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갑'?…'앱스토어 등록대행 패러디' 사건

(서울=뉴스1) 김종욱 인턴기자 =

개발자 A씨가 지난 21일 공개한 "앱스토어 등록대행" 패러디 사이트 News1

"앱스토어 등록대행"의 "신청하기" 버튼 클릭 결과 News1 김종욱 인턴기자

지난 19일 애플은 갑작스레 한국 계정 앱스토어 개발자들에게 사업자등록번호와 통신판매업신고번호를 입력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개인 개발자들은 반발했다.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하면 취미나 부업으로 앱 개발을 하는 직장인이 국내 기업 대다수가 채택하고 있는 겸직 제한 조항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사업자등록을 한 사원의 개인 매출은 국민연금 징수액에 반영돼 기업체가 곧바로 사원의 사업자 등록 여부를 알 수 있다.

또한 무료 앱을 제공하는 개발자는 별도의 소득이 없을지라도 통신판매업신고번호를 위해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통신판매업 면허세는 서울 기준 연 4만5000원이다.


개발자들의 반발 때문인지 애플은 21일 두 정보의 요구를 철회했다. 앱스토어 정책변경 논란이 해프닝으로 마무리 된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또 다른 논란이 벌어졌다. 발단은 이번 사태를 지켜보던 웹서비스 개발자 A씨가 21일 오후 2시께 직접 만들어 공개한 '앱스토어 등록대행(이하 '등록대행')' 패러디 사이트다.






사업자등록번호가 없는 개인 개발자들의 앱 등록을 대신해 준다는 이 '등록대행' 사이트에는 "전체 소스코드를 저희 업체에 넘겨주셔야 합니다", "개인 개발자는 24시간 전화 수신 대기 준비가 필요합니다" 등 황당한 조항들이 가득했다.

또한 페이지 하단의 '신청하기' 버튼에 마우스 커서를 올리면 '뻥'이라는 글자가 표시됐다. 버튼을 클릭하더라도 '넷스케이프 6.0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등의 메시지와 함께 아무 절차도 진행되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크게 웃었습니다", "규제 속에 피어나는 창조 정신" 등의 반응으로 '등록대행' 패러디를 즐거워했다.

그러나 21일 한 매체는 기사를 통해 '등록대행'사이트를 불법 사이트로 소개했다. 해당 기사는 국세청 관계자와 보안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하며 '등록대행' 사이트에 속지 말 것을 당부했다. A씨의 사이트가 패러디란 점을 알지 못한 채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이를 보도한 것이다.

A씨는 곧장 해당 언론사에 근무하는 지인을 통해 '앱스토어 등록대행'이 패러디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제보했다. A씨는 "회사 내 오보 조치 절차를 밟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어진 상황은 예상과 달랐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A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두 사람은 언쟁을 벌였다.

A씨는 21일 자신의 트위터(@ra*******)에 "기자와 통화를 마쳤다. 오보를 인정할 수 없고 자기와 같이 일반인은 충분히 사기를 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이런 사이트 만드는 것이 불법인 것은 아느냐라고 묻더라"고 밝혔다.

A씨는 해당 기자와의 통화 내용을 22일 인터넷에 자세히 공개했다.

통화 내용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통화 말미에 기자가 남긴 의미심장한 말이다. A씨는 해당 기자가 "당신, 기자에게 이런 투로 행동하면 당신한테 좋을 게 없을텐데"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해당 기자가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 홍보팀에 전화를 해 "그 직원이 이런 식으로 하면 귀 회사에 도움이 될 리가…"라는 말을 남겼다고 폭로했다.

이 사건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앱스토어 소식에 낚시를 시도했는데 기자가 낚였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사건보다 더 실소가 터지는 기자님의 '갑질'", "협박인지 취재인지 모르겠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이 사건에 관계된 정보를 트위터 등에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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