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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강 미국에서 돈없어 병원 못가는 숫자는?

[영화는 멘토다]39. '엘리시움'..의료민영화의 암울한 디스토피아

영화는멘토다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입력 : 2013.08.30 09:07|조회 : 6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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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책 '불평등의 대가'(이순희 역. 열린책들)에서 현재와 같은 심각한 불평등을 이념의 잣대가 아닌 효율의 기준으로 바라봤다.

그는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보다 많은 이득을 보려는 기득권층의 경제·정치 행위로 인해 빚어진 불평등이 시장 경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역동성과 효율성 및 생산성을 모두 마비시킨다고 비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에 만연한 불평등이 효율과 무관한 분배구조를 고착화해 파멸적인 악순환 고리를 형성, 결국 사회 전체를 침몰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사회를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 불평등은 어쩔 수 없이 용인해야 할 필고악이 아니라 갖은 노력을 통해서 시정해야 할 장애물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 백만 명의 미국인이 자신이 살던 집에서 쫓겨났고 실업자로 전락했다. 특히 미국에선 아파도 병원에 가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이 엄청나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2008년작 '식코'에서 3억 명의 미국 인구 중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무려 5000만 명에 달한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대표적 민간연구기관인 커먼웰스재단에 따르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의 숫자는 5년이 지난 올해 무려 8000만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근로가 가능한 전체 성인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보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세계최강 미국에서 돈없어 병원 못가는 숫자는?
# SF영화는 암울한 현실상을 미래 세계에 투영해 표현하는 방식으로 자주 이용된다.

SF영화에서 나타나는 미래의 디스토피아는 현재 세계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자 엄중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엘리시움'(감독 닐 블롬캠프, 29일 개봉)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함께 나란히 보여주며 '1%만을 위한 사회'인 미국의 현실을 마음껏 비판한다.

영화에서 엘리시움은 상위 1%만이 거주할 수 있는 깨끗하고 완벽한 환경을 가진 우주도시다. 반면 가난한 99%의 사람들은 황폐해진 지구에서 고통 받으며 강력한 통제 하에 힘겨운 노동으로 살아간다.

여기까진 특별날 것이 없는 SF영화의 전형적 설정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주목한 것은 미국의 의료현실이다. 엘리시움에선 어떤 병이든 의료기계에서 마음껏 치료받을 수 있다. 고통이라곤 없는 낙원이다.

이와 달리 지구에선 많은 이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고통 받고 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엘리시움에 들어오고자 하는 지구 사람들을 엘리시움의 국방장관 델라코트(조디 포스터)는 냉혹하게 죽이고 추방한다.

여기엔 빈부격차 및 의료민영화·산업화의 여파로 돈 때문에 치료 받지 못하는 미국인들의 실상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그런데 이 영화에 나오는 섬뜩한 미래의 디스토피아가 과연 미국만의 이야기일까.

# 우리나라에서도 영리병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란이 몇 해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미래 산업인 의료산업을 육성하고 침체된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는 명분에서다.

그러나 영리병원이 의료민영화로 이어지며 세계에서도 가장 우수한 수준이라는 우리나라의 공적 의료 체계를 뒤흔들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물론 내수 활성화도 중요하고 의료 산업 발전도 절실하다. 하지만 공적인 의료 보장이 이뤄지는 복지국가의 가치를 향한 이상이 이윤추구의 욕망 아래 짓밟히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하겠다.

안 그래도 빈부격차가 심각한 수준인 우리나라다. 독일사회를 사회주의로부터 지켜내고자 이미 19세기말부터 세계 최초로 의료보험을 도입한 정치가가 다름 아닌 정통 보수주의자인 비스마르크였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선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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