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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망치를 든 사람 신드롬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41>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입력 : 2013.10.0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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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망치를 든 사람 신드롬
광화문 흥국생명 사옥 앞에는 높이 22미터 무게 50톤에 달하는 ‘망치질하는 사람(Hammering Man)’이 서 있다. 이 움직이는 거대 철제 조각상은 1분 17초마다 한 번씩 망치질을 하는데, 하루 종일 반복되는 그 동작을 볼 때마다 나는 엉뚱한 생각을 떠올리곤 한다.

“망치만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 소위 ‘망치를 든 사람 신드롬(man-with-a-hammer syndrome)’이라고 하는 것으로, 어떤 아이디어나 해결방식을 일률적으로 모든 분야에 적용하려고 하는 증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망치를 든 사람 신드롬은 주식시장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너무 정밀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무
조건 수치화하려 드는 것이다. 가령 주가수익비율(PER)에 일정 배수를 곱해 적정 주가를 도식적으로 구해낸다든가 기업의 수익 전망을 추정하면서 지난 수 년간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율, 원재료 가격 상승률 같은 계량화 가능한 통계수치만 활용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미 지나간 데이터를 갖고서 말도 안 될 정도로 정교한 계산 결과를 생산해내는 것인데, 이런 추정치에 근거해 주식의 내재가치를 아주 딱 떨어지는 금액으로 내놓는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무리하게 계량화하다 보면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더 중요할 수 있는 것들을 무시해버리기 쉽다. 또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요소들은 과대평가하게 되고 계량화할 수 없는 숨은 요인들은 과소평가하게 된다. 결국 양적 요소에 치중하다 질적 요소를 간과해버리는 것이다.

계량화로 인해 발생하는 더 큰 문제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일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불확실성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요소인 셈이다. 그런데도 이런 불확실성과 질적 요소를 모두 빼버린 채 기업의 수익성과 주식의 내재가치를 측정한다면 그건 당연히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망치를 든 사람은 이렇게 항변할지 모른다. 불확실성과 질적 요소를 어떻게 계산해낼 수 있느냐고 말이다. 물론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인식할 수 있다.

그 단서는 워런 버핏이 자신을 키운 15%라고 했던 필립 피셔에게서 읽을 수 있다. 피셔는 말년에 저술한 자서전 ‘나의 투자 철학’에서 어떤 주식을 사서 그 주식을 언제 팔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선 장기적으로 매우 뛰어난 순이익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치밀한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 같은 성장세를 새로이 시장에 진입하는 경쟁자가 쉽게 빼앗을 수 없을 정도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이 탁월한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라. 그리고 이런 주식을 매수했다면 다음 두 가지 경우가 나타날 때까지 보유하라. (1) 최고 경영진의 교체로 인해 경영 능력이 저하됐을 때처럼 기업 본질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을 경우. (2) 더 이상 경제 전체의 성장률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경우. 단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만일 경제 전반이나 주식시장 전체가 어떻게 변할지 도저히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할 때라면 팔아라.”

여기에 계량적인 요소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피셔는 철저히 질적 요소에 입각한 판단을 요구했고, 그가 투자 대상 기업에게 꼭 물어봤던 질문은 그래서 더 통렬했다. “경쟁업체에서는 아직 하고 있지 않지만 귀사에서는 하고 있는 게 무엇입니까?”

인간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진실이기를 바라는 것은 무조건 진실이라고 철석같이 믿어버리곤 한다. 아주 간절히 희망하는 것은 실제로 믿게 되기도 한다. 희망은 때로 이처럼 맹목적이어서 늘 구체적인 근거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아, ‘망치질하는 사람’은 미국인 조각가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작품인데, 항상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반복되는 일상이 바로 이 작품이 전해주는 메시지다. 똑같은 기계적인 동작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망치질하는 사람’이 다름아닌 우리라는 말이다. 혹시 오늘도 타성에 젖어 습관처럼 수치화된 투자 분석 자료만 보고 있다면 한번쯤 새로운 망치질을 모색해보는 게 어떠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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