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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땅에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면…

[영화는 멘토다] 45. '프라미스드 랜드'-좋은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

영화는멘토다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입력 : 2013.12.07 09:01|조회 : 1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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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에 의해 유럽 각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진 유대인은 과거 멸시받는 이방인이었다. 폐쇄적 습속과 독선적인 교리의 종교로 인해 수많은 박해를 받았다. 그들도 농사짓고 살고 싶었지만 끝내 허락되지 않았고, 지역 사회에도 결국 흡수되지 못했다. 먹고 살기 위해 장사와 고리대금업으로 나서 결국 유럽사회에서 자본주의의 뼈대를 이뤘다.

유대인들에게는 오직 돈만이 자신들을 지켜줄 유일한 생명줄이었다. 그 외엔 관심이 없었다. 돈이 되면 그 곳에 살고, 안 되면 재산을 챙겨 떠나면 그만이었다. 당연히 지역 공동체 사회 따위에는 애착이 없었다. 그 지역 사회가 앞으로 어찌될 건가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자본주의가 보여준 일반적인 원형질이 그렇게 생겨났다. 자본주의는 이후 미국에서 꽃을 피워 세계로 번지지만, 탐욕으로 인한 금융위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켰다.

# 뜨거운 민족성 때문일까. 우리나라에 어떤 종교나 사상, 체제가 들어오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교조적이고 극단적이 된다. 발상지를 넘어선다. 과거 불교가 그랬고, 유교가 그랬다. 지금은 기독교가 그렇다는 비판을 받는다. 북한에 들어온 사회주의는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3대 세습 독재체제'로 심하게 변질됐다. 한국은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그 와중에 자본주의 속 탐욕의 원형질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

지금의 한국은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물신주의 사회라는 평가가 많다. 한 마디로 사람이나 공동체가 돈이나 기업보다도 뒷전인 곳이라는 얘기다. 사람들이 살게 해달라고,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는 호소나 주장이 기업과 경제에 부담을 끼친다는 뉴스가 방송과 신문을 늘 도배한다. 심지어 '종북' 딱지가 덧씌워지기도 한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좋은 사회와 나라를 만들자는 게 왜 종북인가. 그럼 북한은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인가. 그야말로 생지옥이 아니던가. 주객이 전도됐고 선후가 뒤바뀌었다.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 포스터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 포스터
#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12일 개봉)는 거대기업 '글로벌'에서 출세가도를 앞둔 스티브(맷 데이먼)가 새로운 에너지원인 셰일가스가 매장된 시골마을을 개발하기 위해 토지수용 협상을 한다는 내용이 주된 줄거리다.

그러나 MIT공학박사 출신의 마을 과학교사가 가스 채굴과정에서 화학약품 사용으로 토지가 황폐해질 위험이 크다며 반대하는데다, 이 와중에 환경단체까지 가세해 일이 얽히고설키면서 스티브가 협상을 이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거장의 반열에 오른 구스 반 산트 감독만으로도 관심을 가질 만한하다. 거기에 지적인 배우 맷 데이먼이 공동시나리오로 함께 했다. 인생에 대한 통찰을 담은 '굿 윌 헌팅' 이후 16년만이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으로 작품성과 완성도를 검증받았다. 한국적 현실과는 너무나 다른 착한 결론이라 우리 입장에선 개연성이 떨어지지만 이야기가 참 재밌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은 심각한 사회적 주제를 말하면서도 이야기에 빨려들게 하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

영화는 딱히 기업을 '악'으로 치부하지 않고 객관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본다. 대신 공동체가 살아 있는 시골마을에 대해선 따뜻한 시선을 보이며 사람에겐 돈 외에도 중요한 게 많다고 말한다.

# 이 작품은 '자본주의 고쳐쓰기'(세바스티알 둘리엔 등 지음. 홍기빈 옮김) 같은 책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이 책은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지 않지만, 과거의 천박하고 탐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괜찮은 모습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환경 파괴적인 무분별한 성장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생태적 균형을 갖춘 '괜찮은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사실 이 영화는 개발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다만 환경파괴를 수반한 무분별한 개발을 반대할 뿐이다. 돈의 가치를 무시하지도 않는다. 다만 불로소득이 아닌 노력해서 번 정당한 돈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스티브가 토지 협상을 위한 마을회의를 앞두고 강당 앞에서 소녀에게 레모네이드를 사 마시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스티브는 소녀가 귀여워 음료수 값을 넘는 지폐를 주지만, 소녀는 굳이 동전으로 거스름돈을 내준다. 종이에 써 놓은 제 값만 받겠다는 거다. 이런 게 바로 좋은 자본주의의 정신이 아닐까 싶다. 이런 자본주의가 한국에도 널리 퍼져 꽃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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