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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雜s]왼새끼 꼬고, 박수 안 치는 당신...회사에선?

장성택 사형판결문으로 본 우리사회 비판에 대한 관용도는?

50雜s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13.12.14 11:13|조회 : 2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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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40대 남자가 늘어놓는 잡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도 여전히 나도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40대의 다이어리입니다. 몇년 있으면 50雜s로 바뀝니다. 계속 쓸 수 있다면...
왼새끼. 왼쪽으로 꼬는 새끼를 말한다.
남들 다 오른쪽으로 돌려가면서 새끼줄을 꼬는데 자기만 왼쪽으로 꼬니 삐딱하게 보이지 않을 수 없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를 위대한 장군님의 유일한 후계자로 높이 추대할데 대한 중대한 문제가 토의되는 시기에 왼새끼를 꼬면서 령도의 계승문제를 음으로 양으로 방해하는 천추에 용납 못할 대역죄를 지었다."

13일 공개된 북한 장성택에 대한 사형판결문 대목을 보면, '왼새끼'는 몸을 꼬았다는걸 일컫는다기보다는 '혼자서 딴 생각하고 삐딱하게 나갔다'는 뜻이라고 보이지만, 그런 자세가 밖으로 드러나, 태도 자체가 삐딱하게 앉아 있는 걸 '왼새끼 꼰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국가권력의 공식 사형판결문에 왼새끼 꼬았다고, 다시 말해 '삐딱했다'는 걸 집어넣은건 살다살다 처음본다. 그뿐인가, '마지못해' 일어나고, 박수 '건성건성' 치는 것까지 들어갔다.
"온 장내가 열광적인 환호로 끓어번질 때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서서 건성건성 박수를 치면서 오만불손하게 행동하여 우리 군대와 인민의 치솟는 분노를 자아냈다."

"현대판종파의 두목으로서 장기간에 걸쳐 불순세력을 규합하고 분파를 형성하여 우리 당과 국가의 최고권력을 찬탈할 야망밑에 갖은 모략과 비렬한 수법으로 국가전복음모의 극악한 범죄를 감행한" 으로 시작하는 '범죄사실'은 수십년간 반복돼 온 구절이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오히려 '왼새끼, 건성건성, 마지못해'...라는 단어들에서 보이는 야만의 공포체제를 우리가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에 암담해진다.

 (서울=뉴스1)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숙청이 결정된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2일 열린 특별군사재판 후 즉각 사형을 당했다고 13일 밝혔다.  사진은 포승줄에 양 손이 묶인 장성택이 국가안전보위부원들에게 붙들린 채 법정에 선 모습. 원내는 구타당한 흔적(YTN 화면캡쳐) 2013.12.13/뉴스1
(서울=뉴스1)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숙청이 결정된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2일 열린 특별군사재판 후 즉각 사형을 당했다고 13일 밝혔다. 사진은 포승줄에 양 손이 묶인 장성택이 국가안전보위부원들에게 붙들린 채 법정에 선 모습. 원내는 구타당한 흔적(YTN 화면캡쳐) 2013.12.13/뉴스1
5일전까지 북한 권력 '2인자'였던 장성택을 "개만도 못한 추악한 인간쓰레기"로 규정한뒤 '반혁명음모'의 죄를 씌워 판결 즉시 사형시켜 버린 신속성 앞에 '문명사회'라든지 '상식'이라든지 하는 단어는 설 곳이 없다.

그런데, 70년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 대목에서 '내란음모'의 굴레를 씌워 8명의 민간인을 사형시킨 1974년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을 반사적으로 떠올리는 게 (종북이 아니라) 정상이다.

초등학생 둘째가 "뉴스가 온통 북한이야기인데, 거기선 고모부를 왜 죽여?"라고 묻길래 "김정은에게 도전했다는 건데..."라며 대략 설명을 해줬다. 그리고선 "아빠가 초등학교 다닐 때 우리 나라에서도 8명이나 되는 사람을 사형선고 다음날 곧바로 죽인 적이 있단다"라고 말해주자 "진짜?"라며 눈이 똥그래진다.

초등학생이던 나는 잘 몰랐지만, 아직도 살아계신 나의 부모님 세대들이 느꼈을 전율과 공포를 장성택 처형을 보면서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쉿, 그런 소리하면 큰일나"라며 손가락을 입에 대시던 아버지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대통령을 욕할 수 있는 자유를 쟁취한 우리 사회가 자랑스럽고 고맙지 않을 수 없다.

요즘 박근혜 대통령이 '공포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사형선고 통지서가 구치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군인도 아닌 민간인을, 1명도 아닌 8명씩이나 처형해 버리던 '아버지 박정희 시대'와는 비할 바가 아니다.

'그깟 레이저쯤 맞으면 어떤가, 기관총도 아닌데. 안 죽으면 되지'라고 생각하면 그만인데...
요즘엔 걱정이 점점 커지는게 사실이다. '박근혜 키즈'로 불렸던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까지 나서서 "다른 논의는 항상 자기들 마음대로 파기하고 알맹이 빼놓으면서 지도자를 모욕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매우 빠르고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남북 양수겸장을 놓는 지경이 됐으니 말이다.

어느 조직이건 비판에 대한 관용도와 건전성은 비례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잘못했다간 한순간에 날아간다는 걸 목격하는 구성원들은 공포로 얼어붙는다. 당장은 일사분란하게 잘 굴러가는듯 보일지 모르지만, 그런 조직이 오래 오래 잘 굴러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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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공포가 조직을 지탱하는 문화가 되게 해서는 안된다는 '조직의 당위'를, 자신의 행동과 동일시하는 순진한 사람은 없길 바란다.

하루 종일 장성택 처형 뉴스를 지켜본 직장인들 사이에는 서로 "어, 박수 제대로 안치지? 다리 꼬고 앉아? 이야기하는게 영 건성건성인데?" 이런 말들이 오갔다. 농담이 농담만은 아니라는 걸 직장생활 20년 넘게 해보면 안다.

민간 그룹 부회장으로 영입됐던 장관급 고위공무원이 첫날 회장 주재 회의에서 담배 하나 빼 물었다가 자신보다 나이어린 회장에게 면전에서 면박당하고 다음날 바로 짤렸다는 '전설'이 있다. 크고 작은 비슷한 일이 조직에서 늘 일어난다.

둘러보면 쓸데없이 왼새끼 꼬는 사람들이 주위에 없지 않다. 동료들과 같이 이야기할 때 딴청 부리고, 불필요하게 말 툴툴거리고, 무슨 일을 하든 '에이, 무슨 그런..' 하면서 딴죽을 건다. 의도적으로 상사에 대한 예의를 소홀히 함으로써 본인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보이고자 한다.
자신을 잘 알아주지 못하는데 대한, 혹은 불합리한 조직에 대한 불만을 그렇게라도 표현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그게 버릇되면 마지막엔 '장성택'이 돼 있을지도 모른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새로운 걸 시도하는 '창조적인' 왼새끼라면 모르겠으되, 겉으로 드러나는 사소한 왼새끼에 목숨 걸 일 없다.
몸뚱아리밖에 없는 월급쟁이들이야 밥그릇 끊기는 게 곧 사형선고 아닌가. 왼새끼를 꼬려면 마음 속에서 원대하게 꼰 다음에, 제대로 보여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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