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대신 별명부르는 이 회사, 승승장구하네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사진=이동훈기자

"우리가 SW(소프트웨어)회사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프로그램스'라고 회사 이름을 만들었어요. 왜 앞 글자가 'F'냐고요? 구글에다 검색해보니 'P'로 하면 영어사전 때문에 도저히 회사가 검색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개인 맞춤형 영화추천 서비스 '왓챠'를 개발한 '프로그램스(Frograms)'의 사명이 탄생한 비화다. 회사 이름을 웹에 올리기 쉬울 것 같다는 단순한 이유로 만들었다지만 회사의 자유로운(Free) 문화와도 잘 어울린다.


프로그램스의 홈페이지에서 가장 시선이 가는 메뉴는 '깨알'같은 직원들의 소개항목이다. 박태훈 대표(사진·27)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의 사진과 함께 엉뚱하고도 재기발랄한 자기소개가 담겨있다. 채용란에는 회사 지도와 함께 "만나서 맥주 한 잔 합시다"는 말을 남겨놨다.

이처럼 프로그램스는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 재미를 중시하는 젊은 조직이다. 대학 진학 전부터 창업을 꿈꿨던 박 대표는 군대를 다녀오자마자 회사를 만들기 위해 본격적으로 주변 사람들을 수소문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동아리, 인턴 동기 등 박 대표가 몸담았던 많은 조직에서 선후배, 친구들이 선뜻 나섰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은 대부분 또래들. 회사에서도 호칭 없이 별명을 부르거나 형동생 하는 사이가 됐다.

박 대표는 "출퇴근시간이나 근태처럼 기존에 정해진 것을 생각없이 따르고 싶지 않았다"며 "협업툴 등을 통해 최대한 자유로운 의견공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여름휴가도 따로 정해진 것은 없다. 협업하는 동료들과 일정조율을 하고, 할당된 업무만 제 시간에 완료할 수 있다면 언제든 쉬고 싶을 때 쉬면 되는 시스템이다.


이 같은 자유분방함 속에서도 프로그램스가 철칙으로 생각하는 것은 제품의 '품질'이다. 사용자의 추천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하고, 개개인에게 각각 다른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왓챠는 자체 개발한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의 영화 취향을 분석한 뒤 취향에 맞는 영화를 추천해준다. 서비스 시작 6개월 만에 영화추천 부문에서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를 앞지르고, 구글 검색과 제휴해 영화 별점평가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도 꾸준히 쌓이고 있는 사용자들의 별점은 벌써 2760만개를 넘어섰다.

"창업 당시부터 추천 서비스에 관심이 많았다"는 박 대표는 "정보 과잉의 시대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은 개인화 및 추천으로 풀 수 있다고 생각해 앞으로도 이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개인추천 서비스는 도서, 음원, 웹툰 등 문화 콘텐츠 전반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어 앞으로의 확장 범위도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기대다.

이들의 다음 도전은 한·미·일 드라마 추천서비스다. 꼭 필요하다는 요청이 빗발쳐 올해 하반기 안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왓챠 영화추천의 경우에는 다양한 방면으로 제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한창 논의가 진행 중이다. K팝이나 드라마 등은 한류 붐을 타고 동남아나 일본, 향후 미국까지도 진출이 가능할 것이란 구상도 하고 있다.

'개인의 취향을 모은다'는 프로그램스가 사용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이제는 고민을덜어내고 즐거운 일에만 집중하세요. 우리가 대신 고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