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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기업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반반 섞으면 어떨까?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61> 구글 출신 정기현 SK플래닛 CPO의 실리콘밸리 공략기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입력 : 2013.09.02 06:00|조회 : 17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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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현 SK플래닛 CPO. /샌프란시스코=유병률기자
정기현 SK플래닛 CPO. /샌프란시스코=유병률기자

“매일 아침 회사로 가는 길이 너무 즐거웠다. 보스에게 혼도 많이 났지만, 나보다 더 스마트한 동료들과 무언가 문제를 풀고 만들어내는 것이 재미있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즐겁게 회사에 갔다.”

토종 한국인 출신으로 최초의 구글러였던 정기현씨의 구글에 대한 회상이다. 그는 구글에 입사해 그 유명한 마리사 메이어(현재 야후 CEO), 성격이 그렇게 부드럽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던 그녀를 보스로 모시고 혼도 많이 났지만, 매일 아침 회사로 가는 길이 그렇게나 즐거웠다고 한다.

구글의 문화를 좋아했던 그가 구글을 박차고 나와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한국의 대기업으로 왔다. 벌써 1년이나 됐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아침 출근길이 즐겁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가 새로 둥지를 튼 한국의 대기업이, 대기업의 틀을 깨고 과감히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방식으로 미국 진출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SK플래닛 CPO(chief product officer·최고상품책임자)의 명함을 내미는 그를 지난달 23일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T스토어, 11번가 등 SK플래닛의 모든 상품을 총괄하면서 동시에 SK플래닛의 미국 진출을 책임지고 있다. 일주일 단위로 서울과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면서 일한다.

SK플래닛 미국법인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트의 홈구장인 AT&amp;T파크에서 멀지않은 이 건물 4층을 쓰고 있다.
SK플래닛 미국법인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트의 홈구장인 AT&T파크에서 멀지않은 이 건물 4층을 쓰고 있다.

사무실은 이곳 기업들처럼 천정은 그대로 노출시켰고, 파티션은 각 서비스 별로만 있을 뿐인 오픈 인테리어였다. 채팅, 게임, 교육, 머니타이즈(유료화) 등 각각의 서비스들이 하나의 스타트업이었다. SK플래닛의 미국법인은 여러 개 스타트업의 집합체였다.

그가 주도하는 SK플래닛의 실리콘밸리 진출기가 신선했다. 주재원들이 나가 핵심자리를 차지하고 현지인들을 뽑아 지휘하는 일반적인 대기업의 해외법인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31명 가운데 주재원은 재무담당 1명뿐. HR(인재관리)은 태스크래빗, 리쿠르터는 에버노트, 교육 분야는 세계적 교육기업 피어슨, 게임은 소셜게임으로 유명한 DeNA-엔지모코, 머니타이즈는 구글에서 데려왔다. 그가 인터뷰한 사람만 300여명이다.

대기업이 맞나 싶을 정도로 스타트업적이었고, 동시에 실리콘밸리기업이 맞나 싶을 만큼 한국적이었다. 어찌 보면 그는 구글과 SK를 합친 것 같은 조직문화를 추구하고 있는 듯했다.

한국 대기업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반반 섞으면 어떨까?

그의 목표는 일단 각 서비스 분야에서 실리콘밸리에 태글을 한번 걸고, 콘텐트를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구글 애드센스(콘텐트에 광고를 붙여 게시자들이 돈을 버는 서비스) 개념을 콘텐트 커머스(상거래)에서 구현해보겠다는 것.

주재원 없는 미국 법인을 만든 것은 미국 진출의 목적이 물건 팔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덕트는 ‘리빙컬처(생활 문화)’이기 때문에 그 시장의 사람들이 좋아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에서의 성공여부와는 상관없어요. 다 새롭게 만들 겁니다.”

쉽게 말하면 한국대기업이 스타트업처럼 미국진출을 한다는 것이다. 한 방 크게 터트리려는 것이냐는 질문은 우문이 되었다. “어느 날 ‘빵’ 터트리는 것이 아니죠. 린(Lean)하게, 빨리빨리 바꾸면서 만들어가겠다는 것이죠. 만들고 테스트하고, 고치고, 또 테스트하고 그렇게 해서 태클을 걸어보겠다는 겁니다.”

곧 론칭할 예정인 모바일 채팅서비스 ‘프랭크리’만 해도 그가 말한 ‘린하게, 빨리빨리 바꾸면서 테스트하고 고쳐 나가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스탠포드대 비즈니스스쿨 학생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해나가면서 1, 2주 단위로 고쳐나가고 있다.

 SK플래닛이 곧 미국에 론칭할 모바일메신저 서비스 프랭크리. '틱톡'을 개발했던 김창하 전 매스스마트 대표가 CTO로 합류했고, CEO 등 대부분은 현지인들이다.
SK플래닛이 곧 미국에 론칭할 모바일메신저 서비스 프랭크리. '틱톡'을 개발했던 김창하 전 매스스마트 대표가 CTO로 합류했고, CEO 등 대부분은 현지인들이다.

그는 “구글의 문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문화를 카피할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도, 실리콘밸리도 장단점이 있어요. 이 동네는 좀 냉랭하잖아요. 일과 삶의 밸런스를 추구한다고 하는데, 회사가 커지면 열정이 사라지고, 개인에 치중하게 되고, 모럴해저드가 생기죠. ‘팀스피리트’가 떨어집니다. 한국은 왜 ‘으샤으샤’하는 동료간 우애랄까, 그런 게 있잖아요. 반면, 한국은 맺고 끊는 것에 약하죠. 회의도 두리뭉실 끝나고, 높은 사람 앞에서는 제대로 되묻지도 못하고, 나중에야 ‘저분이 무슨 말 했는지’ 한참을 생각해야 하고 말이죠. 그래서 정답은 이쪽과 저쪽, 그 중간쯤에 있는 것 같아요.”

그는 2주전에 뽑은 HR 담당자를 곧 한국으로 보내려 한다. 한국의 좋은 기업문화를 흡수하게 하고, 한국상황도 이해시켜 하이브리드 컬쳐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물을 좀 먹었다고 하면 대부분 한국의 기업문화에 대해 비판적이다. 고질적인 상하관계와 보수적인 조직문화에 치를 떠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오히려 한국의 기업문화를 배워서 이곳 문화와 적절히 믹스하겠다는 구글러 출신의 정기현 CPO. 그래서 답은 내 안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남의 떡이 다 커 보이고, 설령 그 떡이 더 큰 것이 사실이라도 덥석 남의 것을 다 취할 일은 아니다. 아침 출근길이 즐거운 하루하루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조직문화도 조금은 아낄 필요가 있겠다. 매우 스타트업적인 마인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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