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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딩블루스]"국회는 이래도 돼요"

중앙부처 공무원 국감준비 돌입… 묻지마식 공격·자료요구에 '쩔쩔'

직딩블루스 머니투데이 유영호 기자 |입력 : 2013.09.2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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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딩블루스]"국회는 이래도 돼요"
'갑(甲)중의 갑'으로 불리는 중앙부처의 국장. A부의 B국장은 부하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청사 인근 식당을 찾았다가 한 통의 전화를 받고는 급히 사무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02-784'로 시작하는 발신번호는 국회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를 건 C국회의원은 B국장에게 다짜고짜 "감사원에서 지적받은 것 다 알고 있다. 정부가 이래도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창을 쏘아대던 의원은 B국장의 설명은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한 손에 전화기를 든 채 허공을 향해 연신 머리를 조아리던 B국장은 전화를 끊자마자 허둥지둥 사무실로 복귀해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 확인해 보니 C의원의 지적은 명백한 오류. 정작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받지 않은 내용이었다.

B국장은 해당 의원실로 전화를 걸어 내용을 다시 설명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미 자료를 배포했으니 알아서 대응하라"였다. 당황한 B국장이 소심히(?) 항의하자 돌아온 대답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이기 때문에 이래도 된다"였다.

B국장은 말문이 막힌채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갑중의 갑'이 국회 앞에서 '을(乙)'로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그는 "해마다 국정감사를 앞둔 이맘때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라며 "묻지마식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기 버겁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나마 지금이 낫다는 국장도 많다. 국정감사 기간이 시작되면 국장급 공무원들의 위세는 더 작아진다. 문턱이 닳도록 국회를 드나들면서 해당 상임위원회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고 지적한 문제에 상세히 해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몸으로 때우는 이 시기가 되면 집은커녕 여의도 벗어나기가 힘들 지경이다. 밤에는 의원 및 보좌관들을 찾아 대기해야 하고 낮에는 상임위 회의실 뒷자리에 '병풍'처럼 둘러앉아 자리를 지켜야 한다.

실무담당자인 과장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더 크다. 실제 D부의 E과장은 해마다 이맘때면 명치끝을 쥐어 비트는 듯한 통증에 병원을 찾는다. 병명은 스트레스성 위경련. 짜증지수를 머리 꼭대기까지 끌어올리는 국정감사가 다가왔다는 일종의 자각증상이다. 몇 해째 밤을 새가며 요구 자료를 준비하다보니 몸이 기억을 해버렸다.

E과장은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매일 야근을 계속하고 있다. 국정감사 날짜는 아직 잡히지 않았는데도 의원실별로 자료 요구가 밀려들고 있어서다. E과장은 "주말에도 출근해서 자료를 정리해야 할 것 같다"면서 "국정감사 전까지 휴일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원 한 사람이 요구하는 문건은 20건에서 70건 정도다. 문제는 개별적 요구로 중복되는 자료가 많다보니 일부 부처는 A4 용지로 20만 쪽, 사과박스 40개에 달하는 문서를 준비해야만 한다.

자료를 만든 후 인쇄하는 것도 큰 문제다. 청사 인근의 인쇄소가 한정돼 있다 보니 공무원들이 인쇄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서로 자료를 먼저 인쇄해달라는 '로비전'을 펼치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해마다 반복된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청사 인근의 인쇄소가 찍어내는 자료는 하루 평균 3톤에 달한다.

중앙부처의 한 공무원은 "자료 공유를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2004년 도입했지만 (의원들이) 여전히 종이문서를 선호하다보니 해마다 빚어지는 풍경"이라며 "밤을 새가며 준비한 수많은 자료들이 10~15분 질의에 극히 일부만 사용되는 것을 보면 허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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