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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위험한 민간기업 인사개입

박종면칼럼 더벨 박종면 대표 |입력 : 2013.09.09 06:37|조회 : 5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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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분이 1%도 없는 어떤 은행의 행장 인사와 관련된 뒷얘기가 요즘 금융권에서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당초 이 은행의 행장으로는 언론에 자주 거명됐던 한 후보가 선임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추천위원회가 열렸던 그날 ‘외부’에서 관련 당사자들에게도 통고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당초 행장으로 선임됐던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고, 그가 신임 행장으로 공식 발표됐다는 것이다.

세간의 관심은 어떻게 해서 몇 시간 사이에 인사가 뒤집혀졌느냐에 모아진다. 이런 저런 얘기들이 돌지만 확인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철저히 배제됐다는 사실이다.

인사와 관련된 내밀한 얘기들은 극소수 관련 당사자들이 입을 열지 않는 한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은행장 인사와 관련된 뒷얘기도 일부는 사실이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인사권자인 금융지주사 회장의 뜻과 무관하게 인사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런 파행적 인사로 인해 당사자조차도 은행장으로서 리더십 발휘가 어렵게 되는 등 후유증이 엄청나다는 사실이다. 금융당국의 위상이 크게 실추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혼선과 파행이 빗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가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는 민간 기업에 대해 권부의 사적채널이 가동되다 보니 그야말로 암투가 벌어지고, 혼선이 발생하는 등 소설과 같은 얘기들이 현실화된다는 점이다. 정말 위험하다.

지금 다시 재계 서열 6위의 포스코와 11위의 KT에서 그 위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법과 원칙을 중시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 전임 정권에서와는 달리 정준양 이석채 회장은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임기를 채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세무조사와 잇단 퇴진 압박 등으로 이들도 결국 중도하차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이 시점에서 지분 한 푼 없는 정부가 왜 포스코와 KT 인사에 개입하느냐고 항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권력 핵심의 의지가 분명한 것으로 보이는 데다 정준양 이석채 회장 모두 전임 정권에서 정치적 영향력으로 회장 자리에 오른 점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현 정부가 두 회장을 물러나게 하고, 새로 후임자를 뽑겠다면 당당하게 그 절차를 진행시키는 일이다. 국세청을 동원해 세무조사를 벌이거나 퇴진설을 흘리는 식의 언론 플레이는 곤란하다.

최소한 해당부처 장관을 통해 당사자들에게 정부의 뜻을 전달하고, 투명하게 후임자를 선임해야 한다. 우리금융그룹 산하의 작은 자회사 사장 인선까지 몇 달씩 검증을 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포스코와 KT 회장 인사는 밀실에서 한다면 그야말로 위험천만이다.

차제에 정부지분이 없더라도 은행 철강 통신 등 주요 기간산업이면서 확실한 오너십이 없는 경우에는 이들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을 통해 간접적으로 정부가 인사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는 건 어떨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면 시중은행이든 포스코든 KT든 정부가 CEO 인사에 개입해선 안된다. 더 이상 삼류 코미디극을 보고 싶지 않다.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 곱게 보면 꽃이 아닌 사람이 없더라 / 털려고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 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이 없다 / 누구의 눈에 들기는 힘들어도 / 눈 밖에 나기는 한 순간이더라”

최근 공직을 떠난 친구가 보내준 어떤 시의 일부다. 요즘 세태를 잘 보여주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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