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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의 예기치않은 순간

[김재동의 틱, 택, 톡]

김재동의 틱, 택, 톡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입력 : 2013.10.1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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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의 예기치않은 순간
“다 큰 사내가 뭔 눈물이람!”

놀리고 싶은 충동에도 불구하고 덩달아 코끝이 시큰해지는 건 늙어가며 늘어난다는 여성호르몬 탓일 게다.

9일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끝내기안타로 MVP에 오른 김지수(27·넥센 히어로즈)는 인터뷰를 하며 눈물을 흘렸단다. 프로 5년차 무명의 설움이 녹아서 눈물로 흘러나온 모양이다.

이날 연장 10회초 수비부터 3루수로 그라운드에 오른 김지수는 2-2 팽팽하던 10회말 1사 3루서 끝내기 적시타를 터뜨려 팀의 준플레이오프 2연승을 이끌었다.

중앙고~동국대를 졸업한 김지수는 2009년 2차 5라운드 35순위로 넥센에 입단했지만 2010년까지 고작 1군 23경기에 출전했을 뿐이었다.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금년 복귀해서도 그의 자리는 전남 강진의 2군구장였다.

동기가 같은 팀 박병호와 최정(SK)·이원석(두산)이라는 김지수는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동기들이 워낙 잘하다 보니 많이 부러워 하셨다“고 눈물을 담은 채 말했다. 어머니만 부러웠을까? 그런 어머니를 지켜보는 그렇지못한 아들은 그 동기들이 또 얼마나 부러웠을까?

하지만 김수영 시인이 ‘절망’이란 시에서 토로했듯 ‘救援(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찾아왔다. 6월말 2루수 서건창이 왼쪽 새끼 발가락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콜업됐고 갈고닦은 수비 솜씨로 서건창 복귀후에도 백업요원으로 1군에 잔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냥 엔트리에 이름 올리고 포스트시즌을 지켜볼 수 있기만을 바랬다던 김지수에게, 본인말대로 더그아웃에서 상상만 했을 포스트시즌 첫 출전의 기회가 주어졌고, 역시 머릿속에서 그려만 봤을 활약을 스스로 해냈다. 만 나이 스물 일곱, 다 큰 남자의 눈물이 마냥 주책맞아 보이지 않는 이유다.

그런 김지수라서 대견하다. 기약없는 기다림이란 게 얼마나 무망한 일인가? 그런 무망속에 천금같은 젊음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자칫 원망에 휩싸이기 십상일텐데 꾸역꾸역 단초를 만들어가며 희망의 끈을 놓치않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김지수는 원망을 놓아두고 실력을 마련했고 눈앞의 절망을 애써 외면한채 희망을 기다렸다. 그래서 예기치않은 순간, 세칭 ‘앞머리만 있고 뒷머리는 없어’ 스쳐지나간 후엔 잡을 수 없다는 기회가 다가왔을 때 민첩하게 앞머리를 났아챘다. 참으로 통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역경(逆境)이 순경(順境)이요, 순경이 역경’이란 말이 있다. ‘천천히 가야 오래 가고 오래 가야 멀리 간다’는 말도 있다. 무명으로 5년을 꿋꿋이 견뎌낸 김지수에게 9일의 안타 한방은 그간의 역경을 순경으로 돌리는 계기일 수 있겠다 싶다. 천천히 준비해왔으니 야구선수로서 오래도록 멀리까지 나아갈 수 있겠다 싶기도 하다.

“잘해서 1군에서 버티는 것이 꿈”이라는 그의 소박한 소망도 또한 대견하다. 갑작스런 행운은 그렇게 소박하게 맞이해야 하는 법임을 제대로 알고있어 반갑다. 적어도 벼락출세에 눈이 멀어 끝내 패가망신한 아무개, 로또 당첨이란 행운을 발등찍는 도끼로 만든 아무개처럼 행운을 불행으로 맞바꾸는 어리석음과는 무관해보인다.

비록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폭투와 실책으로 얼룩지며 ‘졸전’으로 기록됐지만 그 졸전 속에서 건진 몇 안 되는 가치 중 하나가 김지수가 아닌가 싶다. 김지수에게 기회는 그렇게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김지수처럼 그런 예기치 않은 순간은 꼭 한번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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