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항소심 '키' 김원홍, 선고 전 송환 촉각

오는 27일로 예정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국내 송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 전 고문은 SK 측에서 이번 횡령사건의 주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인물. SK 측의 주장대로라면 김 전 고문의 국내 송환은 재판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결정적인 사안이다.


대만 이민법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외국인을 2개월간 수용할 수 있고, 필요성이 인정되면 기간을 한 번 연장해 총 4개월까지 신병을 강제 확보할 수 있다. 김 전 고문이 대만에서 체포된 것은 지난 7월31일.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달 말까지는 출국이 이뤄져야 한다.

실제 김 전 고문은 이달 말 최 회장의 선고공판 일정에 맞춰, 그 전에 송환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그런데 지난 14일 김 전 고문이 대만 현지인으로부터 사기죄로 고소를 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피소와 관련된 추가조사가 진행될 경우 송환이 지연되는 것은 불가피해진다.

김 전 고문을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내세워 최 회장의 무죄를 주장하던 SK로서는 난감한 상황. 재판부에서 김 전 고문의 증인 채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실제로 송환이 이뤄져 국내에 당사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재판부가 느끼는 부담감의 차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만 정부가 김 전 고문의 강제 출국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은 SK가 희망을 갖는 지점이다. 대만의 한 언론에 따르면 대만 정부 관계자는 "중대 사안에 관계된 사람의 경우 정상적인 절차가 마무리되는 즉시 조속히 강제 출국시켜야 한다"며 김 전 고문의 조기 한국행을 시사했다.

최근 사기죄로 피소된 사안에 대해서도 강제추방이 결정된 직후 내국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것은 허위 소송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한국과의 관계 및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문제를 고려해서도 김 전 고문의 조기 출국 결정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SK 관계자는 "송환과 관련해 대만 쪽 절차는 거의 다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 선고 전에 가능한 한 빨리 송환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며 "김원홍 전 고문은 이번 재판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변수인 만큼 증인신문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2008년 SK그룹 계열사 자금 수백 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검찰은 지난 3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는 1심 형량보다 높은 징역 6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