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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위송빠레! 그가 반갑다

[김재동의 틱, 택, 톡]

김재동의 틱, 택, 톡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입력 : 2013.08.24 20:17|조회 : 6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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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SV 에인트호벤 공식 페이스북
/사진=PSV 에인트호벤 공식 페이스북
처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우리 나이 갓 스무 살 청년의 앳된 얼굴엔 여드름이 무성했다. 덩치도 크지 않았다. 지난 2000년 무명의 박지성이 국가대표로 발탁됐을 때 내심 못미더워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그리고 지난 21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필립스 스타디움. PSV 에인트호벤과 AC밀란의 2013~14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은 1-1 무승부로 끝났다. 후반 23분. 코쿠 감독의 첫 번째 교체 사인이 나왔고 68분 간 활약한 박지성이 그라운드를 빠져나올 때 필립스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기립한 채 ‘위송빠레!’를 연호했다. 위송빠레! 13년 전 그 여드름 청년 박지성의 이름이 네덜란드 복판에서 울려 퍼진 것이다.

이날 박지성은 8년 만에 다시 에인트호벤 유니폼을 입고 선발 출장해 후반 23분까지 68분 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복귀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그는 그날 경기 최우수선수, MOM(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8년 만에 필립스구장에 울려 퍼지는 ‘위송빠레’를 뒤늦게 동영상으로 찾아보니 감회가 새롭다. 10년 전, 그러니까 2003년 J리그 교토 퍼플상가를 떠나온 박지성에게 필립스구장은 적지나 다름없었다. 팀 합류 직후 오른 무릎 부상을 당했고, 뛰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당시 필립스구장 팬들에게 위송빠레는 비난과 야유의 대상이었다. 심지어 박지성의 드리블 중에 맥주 캔이 날아들기도 했다. 다리 부상은 수술로까지 이어졌고 박지성을 바라보는 네덜란드팬들의 시선은 얼음장 같았다. 국내에선 우리 귀한 박지성을 데려다 조롱거리로 만든 히딩크 감독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말 설고 물 설고 음식 설고 사람 선 땅에서, 거기에 더해 온 사방 빼곡한 경멸과 적의 속에서 보내야했던 네덜란드에서의 1년이 박지성에게 어떤 시간이었을 지 생각해보면 무관한 남인데도 참 갑갑하다. 박지성은 그 고비를 훌륭하게 딛고 일어섰다. 물론 히딩크 감독의 배려가 큰 힘이 된 게 사실이었다. 컨디션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홈경기 대신 어웨이경기에 출장기회를 마련해줌으로써 위축된 자신감을 북돋아주었고 마침내 박지성의 진가를 알아본 홈팬들도 성원과 감탄을 담아 ‘위송빠레’를 외치기 시작했다.

박지성이 자신의 축구인생을 돌이켜볼 때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꼽았던 2000년 국가대표 선발 당시도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당시에 대해 허정무 감독은 한 방송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1년만 기다려보고 1년 후에 평가해달라고 부탁했고 정작 1년 후엔 박지성에 대한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박지성은 월드컵에 3번 출전했고 3회연속 득점했으며 월드컵 4강과 월드컵 원정 16강의 영예를 안고 지난 2011년 1월31일 국가대표를 은퇴했다. 은퇴하면서 그가 던진 “제가 2014년까지도 뛰어야 될까요?”라는 반문에는 그것이 결코 한국축구발전에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며 지금이 바로 물러날 때라는 현명함이 묻어난다.

30대 초반, 아직 상투도 못 튼 박지성을 보면 참 놀랍다. 충분히 뽐내고 싶을 텐데, 앞서고 싶을 텐데, 주인공이고 싶을 텐데 당최 그런 기색을 찾아볼 길이 없다. 그런 그에 대해 박지성 평생의 스승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묵묵히, 아무런 불평 없이 뛰고 또 뛰는 것이 박지성다운 것”이라 밝혔다. 그런 박지성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스승인 퍼거슨 감독은 “항상 에너지 넘치며 그의 가치를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평했다.

그런 미덕. 시련이 닥쳐도, 환호가 쏟아져도 묵묵히 뛰고 또 뛸 뿐인 박지성이라서 그는 사랑을 받는다. 세태가 부박해서 더욱 그렇다. 시련에 쉽게 꺾이는 이들이 많아서 그렇고 난체하는 사람들이 흔해서 그렇고 뒤로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이 지천이라서 그렇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지만 박지성이 논을 산다면 다들 축하해줄 것 같다. 박지성의 조용하고도 뜨거운 투혼은 십 수 년을 더 산 주제지만 닮고 싶고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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