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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석'처럼 빛난 광부화가들의 그림, 감상해 볼까?

[이언주 기자의 공연 박스오피스] 연극 '광부화가들'

이언주의 공연 박스오피스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입력 : 2013.09.27 17:30|조회 : 6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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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광부화가들'에서 광부들이 동료 해리가 그려온 그림을 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배우들의 착착 감기는 촌철살인 대사와 연기 호흡, 무대 가득 펼쳐지는 100여작의 그림을 감상하는 맛이 차지다. /사진제공=명동예술극장
연극 '광부화가들'에서 광부들이 동료 해리가 그려온 그림을 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배우들의 착착 감기는 촌철살인 대사와 연기 호흡, 무대 가득 펼쳐지는 100여작의 그림을 감상하는 맛이 차지다. /사진제공=명동예술극장
"혹시 미술관에 가본 적 있나요?" (라이언)
"우리, 이 동네를 떠나본 적이 없습니다. 광부에요." (조지)
"그럼, 그림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까? 평생?" (라이언)
"없는데요." (조지)


1934년 10월, 뉴캐슬 암스트롱 칼리지 미술학 석사 출신인 로버트 라이언은 애싱턴 탄광에 개설된 미술감상 수업에 강사로 온 첫날, 광부들과 만났다. '초보자들이니까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같은 화가들의 그림을 보여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그는 큰 문화적 충격을 받는다. 광부들도 마찬가지였다. 선생의 그 어떤 질문에도 '정말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자신들이 무식하고 보잘 것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결국 라이언 선생의 제안으로 광부들은 직접 그림을 그려보기로 한다. 미술 감상수업이 실기수업으로 바뀐 것이다.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의 창의적이고도 솔직한 표현방식은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됐다. '애싱턴 그룹'(The Ashington Group)이라는 광부화가 단체를 결성, 영국 화단을 강타하면서 1934년부터 1987까지 꽤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했다.

이 실화를 무대 위에 펼친 것이 바로 연극 '광부화가들'(The Pitmen Painters). 탄광촌 출신 발레리노 이야기를 다룬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로 유명한 영국 극작가 리 홀(47)의 작품이다. 2010년 명동예술극장에서 한국 초연하며 크게 호평을 받았고, 이번에 재공연하게 된 것이다.

거의 3시간에 가까운 공연시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1930년대 영국의 이야기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시대와 삶에 대한 고찰, 문화를 향유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본성을 재치 있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는 말을 실감케 해준 아홉 명 배우들의 살아있는 몸짓과 언어는 관객을 흠뻑 몰입하게 했다.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대사들은 행간의 빈틈마저 꼼꼼하게 해석해서 번역한 흔적이 느껴질 만큼 적절한 긴장과 언어의 묘미를 살려 리듬을 실었다. 무대 가득 펼쳐지는 100여 편의 다양한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미술 애호가이자 컬렉터인 헬렌(채국희 분)이 광부 올리버(강일신 분)에게 후원을 하겠다며 전업 작가의 길을 제안하고 있다. 배우 채국희는 등장하는 장면이 많지 않았음에도 캐릭터의 볼륨감을 살려 극에 활력을 더했다. /사진제공=명동예술극장
미술 애호가이자 컬렉터인 헬렌(채국희 분)이 광부 올리버(강일신 분)에게 후원을 하겠다며 전업 작가의 길을 제안하고 있다. 배우 채국희는 등장하는 장면이 많지 않았음에도 캐릭터의 볼륨감을 살려 극에 활력을 더했다. /사진제공=명동예술극장
화가로 거듭난 광부들의 성장과정을 그리면서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다룬 이 작품은 '광부와 화가'라는 제목이었어도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노동'과 '피지배계층'으로 대변되는 광부와 소위 '문화적 엘리트'의 상징인 화가는 작품 속에서 공평하게 그려진다.

또 이들은 후에 유명한 화가 집단이 되지만 전업 작가의 길을 택하는 대신 본연의 직업인 광부를 끝까지 고수했다는 점도 각별하다. 그들은 분명 달라졌지만 자신들의 본질이라 생각한 부분을 지키고자 했다. 그것은 자신이 없거나 새로운 영역에 대한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들이 한창 작품 활동을 하던 중, 단체로 테이트 미술관을 견학하는 장면이 나온다. 세잔느, 블레이크, 터너 등의 작품을 보며 한껏 감동을 받더니 반 고흐의 작품 앞에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담담하면서도 실로 놀랍다. 미술 감상 수업 첫날, 아무것도 모르겠다던 그 광부들은 180도 달라져 있었다.

"반 고흐의 '방'을 보고 있으면 그냥 구경하는 느낌이 아니야." (조지)
"그래, 고흐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어." (지미)
"반 고흐가 말하는 거 같았어. '예술은 생활이다'"(올리버)
"진정한 예술은 나누는 거야. 예술은 주인이 없어." (헨리)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는 거야. 바로 그게 예술이야." (올리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의 매력일까. 가감 없이 때론 거칠게, 때론 순수한 날것 그 자체를 보여준 '광부화가들'. 잘 빚은 도자기를 손으로 튕겼을 때 나는 맑은 울림이 이 연극에서는 그대로 느껴진다.

테이트미술관에 간 광부들이 그림을 감상하며 느낌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사진제공=명동예술극장
테이트미술관에 간 광부들이 그림을 감상하며 느낌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사진제공=명동예술극장
연극 '광부화가들'= 2010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등 수상작으로 다음달 1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165분(인터미션 15분 포함). 2만~5만원. 1644-2003.

△극작 리 홀 △번역·연출 이상우 △출연 강신일 김승욱 김중기 민복기 채국희 송재룡 이원호 권진란 김용현 △무대미술 김용현 △조명디자인 구근회 △의상디자인 박항치 △음악감독 장영규 △분장디자인 지병국 △조연출 지호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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