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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 아버지와 '엘리트' 아들의 화해

[영화는 멘토다]44. '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

영화는멘토다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입력 : 2013.11.30 09:21|조회 : 5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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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김훈이 쓴 소설 '칼의 노래'는 바로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꽃은 피었다'로 할지, 아니면 '꽃이 피었다'로 할지 여부를 두고 작가는 몇날 며칠을 고민했다고 한다.

전자엔 전쟁의 처참한 현실에 대한 주관적 감정이 녹아 있지만, 후자는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된 남해안을 묘사만 할 뿐이다. 소설가 김훈은 군더더기 감정이 없는 깔끔한 묘사로 오히려 치열한 의식을 담은 글을 쓰고자 했다.

'하인' 아버지와 '엘리트' 아들의 화해
비록 장르와 시대는 다르지만 예전 칼의 노래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영화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감독 리 다니엘스)에서도 받을 수 있었다. 영화는 34년 백악관에서 일하며 8명의 대통령을 수발한 실존 흑인 집사를 소재로 삼았다.

이 집사가 살았던 시대의 묘사를 통해 미국의 흑인인권 운동사를 다루는데, 20세기 초까지 버젓히 자행되던 백인들의 무자비한 흑인 탄압을 감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담담하게 그린다. 이를 통해 영화는 철저하게 관객의 감정이입을 방해하지만, 관객은 어느새 영화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역사의 강물에 휘말려 들어가게 된다.

# 영화에선 주인공인 흑인 집사 '세실 게인즈' 역의 포레스트 휘태커와 그의 아내 역을 맡은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일생일대의 명연기를 펼친다. 이 밖에 로빈 윌리엄스, 앨런 릭맨, 제인 폰다, 존 쿠삭 등 여러 유명배우들이 역대 대통령과 영부인 역할 등으로 총출동하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두 가지 생각할 꺼리를 던진다. 하나는 사회적 약자가 그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을 어떻게 헤쳐 가느냐는 방식에 관해서다. 다른 하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화해에 대한 문제다. 이를 '집사라는 직업에 충실하며 가족을 먹여 살린 아버지 세실과 대학에서부터 흑인인권운동에 투신했던 큰 아들 루이스의 독백 형식으로 풀어본다.

# 아들아, 나는 무조건 살아남아야 했다. 백인 주인에게 내 어머니가 강간을 당하자 이에 항의하던 아버지가 바로 내 눈 앞에서 그에게 총 맞아 죽었다. 그 보상(?)으로 비로소 힘든 목화밭 노동에서 벗어나 집사 일을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아는 건 이 일밖에 없었다. '검둥이 하인'이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백인과 급여를 차별당해도 사랑하는 아내와 너를 키우기 위해선 이 일을 해야 했다.

처음엔 좋은 대학에 들어간 네가 공부는 하지 않고 늘 데모만 하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배운 것 없는 나는 백인들의 인정을 받아 차근차근 내 월급을 올렸다. 열심히 하면 내 능력과 노력을 인정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집사로서 백인에게 보여주는 가식적인 얼굴만으로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내 진짜 얼굴을 그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걸 늦게야 깨달았다.

그래서 집사 일을 그만두고 네가 있는 시위현장으로 찾아간 거다. 네가 존경하던 킹 목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지. "당신이 먼저 등을 구부리지만 않으면 남이 당신 등에 올라타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이다. 아들아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

# 아버지, 어릴 때 전 '검둥이 하인'이라는 말이 정말 싫었어요. 머리가 굵어지면서는 흑인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백인들에게 아버지가 머리를 조아리는 것도 싫었어요. 그래서 대학에서 가서부터 흑인들을 위해 싸우기로 결심했어요.

전 제 일이 우리 흑인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버지가 하는 일보다 훨씬 더 의미 있다고 여겼어요. 하지만 이렇게 제가 싸울 수 있었던 것도 다 아버지가 계셨던 덕분이었다는 걸 뒤늦게야 깨닫게 됐어요. 아버지,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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