ‘예원의 총수’일 뿐만 아니라, 바로 내 인생의 스승이다.
강세황, <금강산 여행길의 청간정(淸澗亭)>, 조선 1788, 국립중앙박물관 덕수 3922.
강세황, <금강산 여행길의 청간정(淸澗亭)>, 조선 1788, 국립중앙박물관 덕수 3922.



'굴곡을 넘어선 담담한 정신력, 강세황'
선승혜는..


현재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HK교수(미학·미술사학)이며, 클리블랜드미술관 한국일본미술 큐레이터,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를 역임했다. 하버드대학 엔칭연구소 펠로우,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외국인 연구원을 거쳤다. 서울대학교 미학과 학사, 석사, 그리고 일본 도쿄대학 미술사학 박사이다. 대표적인 저서로 The Lure of Painted Poetry: Korean and Japanese Art (2011), 일본미술의 복고풍(2008), 일본근대서양화(2008) 등이 있다.

그는 코너를 열며 유독 '행복'이라는 단어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통해 소소한 기쁨과 즐거움을 발견하는 삶을 살 게 되길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뜻밖의 기쁨은 우리의 매일 속에 있습니다. 아름다움과 예술을 보듬어 4가지로 나누어 글을 연재합니다. (1) '똘똘'--미술 책 속의 지혜 (2) '풋풋'--아티스트 인터뷰 (3) '반짝'--미학과 감성마케팅 (4) '방긋'--한국미의 재발견. 느끼는 만큼 삶이 풍요로워지도록, 함께 예술과 문화로 마음 흔들기 'heart storming' 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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