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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외도가 톱기사감인 건 맞지만"

박종면칼럼 더벨 박종면 대표 |입력 : 2013.10.07 06:17|조회 : 6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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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태생의 천재 작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어떻게 하면 현명한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인생학교'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는 충만하고 균형 잡힌 인생을 위해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주제로 섹스, 돈, 일, 정신, 세상, 시간 등을 선정하고 이들에 관한 근원적 탐구와 철학적 사유를 책으로 엮어냈다. 알랭 드 보통은 이 가운데 섹스에 대해 직접 글을 썼다.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섹스'는 "톡 까놓고 말해서 섹스는 기대와 달리 사랑 앞에 얌전히 앉아 있길 거부한다. 아무리 길들이려고 애써도 평생 말썽을 일으킨다"며 다소 도전적으로 시작한다.

알랭 드 보통은 "섹스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발기불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문명화의 결과"라는 탁월한 성찰로 우리를 위로해 준다.

알랭 드 보통은 부부사이에 왜 잠자리가 소원해지는지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하게 되면 본질적으로 통제와 자기억제가 제일 중요한데 반해, 섹스는 자유로움 상상력 유희 등이 전제가 돼야 하기 때문에 부부 사이에 원만한 섹스가 어렵게 된다는 설명이다.

프로이트식으로 말하자면 하루 종일 '엄마'와 '아빠'로서 역할하면서 한 '가족'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부부간의 섹스는 '근친상간'이 돼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알랭 드 보통은 외도(Adultery)에 대해 칼을 들이댄다. "중년의 기혼남이 다른 여자를 유혹할 때 내보이는 대범함을 자신감으로 착각해선 안된다. 그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내 인생에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올까하는 초조감 때문에 대범해진다."

"사람들은 외도를 저지른 배우자가 무조건 잘못됐고, 정절을 지킨 배우자는 아무 잘못도 없다는 식으로 너무 쉽게 단정해 버린다. 하지만 이건 반쪽짜리 판단이다. 확실히 외도는 신문의 톱기사감인 것은 맞지만 배우자를 배신하는 방법으로 말하자면 다른 종류의 배신도 얼마든지 있다. 대화에 인색하게 구는 것, 괜히 성질을 부리는 것, 스스로를 매력적으로 가꾸는데 노력하지 않는 것 등등."

알랭 드 보통은 이제 결론을 내린다. "진짜 가장 큰 잘못은 도덕주의적 결혼관습에 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모든 욕구에 대해 성적으로, 감성적으로 평생 해결사가 되어줄 수 있을까. 말도 안되는 희망을 품게 하는 현대 결혼제도의 비상식적인 야심과 고집이 진짜 문제다."

"부부가 자신들의 삶이 결혼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외도의 충동에 몸과 마음을 내맡기지 않는 것, 그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고 날마다 감사해야 할 일이다. 따라서 한쪽이 어쩌다 실수를 한다면 상대방은 분노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두 사람이 성실함과 평온함을 지켜온 것에 대해 놀라는 편을 택해야 할 것이다."

'시대의 현자' 알랭 드 보통의 섹스와 외도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길게 인용한 것은 이유가 있다. 우리 사회의 핫 이슈인 전직 검찰 총수의 외도와 혼외자식 논란과 관련,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과 품위의 문제 또는 정보정치 논란 등을 떠나 인간과 인생에 대해 보다 근원적인 답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알랭 드 보통이라면 뭐라고 말했을까. "외도와 혼외자 문제가 신문의 톱기사감이 될 수 있지만 검찰총장이 평생 한 번도 외도의 충동에 몸을 맡기지 않는 기적을 행하지 않았다 해서 분노할 것까지야 있겠는가"라고 되묻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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