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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의 적은 부장? 리포트에 주차까지 "별걸 다 시켜"

[직딩블루스] 절대 '갑' 최고는 내 직장 상사? "나는 이런 것 까지 해봤다"

직딩블루스 머니투데이 노경은 기자 |입력 : 2013.12.15 07:00|조회 : 9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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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의 적은 부장? 리포트에 주차까지 "별걸 다 시켜"
대기업 인사팀 4년차 김 대리는 오늘도 직장에서 '딴짓'을 하는데 여념이 없다. 화장실을 오가며 김 대리 컴퓨터를 엿보는 파트장은 오히려 흐뭇해한다. 자신의 대학원 과제를 대신 해주는 게 기특해서다.

김 대리는 지난 9월 파트장이 서울시내 한 야간 경영대학원에 입학했다는 것을 들었을 때 기뻤다. 파트장이 출석 때문에 일찍 퇴근할 것이란 생각에서다. 그러나 현실은 예상과 정 반대였다. '컴맹'인 파트장의 파워포인트부터 리포트까지, 고스란히 김 대리 몫이 돼버렸다.

파트장은 학교에 다녀온 다음 날이면 "파워포인트 못 하는데 이 나이에 숙제를 해 오라고 해서 큰일이네. 허허!"라며 멋쩍어했다. 김 대리는 처음엔 이런 하소연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자신은 회사 일을 하러 온 것이지, 비서로 입사한 게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일부 선배의 생각은 달랐다. 억울하겠지만 직장 상사 보좌도 회사업무 가운데 하나라는 게 그들의 입장이었다. 한 선배는 "이전 직장에서 차장이 다니는 병원이 예약을 받지 않아 먼저 병원에 가 순번을 받고 대기했다"며 무용담을 늘어 놓았다. 다른 선배는 "나는 발품 팔아 부장님 휴대폰을 싼 값에 바꿔드린 적이 있다"고 거들었다.

막내인 김 대리가 파트장의 일을 도맡을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업무가 아닌 일을 하는 것도 서러운데 선배는 "너도 경영학과 나오지 않았냐. 그나마 파트장 과제하기 좀 수월하겠다. 숙제도 했는데 연말 인사평가 등급은 잘 주시겠지"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댄다.

마음 같아서는 리포트 거래 사이트에서 싼 값에 다운로드를 하고 싶지만 이마저도 고민된다. 대학 시절엔 사이트에서 리포트를 받아 제출하고 교수님께 걸려 한두 번 혼나는 것은 대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낭만처럼 여겼다.

하지만 파트장의 사회적 위치(?)를 감안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이트를 열었다 닫았다 하기만도 여러 번이다. 결국 대학원은 '고차원적 학문을 수학하는 곳'이라는 부담을 떠안고 국회도서관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논문을 펼쳐놓고 리포트를 써내려갔다.

김 대리는 "회사를 다니다 보면 원하지 않는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상사 대리 인생까지 살아줘야 하는건가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김 대리와 같은 처지의 부하직원은 적지 않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8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7.1%가 상사로부터 업무 외 사적인 지시를 받아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상사의 사적인 지시정도는 △빈번하다(49.1%) △보통이다(29.1%) △빈번하지 않다(21.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상사들이 지시하는 사적인 지시로는 은행업무, 티켓 예매, 우편물 배송 등 '개인비서형'이 48.3%를 차지했다. 상사의 차를 대신 주차하거나 주유, 대리운전을 했던 '운전기사형'(6.1%)도 있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조직사회학)는 "이같은 행동이 나쁘다고 단정할 수 만은 없다. 부탁을 주고 받으면서 돈독해지고, 인간적인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상사의 '일방적 해석'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부하는 상사를 가깝게 여기지 않는데 상사는 '너는 내 오른팔이야'라는 식으로 친밀감을 느끼거나 관계를 형성하려고 '억지'를 부리는 게 문제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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