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가 시끄러워? 10분만 걸어 여기로"

"홍대는 시끄럽고 북적대서 힘들어요/10분만 걸어와요 한적한 우리 동네로/어서 오세요 연남동에요/연남동으로 놀러 오세요/값싸고 맛있고 나도 있고 술도 있고/그간 지낸 얘기하며 밤 세워봐요/노래 불러 줄게요 놀러 오세요" ('연남동 덤앤더머'의 '연남동으로 놀러오세요' 가사 중)

연남동 풍경/사진=이해진 기자

요즘 '연남동'이 뜨고 있다. '차이나 타운'과 '기사식당 골목'으로만 기억되던 이 작은 동네를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무슨 매력이 있어서일까?


'연남동'에 사는 아티스트들은 '빈티지한 느낌'과 '아날로그적 감성'을 연남동 만의 매력으로 꼽았다.

박성미 영화감독(35)은 땅값이 오른 홍대에서 밀려나 싸고 작업하기 좋은 곳을 찾다가 연남동과 인연을 맺었다. 집과 연남동 작업실을 오가던 박 감독은 아예 연남동에 집을 얻었다.

박 감독은 "최근 카페나 가게들이 들어서고 있는데 새 건물들이 빈티지한 느낌을 살려 연남동의 오랜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오래된 슈퍼마켓과 새로 생긴 조그만 가게들이 어울리며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남동에 새로 생긴 가게들은 모던하거나 세련된 모습보다는 낡고 오래된 듯한 모습이 많다. 연남동의 유명한 북카페인 '피노키오'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새 건물이지만 오히려 연남동의 빈티지한 이미지를 잘 살리고 있다. '왕창상회'라는 이름의 카페는 원래 슈퍼마켓이었던 건물의 윤곽과 가게 이름을 그대로 살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연남동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연남동 맛집 '히메지'(위쪽)와 커피집 '리브레'(아래쪽)/사진=이해진 기자

연남동의 '맛집'으로 소문난 카레집 '히메지'와 커피집 '리브레'도 빈티지한 느낌을 발산한다.


연남동에 사는 가수 '조정치'의 단골로 알려진 '히메지'는 카레라이스, 카레우동, 유부우동, 간장국수 등 4가지 메뉴와 연두부를 판다. 카레 베이스는 같지만 우동에 넣는 카레는 추가한 향신료 덕분에 더 깊고 진한 맛이 난다.

'착한커피'로 유명한 '리브레'는 문을 여는 오후 1시 전부터 문 앞에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많다. 사장이 직접 커피 생산지를 방문해 직거래로 원두를 사온다. 덕분에 손님들은 모든 커피를 4000원에 맛볼 수 있고 신선한 원두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연남동에는 건축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카페 'ER'도 있다. 연남동 도시개발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건축 디자이너 장용해씨에게 연남동은 옛 흔적들이 고스란히 건물과 주민들의 생활에 남아있는 매력적인 동네다.

장씨는 "연남동의 도시개발은 기존 공간을 허물고 제로 베이스를 만든 뒤 새로 건물을 올리는 기존 개발 방식이 아닌 '재생'방식을 택했다"며 "최대한 공간이 간직해온 중심축은 남기고 보완하거나 개선할 점을 찾았고, 그 공간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기존 삶을 베이스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연남동의 새 얼굴을 그려온 장씨는 연남동의 또 다른 자산으로 '인적자원', 즉 '사람'을 꼽았다. 연남동에는 밴드 '연남동 덤앤더머'와 박성미 영화감독, 화가, 타악기 연주가, 도예가 등의 예술가들이 모여살고 있다. 또 연남동 '길공원길' 근처에는 비누 공방 '비뉴'와 수공예 공방 '모모크래프트', 캘리그래피 공방 '한 점 그리기', 생활창작공간 '새끼' 등 공방들이 자리하고 있다.

연남동 마을축제 현장/사진=이해진 기자

예술과 생활이 만나 묘한 공존을 이루고 있는 '연남동'은 이 독특한 매력으로 외부인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연남동을 찾은 이현주(33)씨는 "연남동에 대해 전혀 들어보지 못했었는데, 인터넷을 통해 연남동의 공방과 마을 축제를 알게 되면서 연남동을 찾게됐다"며 "동네가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공방들이 아직은 완전히 정착된 것 같지는 않지만 앞으로 공방들이 더 많이 모이고 모습을 갖추면 더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혜(26)씨는 "연남동을 자주 찾을 것 같다"며 "동네가 친밀감이 들고 홍대처럼 복잡하거나 시끄럽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또 "앞으로 연남동이 문화와 예술동네가 되면 좋을 것 같다"며 "주민과 예술가들이 함께 어울리고 외부인들도 찾아와 즐길 수 있는 조용하지만 활기찬 동네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남동에는 오는 9일 '제2회 연남동 마을시장'인 '따뜻한 남쪽'이 열린다. 이번 마을시장에는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참여해 재활용품과 창작품을 파는 '주민벼룩시장'과 전시·공연·창작·체험 등을 자유롭게 발제해 진행하는 '자유제안 프로그램' 등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