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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청자의 국화 무늬, 꿋꿋함으로 난관을 넘다

[선승혜의 행복한 미학] 똘똘: 미술 속의 지혜

선승혜의 행복한 미학 머니투데이 선승혜 전 클리블랜드미술관 큐레이터 |입력 : 2013.10.04 10:10|조회 : 6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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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맞이로 동네 꽃가게에서 노란 국화 화분을 샀다. 자잘한 꽃잎들이 가을빛을 받으니, 온 집이 황금빛으로 눈부시다. 국화의 아름다움은 탐스러운 겉모습이 아니라, 노지에서 겨울을 넘길 만큼 꿋꿋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강인함에서 나온다. 이러한 국화의 아름다움은 고려청자의 무늬로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비췻빛 가을 하늘 아래 의연하게 피어난 국화를 디자인에 활용한 것이다.

국화 무늬는 동아시아 문화 전통이다. 중국에서 유래한 중양절(음력 9월 9일, 올해는 양력 10월13일)에는 장수를 기원하며 국화주를 마시는 풍습이 있다. 제나라의 항경(恒景)이 9월 9일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면 난리를 피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일 년 중에서 양이 가장 강한 9가 겹친 날에 오히려 오만함을 버리고 산에 올라 마음을 다스리며, 차가운 겨울을 맞이할 꿋꿋한 마음의 채비를 한다는 속뜻을 읽어본다.

노란 국화(위)와 '국화 무늬 청자함', 고려 12세기, 국립전주박물관
노란 국화(위)와 '국화 무늬 청자함', 고려 12세기, 국립전주박물관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은 세파의 굴곡에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국화로 표현했다. 도연명은 '음주'라는 시에서 세상의 중심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몰라주니 마음이 어떤지 질문을 받았다. 도연명은 대답 대신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를 꺾어 느긋하게 남산을 바라보았다. 삶은 계절처럼 굴곡이 있지만 어려울수록 구구절절 변명하지 않고 평정심으로 성찰한다는 지혜이다.

고려 말 관료였던 이곡(李穀; 1298~1351)과 이색(李穡; 1328~1396) 부자는 국화의 꿋꿋함에 '효심'과 '맑은 마음'을 더했다 이곡은 1333년 원나라 정동성 향시에 수석으로 급제할 정도로 당시 국제적인 인재였다. 구일(九日)이라는 시에서 '오늘은 중양절, 고장에 계시는 백발의 모친이 그리워라'라고 말하며, 국화주에 부모님의 장수를 기원하는 효심을 담았다. 그의 아들 이색은 고려말의 충절지사로 국화를 직접 심으며, '나의 맑음을 더한다'(種菊添我淸)라고 국화로 늘 마음을 맑게 하는 수양의 태도를 표현했다.

국화의 꿋꿋함을 칭송하는 것은 조선시대를 관통한다. 조선후기 대제학을 지낸 이정보(李鼎輔; 1693~1766)가 쓴 시조에서 유래한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는 구절에서 가을 된서리에도 상관하지 않고, 혼자서도 꿋꿋하게 아름다운 빛을 지키려는 한국인의 강한 정신력을 배운다. 이러한 전통은 일제강점기를 막 극복하고 1947년에 발표된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1947년)에서 한 송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엔 소쩍새가 울고 여름엔 천둥번개가 쳐도 가을에 노란 국화꽃은 어김없이 피어난다는 의지로 계승되었다.

20세기 초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일본을 분석한 '국화와 칼'이라는 책에서 일본 가마쿠라시대 고토바 천황이 국화무늬를 애용한 것에서 일본 황실 문양으로 정착한 국화로 일본문화를 비유했다. 그러나 국화는 일본만의 상징은 아니다. 그 정신성은 동아시아를 관통하는 것이다.

국화는 17세기가 돼서야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소개됐다. '크리샌서멈'(chrysanthemum)이라는 긴 이름은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Karl Von Linne; 1707-1778)가 황금(chrysos)과 꽃(anthemon) 의 그리스어를 조합하여 '황금꽃'이라고 명명한 것에서 유래한다. 황금꽃의 아름다움의 비밀은 바로 꿋꿋한 강인함이다. 유럽까지 매료시킨 아시아의 꽃, 이제 우리는 힐링과 같이 유약함으로 도피를 끝내고 꿋꿋함으로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굴곡을 넘어갈 정신력을 다시금 돌아볼 때다.



고려 청자의 국화 무늬, 꿋꿋함으로 난관을 넘다
선승혜는..


전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HK교수(미학·미술사학)이며, 클리블랜드미술관 한국일본미술 큐레이터,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를 역임했다. 하버드대학 엔칭연구소 펠로우,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외국인 연구원을 거쳤다. 서울대학교 미학과 학사, 석사, 그리고 일본 도쿄대학 미술사학 박사이다. 대표적인 저서로 The Lure of Painted Poetry: Korean and Japanese Art (2011), 일본미술의 복고풍(2008), 일본근대서양화(2008) 등이 있다.

그는 코너를 열며 유독 '행복'이라는 단어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통해 소소한 기쁨과 즐거움을 발견하는 삶을 살 게 되길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뜻밖의 기쁨은 우리의 매일 속에 있습니다. 아름다움과 예술을 보듬어 4가지로 나누어 글을 연재합니다. (1) '똘똘'--미술 책 속의 지혜 (2) '풋풋'--아티스트 인터뷰 (3) '반짝'--미학과 감성마케팅 (4) '방긋'--한국미의 재발견. 느끼는 만큼 삶이 풍요로워지도록, 함께 예술과 문화로 마음 흔들기 'heart storming' 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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