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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는 왜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나

[팝콘 사이언스-㉑]액션스릴러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를 통한 인간의 본능·행위 고찰

류준영의 팝콘 사이언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입력 : 2013.10.19 09:13|조회 : 9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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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영화 속에는 숨겨진 과학원리가 많다. 제작 자체에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전개에도 과학이 뒷받침돼야한다. 한번쯤은 '저 기술이 진짜 가능해'라는 질문을 해본 경험이 있을터. 영화속 과학기술은 현실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상용화는 돼있나. 영화에 숨어있는 과학이야기.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연구동향과 시사점을 함께 확인해보자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의 한 장면/사진=쇼박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의 한 장면/사진=쇼박스
*본 기사엔 영화에 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시리즈 3부작(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대히트 이후 그간 잠잠했던 충무로에 복수를 소재로 한 액션 스릴러 작품이 새롭게 등장해 이주말 상영관을 찾을 관람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가 바로 그것이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순수한 소년 화이(여진구 분)는 아버지라 부르는 석태(김윤석 분)가 이끄는 5명의 범죄조직 '낮도깨비'에 납치돼 과거를 모른 채 자란다. 원수를 아버지로 모시고 사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나 아이 화이. 그는 원수들로부터 책략과 사격, 검술, 격투 등의 살인 기술을 전수받는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석태는 화이가 평범함으로 자신의 악의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화이가 가진 악의적 본능을 깨우기 위해 살인임무를 부여한다.

이 작품은 이 과정에서 겪게 될 화이의 감정선에 카메라 초점을 맞춘다. 장준환 감독의 '흥행승부수'다.

자신의 숨겨진 과거를 알게된 화이가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길러준 정, 친부모와 이별한 아픔, 범죄자 아버지 조직에 대한 분노 사이에서 대혼란에 빠지는 사이에 관객들 역시도 화이와 같은 가치관에 혼란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화이가 느끼는 감정의 무질서는 보는 이들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도 화이와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까".

진화심리학·생물학·사회학·동물행동학 등의 이론을 총동원해 화이와 낮도깨비 일당의 행위를 풀이해봤다.

류준영 기자의 팝콘 사이언스
류준영 기자의 팝콘 사이언스
화이의 첫 감정선은 다섯 아버지에 대한 혐오감이다.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인간의 혐오는 보편적인 정서 가운데 하나이며 가장 강력한 정서"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만든 울타리 속에서 화이가 만일 석태의 의도에 말리지 않았다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극상에선 석태의 바람대로 화이는 5명의 범죄자 아빠와 마찬가지로 손을 더럽힌다. 완벽한 악의 존재인 석태와 정반대편에 있을 것만 같던 화이도 결국 완벽한 선은 아니었던 것이다.

사회생물학자 에드위드 윌슨은 집단 선택론을 주장하며 "집단 내에서 이기적인 개체는 이타적인 개체를 이긴다"고 정의했다. 즉, 5명의 아버지가 화이에게 살인교육을 하지 않고 화이가 아주 순수한 마음을 가진 청년일지라도 그는 범죄조직의 구성원으로 자랄 가능성이 훨씬 농후하다.

그러면 악랄한 범죄행위를 지속적으로 일삼는 낮도깨비의 비도덕적인 행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들은 돈이 목적이라고 하기 보단 습관화된 살인을 일삼는다.

철학자 아론 제임스는 "다른 일반인들보다 자신의 힘(권력, 재력 등)이 더 높다고 판단할 경우 일반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사람을 발견할 확률이 더 높다"고 말했다.

즉 낮도깨비 행동의 바탕에는 힘없는 일반인들을 오랜 기간 괴롭히면서 형성된 왜곡된 특권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행동은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의 변화로도 설명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자신감과 공격성, 대담성, 더 나아가 '광기'를 유발하는 호르몬이다.

동물행동학자 캐론 쉬블리는 "원숭이 무리에서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계속 싸움을 벌인 우량 원숭이는 이전보다 더욱 폭력적으로 변하며, 이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역시 함께 높아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테스토스테론은 공격적인 행동을 강화시킨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사건을 일으키기 직전 석태나 화이의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도 아마 최대치에 닿았을 것이다.

화이가 다섯 아빠들의 존재를 한순간에 부정하고 잔인한 복수에 나서는 모습에서 화이의 원래 성향이 악에 가까운지 선에 가까운지 관객들은 헷갈리게 된다. 영화 제목대로 진짜 '괴물'이 등장하는 대목이다.

화이의 복수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버지들의 도발에 맞서는 화이의 분노 표출 단계는 원수를 갚는 목표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단계로 뻗어가도록 돼 있다. 이유는 이때 우리 뇌는 마치 마약과 같은 중독성 물질에 손을 댔을 때의 쾌감을 비슷하게 느끼게 하는 부위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되돌릴 수 없는 복수에 무모할 정도로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자 마틴 데일리와 마고 윌슨은 "복수라는 행동패턴은 곧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상대방의 공격을 사전에 무력하게 하기 위한 기능을 수행하는 인간의 본능"이라며 "복수 강도가 강해질 경우 자신을 파멸시키는 과정도 서슴치 않도록 인간은 진화돼 왔다"고 설명했다.

어쩌면 극상에서 더 큰 악은 석태가 아닌 화이일지 모른다. 영화 마지막에서 자신을 길러준 아버지들마저 처참하게 죽이는 화이의 모습은 인간에게서 선을 찾는 일이 악을 찾아내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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