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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길, 그리고 임창용의 매력

[김재동의 틱, 택, 톡]

김재동의 틱, 택, 톡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입력 : 2013.09.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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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길, 그리고 임창용의 매력


진부를 거쳐 정선으로 흘러드는 오대천은 정선 나전 땅에서 조양강과 합수된다. 그 오대천을 따라 이어진 길이 59번 국도다. 이 길은 왕년의 한비야 작가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 중 하나로 꼽았던 길이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수항계곡 장전계곡 막동계곡의 골짜기 물이 오대천을 살찌우는 양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봄이면 강물 나란히 지천인 수달래 물철쭉의 사열을 받고 가을이면 산세를 따라 굼실굼실 피어난 단풍의 향연이 일품이었던 길이다.

9월에 들어서야 이틀 휴가를 얻어 이 길을 찾았더니 길이 바뀌었다. 진부읍내를 벗어나 펴지고 넓혀져 새 단장된 길을 따라 아무 생각 없이 달려보니 강릉관기 청심의 순애보가 서려있는 청심대도 보이지 않고 웬 터널(마평터널)이 시원하게 뚫려 내처 달리기만 하게 만든다. 어렵사리 옛길을 찾아 들어가 보니 그것 참..

옛길은 적막했다. 개천 쪽의 잡풀들은 가드레일을 넘어 도로까지 침범하고 여름 한철 차댈 데가 없던 송어횟집 앞마당은 주인 차 한 대만 쓸쓸하다. 한때 유명했던, 지금은 폐업한 곤드레 밥 집 빈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오대천을 완상하니 길 건너 절벽에 버려진 채인 토종벌꿀통들이 고즈넉하다. 이 일대엔 새 길이 뚫릴 즈음 봉아낭충병이란 병이 돌아 토종벌이 전멸하고 양봉만 남았다고 한다. 어찌 그리 공교로운가. 벌조차 쇠락의 낌새를 예고한듯하다

59번 국도가 산세를 따라 굽이굽이 돌아갈 때 산도 물도 굽이마다 다른 자태를 내보였었다. 눈에 익을 만큼 수차례 다녀가면서도 설렘이 시들한 적은 없었다. 이 굽이를 돌면서 저 굽이 너머엔 어떤 산이, 어떤 물이 기다릴지 들뜬 기대감이 조양강을 만나도록 이어졌었다.

버려진 길의 황량함이 새삼스러울 바는 아니다. 터널 일곱 개를 지나 강릉 가는 시대가 열린 후 대관령을 꼬불꼬불 넘어가던 옛 영동고속국도를 달려본 적 있다. 대관령 옛길을 찾으려다 지나치는 바람에 후진으로 30여m를 달렸었다. 10분을 달려도 차 한 대 보기 힘든 빈 길이 종용한 객기였다. 한때의 고속도로를 후진해 달려보는 감회라니.. 그때도 여름 끝물. 예전 같으면 빼곡히 관광차들이 늘어섰을 길인데 말이다.

새 길은 옛길을 그렇게 뒤안으로 밀어둔 채 곧게 펴져 목적지가 어딘지만 묻고 또 묻는다. 가려면 빨리 가라고 재촉하고 다그친다. 네비게이션은 행여 옆으로 샐세라 빈틈없이 목적지로 안내하고 빈틈없이 모셔온다. 몸이 수고롭고 나서야 휴식이 달콤한 법인데 우리 몸은 나날이 편키만 해진다.

항상 길이 뚫리면 지역경제의 활황이 기대됐었다. 하지만 편한 길은 편한 집으로 되돌아가라는 재촉만을 한다. 바쁘게 가서 눈도장을 찍고 맘 편코 몸 편코 주머니 사정 편한 집으로 바쁘게 돌아오게 만든다.

잊혀진 길 위에 서서 애상의 달콤함에 젖어본 후 되돌아오는 길. 인터넷을 검색하던 일행이 서른 일곱 늙은 투수 임창용의 메이저리그 데뷔무대 소식을 전한다. 이날(8일) 새벽 밀워키전 7회 1사후 시카고 리글리필드의 마운드에 올라 0.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단다. 하, 그것 참이다.

1995년에 해태에 입단했으니 프로에서만 19년째다. 그리고 이제 다시 신인으로 데뷔했다. 2004년에 FA가 되어 외국진출을 모색했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07년 삼성에서 임의탈퇴를 불사해가며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스에 입단할 땐 외국인 최저연봉인 2천만엔을 받았었다. 그리고 두 번째 팔꿈치 수술(지난해 7월)을 받고 재활중이던 지난해 12월18일 계약금 10만달러에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다. MLB.com은 8일 경기 후 “37세의 임창용이 데뷔했다. 임창용은 1901년 이후 컵스 구단을 통해 데뷔한 선수 중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라고 전했다.

네이버에서 임창용을 치니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는 문장이 보인다. 그럴듯하다. 옛길도 새 길도 목적지는 같다. 속도가 중요한 이도 있겠지만 아닌 이도 있다. 임창용의 다음 굽이엔 어떤 절경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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