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339.17 827.84 1115.30
보합 15.72 보합 6.71 ▼5.1
메디슈머시대 (7/6~미정)
블록체인 가상화폐

여자의 적은 여자? 육아휴직 15개월 냈더니…

[직딩블루스]워킹맘 상사 "나도 아이 둘 낳고 맘 편히 쉬어본 적 없다"

직딩블루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입력 : 2013.08.25 08:39|조회 : 64147
폰트크기
기사공유
#수도권 인근 한 제약업계 종사자로 근무하는 박은경씨(30·가명)는 출산을 약 3개월 앞두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뱃속 아기와 만나자마자 한 달 여 만에 '이별'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와의 생이별을 고민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회사 상사이자 선배인 A과장. 출산·육아 휴가 절차를 알아본 후 이 둘을 붙여서 15개월 휴가계를 낼 예정이었으나 A과장은 단호히 '안된다'고 말했다.

여자의 적은 여자? 육아휴직 15개월 냈더니…
시댁과 친정 사정이 여의치 않아 당장 갓난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를 해 보았지만 선배의 반응은 싸늘했다.

"15개월은 무리다. 지금 일손이 부족해서 주말 당직도 겨우 하고 있는데 그 긴 시간 자리를 비우면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냐"며 마치 선심쓰듯 "출산 휴가 3개월만 쓰고 나오라"는 말만 돌아왔다.

사실 A과장은 같은 여자여서, 게다가 이미 두 아이의 엄마였기 때문에 이런 문제로 갈등을 빚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나도 아이 둘 낳고 맘 편히 쉬어 본 적 없다"며 달래는 선배의 말에 조용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박씨는 없는 휴가를 만들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법으로 정해진 휴가를 쓰겠다는데 왜 안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그랬기 때문에 너도 그렇게 하라'는 논리도 부당하다고 여겨졌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했던가. 같은 처지끼리 어쩜 이렇게 어려운 사정을 몰라주나 싶어 밤에 자리에 누우면 괜한 서러움이 밀려와 눈물이 났다. 박씨는 요즘 산달이 가까워지면서 육아를 위해서는 일을 그만두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신 여성 근로자는 출산을 전후해 90일간 산전·후 휴가(출산휴가)를 받을 수 있다. 단 출산 후 휴가는 최소 45일 이상 확보돼야 하고 90일을 연속해 사용해야 한다.

또한 자녀가 출생한 날부터 만 6세이하의 기간동안 '자유로이' 시기와 기간을 정해 1년 이내의 육아휴직을 부여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경기 불황이라는 요즘 '자리보전'을 위해서는 육아휴직을 말처럼 그리 '자유롭게' 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몇 몇 대기업에서는 우수한 여성 인력이 육아 부담 때문에 퇴사하는 손실을 막기 위해 출산휴가 후 자동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육아휴직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부 기업에만 국한된 문화다.

지난 6월 도남희 육아정책연구소의 연구원의 '기업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지원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의 79.4%에 달하지만 근로자 가운데 이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 비율은 24.3%에 그쳤다. 법은 있으나 유명무실한 법인 셈이다.

최악의 증시 상황 탓에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고 있는 한 증권사 직원은 "언제 책상이 없어지거나 엉뚱한 곳으로 옮겨질지 모른다"며 "1년 육아휴직은 꿈도 못꾼다"고 하소연했다.

새 정부에서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 을 만들 것'이라고 연일 강조하지만 아직까지는 먼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언젠가는 유행가 노랫말처럼 '우리나라 대통령도 이제 여자분이신데 뭐가 그렇게 심각한지, 왜 안되는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