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323.45 821.13 1120.40
▲14.99 ▼5.78 ▼0.7
메디슈머시대 (7/6~미정)
블록체인 가상화폐

[박정태 칼럼]조삼모사와 합목적적 투자자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40>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입력 : 2013.09.13 10:00
폰트크기
기사공유
[박정태 칼럼]조삼모사와 합목적적 투자자
조삼모사(朝三暮四)의 고사는 다들 잘 알 것이다. 출처는 여러 곳이 있으나 내용은 비슷하다. 원숭이에게 도토리 먹이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주었더니 불만스러워 하기에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었더니 만족하더라는 것이다. 어느 쪽이나 합은 7개로 같은데, 이것을 깨닫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사실 우리 인간 역시 원숭이와 마찬가지로 조삼이냐 모사냐를 따지며 기뻐하고 분노한다. 조삼이든 모사든 바뀐 것은 없는데도 받아들이는 이의 관점에 따라 그것이 옳으니 그르니 편견을 갖게 된다는 말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부귀와 빈천, 성공과 실패 같은 세상사 모든 일이 인간의 감정에 따른 구분일 뿐 본질적으로는 똑같은 것이라는 게 조삼모사의 가르침이다.

나는 이 고사를 읽을 때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합목적적 인간을 떠올린다. 케인스가 말하는 합목적성(purposiveness)이란 우리의 행동이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나 효과보다는 그 행동으로 인한 먼 장래의 결과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합목적적 인간은 자기 행동의 목적을 끊임없이 뒤로 내일로 미루려 한다.

케인스는 이런 비유를 든다. 합목적적 인간이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현재 고양이가 아니라 그 고양이의 새끼며, 실은 그 새끼도 아니라 그 새끼의 새끼들이고, 그런 식으로 계속돼 고양이라는 종이 사라질 때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합목적적 인간에게는 오늘의 잼은 내일의 잼이 아닌 한 잼이 아니다. 내일의 잼을 만들기 위해 쉬지 않고 오늘의 잼을 끓이고 젖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고양이건 잼이건 자꾸만 다음으로 밀어내는 이유는 자신의 행동에 불멸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부를 축적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생명은 비록 유한할지라도 자기가 쌓아둔 재산은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합목적적인 투자자는 이처럼 내일을 향한 목표를 가지고 돈을 벌고자 애쓴다. 그것은 단순한 욕망이나 즐거움이 아니라 불멸을 추구하는 부단한 노력이다. 이것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바로 복리의 마술이다.

1929년 8월 미국 주식시장이 정점을 향해 치달을 무렵 '레이디스 홈 저널'이라는 잡지에는"누구나 부자가 돼야 한다(Everybody Ought to be Rich)"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는데, 당시 제너럴모터스(GM)의 재무책임자(CFO)였던 존 라스콥은 한 청년을 예로 들어 이렇게 설명했다.

"매달 15달러씩을 우량주에 투자해 배당금까지 전부 재투자한다면 20년 뒤에는 적어도 8만 달러의 재산을 갖게 될 것이고, 여기서 나오는 소득이 월 400달러 가까이 될 겁니다. 이 청년은 아마도 큰 부자가 되겠지요. 모두가 마음만 먹으면 이 청년처럼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단언합니다. 누구든 부자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구든 반드시 부자가 돼야 한다고 말입니다."

물론 이 청년처럼 재산을 불려나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매달 15달러씩 투자해 20년만에 8만 달러를 만들려면 연평균 수익률이 25% 이상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알다시피 라스콥이 인터뷰를 한 지 두 달 만에 미국 주식시장은 폭락을 시작해 다우존스 지수가 3년만에 90% 가까이 떨어졌다. 대공황이 휩쓴 10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고 국민소득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누구도 감히 주식에 투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복리의 마술은 아주 오랫동안 작동하지 못했다.

우리는 늘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에만 매달려서는 살 수 없다. 지금 가진 것, 그것을 마음껏 누리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투자의 목적은 내일을 걱정하고 대비하는 게 아니다. 케인스가 말했듯이 합목적적 인간이 추구하는 부의 불멸성은 거짓이고 환상이다. 돈이란 삶의 즐거움과 진실을 얻기 위한 수단이다. 재산으로 축적해 먼 미래로 이어가는 것이 아니다. 조삼모사에 속아넘어가지 않으려면 수단과 목적을 분명히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돈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