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339.17 827.84 1115.30
▲15.72 ▲6.71 ▼5.1
메디슈머시대 (7/6~미정)
블록체인 가상화폐

길바닥위 공무원, 그들의 잠자리

[박재범의 브리핑룸-세종/서울 '기형 행정' 이대론 안된다:후기]

박재범의 브리핑룸 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 기자 |입력 : 2013.11.11 14:42|조회 : 7246
폰트크기
기사공유
D-32일. 정부부처의 2단계 세종청사 이전을 알리는 날짜다.
새 손님을 맞을 준비가 한창인 세종청사는 막바지 공사로 분주하다. 최대 규모의 물량을 쏟아 붓는다. 끌어올 수 있는 장비와 모을 수 인원은 모두 끌어 모았다. 밤새 불을 밝힌 채 진행되는 내부 철야 작업도 쉴 새 없다.

그래도 건물 벽면 유리를 아직 절반도 못 붙였다. 옆을 지나다보면 한 달 뒤 입주가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기우'다. 다음달 13일 오후엔 이삿짐이 풀리고 있을 거다. 세종은 계획이나 묘책보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곳이니까. 머니투데이가 국회의원 94명에게 세종의 비효율의 해법을 물어봤을 때도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응답이 9명이나 됐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낸 곳만큼 시간이 필요한 곳도 없다.
기다리면 결국 생긴다. 찌개집, 참치집, 냉면집 등…. 1년 뒤면 대형 마트가, 또 1년 뒤면 백화점이 생길 거다. 이 정도는 세종의 공무원들이 안다. "3단계 이전까지 끝나고 아파트가 완공되면…" "2030년 인구 50만명의 도시가…" 이것도 안다. 이해는 잘 가지 않아도, 시간이 약이니까.

그렇게 불편과 불만은 시간에 묻혀간다.
이제 웬만한 불편은 얘깃거리도 안 된다. 하지만 마냥 시간에 맡길 수 없는 게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아닌 '서울중심행정'인 현실이다. 머니투데이가 '길바닥위의 공무원'이란 기획을 한 이유도 여기 있다.
공무원들에 대한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둬라. 공무원하고 싶어하는 사람 많다" "세금으로 청사 만들어줬으면 일 열심히 해라" 등의 댓글이 주였다.

세종청사 출입을 하러 가지 직전까지만 해도 내 생각이 이랬다. 그 생각은 262일 세종 생활을 하면서 달라졌다. 곁에서 지켜본 세종청사 공무원의 삶은 참으로 어두웠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온가족이 세종시로 내려온 이들의 불편은 더 크다.

세종에 거처를 두지 않은 경제부처 한 간부는 회식 등 불가피한 일이 생기면 공주에 있는 한옥마을을 찾는다. 1만원 남짓이면 하룻밤을 지낼 수 있다. 싼 가격에 숙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부처가 제휴를 맺은 덕이다. 이런 숙소가 6개나 된다. 다른 부처들도 이렇게 운영한다. 그래도 청사 내 사무실 간이침대를 이용하는 이가 많단다.

반면 세종시로 이사 온 이들은 서울이 낯설다. 친척집을 찾는 것도 한두번이지 속 편히 찜질방을 향한다. 간이침대조차 놓을 공간은 허용되지 않는다. 서울 사무소, 출장소 설치는 불법이다. 국회 업무가 많은 이들은 신촌 뒷골목 여관방을 택했다. 국회에서 가까우면서도 가격이 맞는 곳이 여기뿐이다.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준비했던 팀은 한달가량 외국인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냈다. 이제 국회 예산안, 세법개정안 처리를 기다리는 이들 역시 찜질방, 여관방, 게스트하우스 등을 전전해야 한다.

국가의 명에 따라 세종시로 옮긴 이들의 길바닥 생활…. 아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행복도시 법을 만든 의원들의 1/3은 '무대책'을 자인했다. 공무원 비즈니스 하우스라도 만들면 좋으련만 세종 독신자 아파트 기공식을 세종청사 입주 1년 뒤 하는 행정력을 감안하면 청와대나 국회 이전이 빠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찾아보면 우선 동원할 수 있는 방법들은 있다. 군이 출장자를 위해 제공하는 안가 등 서울시 곳곳에 숨어있는 장소들이 많다. 광화문 인근에도, 국회 가까이에도 있다.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자기 부처는 내려가지 않는다고 남의 일처럼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계룡대 가까이 국방부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안 나오리라고 누가 확신할까. 정말 시간이 지나면 어찌될지 모른다.

머니투데이 설문조사 기사에서 "국가적 재앙"(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란 표현을 보고 한 사무관이 말한다. "국가적 재앙 좀 없애 주세요". 재앙 대책은 아니더라도 잠자리 대책 정도는 마련해야 '국민행복'을 내건 정부가 아닐까.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