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308.46 826.91 1121.10
보합 0.52 보합 4.94 ▼2.1
09/19 16:00 코스피 기준
메디슈머시대 (7/6~미정)
블록체인 가상화폐

정치김장, 겉절이만 먹으라고?

[김재동의 틱, 택, 톡]

김재동의 틱, 택, 톡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입력 : 2013.11.23 07:26
폰트크기
기사공유
정치김장, 겉절이만 먹으라고?

집사람 입에서 김장얘기가 나온다. 바야흐로 김장철. 겨울나기에 김장만한 대사도 없다. 네 식구 먹자는 김장이다 보니 남의 손도 필요 없다. 무 채 썰고 깍뚝 썰고 양념 버무리고는 온전히 내 몫이고 집사람 전담인 김치 속 넣기와 간맞추기에 조차 한마디 보탤 깜냥은 된다. 그렇게 다년간 묵힌 재주는 있지만서도 여전히 엄두내긴 쉽지 않다.

김장을 하다보면 제각각 재료들이 한마디씩 하는 듯 싶다.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가 아니라 김장칠우쟁론기라고나 할까?

김장의 주인공 배추가 한마디 한다. 모시거라. 모시거라. 이 내 몸을 잘 모시거라. 아삭아삭 달큰 고소 겨울 별미치고 나만하게 어디 있나. 비타민C 풍부하여 겨울감기 막아주고 베타카로틴 담뿍 들어 암세포 번식도 막아주고 소금 쳤다 걱정 마소 내 몸속 칼륨이 나트륨을 빼내주리.

그 말에 발끈한 소금이 한마디 한다. 이 몸으로 말할작시면 저 바다가 품었다가 해님과 바람 손에 알곡진 몸으로서 뽀사시 고운 맵시에 갖은 미네랄을 오롯이 담아내니 가루 한알마다 생명력이 듬뿍이라. 억센 배추 숨죽여주고 썩히자 대드는 온갖 잡균 온몸으로 막아내니 이 내 몸이 아니라면 배추 전들 그 긴 세월 무슨 재주로 버텨낼꼬.

고추도 한마디 거든다. 김치 김치 고운 빛이 어디에서 우러났나. 가을햇살 붉은 마음 오롯이 받아들여 온몸을 바알갛게 달구었네. 빛깔로만 공치사할까 입안 개운 매콤한 맛 없이 어찌 김치를 논할소냐. 그저 단지 맵기만 하랴. 그 매운 기운 캡사이신이 추운 겨울 몸 골고루 열내주고 신진대사 도와주네.

채친 무도 나선다. 동치미나 깍두길 봐도 이몸 귀한 줄 알것다만 이 한몸 채쳐져 배추속에 버무려진 뜻은 나 아니곤 절인 배추지 김치가 아닌 까닭. 양념으로 헌신함에 이 몸 미덕도 더해지니 매운 김치 한가지로 동지섣달 해넘겨도 뱃속 무탈 사연인즉 온전히 이 내 몸속 소화효소 덕분이라.

새우젓도 나선다. 맛중의 맛은 감칠 맛. MSG도 필요없다, 이름은 들어봤나. 프로테아제와 리파아제, 분해 도와 소화 잘 시키고, 줄줄 흐르는 필수 아미노산 식욕감퇴, 각기병을 막아주고 키틴올리고가 면역능력 상승시켜 암세포도 딴죽 걸어 전이조차 방해하네.

마늘 생강인들 못낄소냐. 유화알릴, 진저롤이 온갖 잡균 잡아내니 날채소로 김치 담가 매일 먹도록 무탈함이 우리 아니고 뉘 덕일까

그렇게 제 잘난 것들이 버무려지고 뒤엉켜서 한 몸으로 치덕대니 막 한 몸된 놈들 일러 겉절이라 부르것다. 화해 없고 타협 없이 제각각 맛 고집하니 갓 삶아낸 돼지에나 금상첨화라 할만커늘 올올이 생색내니 오래 먹긴 그른 터수. 독에 넣고 땅에 묻거나 켜켜히 재 딤채속에 밀봉하니 한타령으로 묵고묵어 한맛으로 버무려지고야 비로소 이름하야 김치라고 부르노라.

김치나라 대한민국 정치김친들 왜 없겠나? 4년마다 5년마다 나라 들썩 김장커늘 청와대산 배추는 고고하니 절지않고, 새누리표 소금은 녹지않고 대글대글, 이 당 저 당 야당표 고춧가룬 지들끼리 덩어리지고, 서초동 마늘 내곡동 생강 아린맛은 비위조차 거스르니 행색은 김치건만 내막은 겉절일세. 다음 김장 다오도록 숙성키를 거부하니 채썰고 버무려낸 국민 노고 어디갔나. 무슨 죄가 그리 많아 시시철철 김장코도 겉절이만 먹단 말가.

김장 걱정에 잡생각이 들던 차에 평창 친구가 전화한다. “김장 안했지? 김치 좀 보내줄까?” 무려 청옥산 육백마지기 고랭지 배추로 담가 독채로 땅에 묻어두고 먹는 강원도 김치를 보내주기까지 한단다. 그 귀한 김치 앉아 받겠달순 없단 핑계로 결국 평창까지 다녀왔다. 겉절이 아닌 김치 맛볼 기대감에 입맛 다셔지는 여행길이었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