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서 '스토케'까지···김정주에 인수이유 물으니

"게임회사가 유모차를?" 국내 게임업체 1위 넥슨의 지주회사 NXC가 글로벌 프리미엄 유모차업체 스토케를 인수했다. 지난 주말 외신을 통해 발표된 이 소식에 많은 국내 소비자들과 게임마니아들은 전혀 다른 업종의 깜짝 딜(deal)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NXC가 올 6월에도 조립식 블록완구 레고의 거래사이트 '브릭링크'를 사들였다는 점에서 김정주 NXC 대표(사진)의 베팅이 전혀 낯설지만은 않다. 게임업체의 제조업 인수는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김정주 대표는 15일 머니투데이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스토케 인수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쏟았고 그결과 글로벌 브랜드로서 성장 가능성이 유망하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며 "80년 동안 스토케를 운영해 온 스토케 가문에 이어 운영하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 유아용품업체 스토케는 고급 유모차 브랜드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80년간 스토케 가문에서 가업을 이으며 장인정신을 계승해왔다. 외신 등에 따르면 스토케 인수가격은 4억8300만 달러(한화 5085억원 상당)로 알려졌다. NXC 유동자산 2조1628억원(2012년·연결기준)의 4분의 1 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한 데는 충분히 투자효과가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스토케 제품의) 가격이 비싸다는 세간의 지적이 있다는 것을 안다, 개선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어떤 일을 하든지 사람들 마음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런 일(인수)을 하면서도 그런 부분에 가장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비싼 가격이라는 점에 방점이 찍혀있지만, 가격 보다는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이 먼저 떠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스토케 인수는 최근 캐릭터·교육교재·출판·어린이재활병원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넥슨과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넥슨은 중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지난해 넥슨이 중국에서 올린 매출은 6817억원. 넥슨 총매출 1조5275억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한자녀 정책을 유지해온 중국은 '소황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모들이 양육에 많은 돈을 지출한다. 최근 중국 정부가 한자녀 정책을 완화키로 하면서 육아용품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중국 시장에 기반이 탄탄한 넥슨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갖춘 스토케의 협력은 아시아지역에서 성장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

NXC 고위 관계자는 "넥슨 유럽법인으로부터 스토케가 매물로 나왔다는 정보를 받고 바로 인수 검토에 들어갔다"며 "지주사로서 투자가치가 높은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로 넥슨의 글로벌 인지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스토케는 넥슨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서유럽 및 북미지역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앞서 NXC가 인수한 브릭링크도 세계 최대 레고거래 사이트로 이 지역에서 호응이 높다. 온라인게임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서구권에서, 인기가 높은 브랜드를 인수함으로써 기업홍보 및 온라인게임 확산까지 노릴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들 인수기업은 탄탄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어 서비스 개선 등으로 부가가치도 높일 수 있다. 브릭링크도 NXC에 인수된 이후 서비스 운영 등을 보강키 위해 사이트 개편 등을 계획 중이다.

김 대표의 공격적 인수성향도 다시 한번 주목 받고 있다. 넥슨과 NXC는 브릭링크 인수 이전까지 국내외 굵직한 게임기업들을 사들였다. 네오플, 게임하이, JCE(현 조이시티)에 이어 국내 최대 게임기업 엔씨소프트 (171,500원 ▲1,000 +0.59%)도 품에 안았다. 일본 모바일기업 글룹스와 인블루 등 해외 기업도 인수했다.

김 대표는 수년간 국내외를 돌며 굵직한 기업의 경영진들과 회동을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M&A(인수합병)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한 게임업계 대표는 "NXC는 자본금이 막대해 인수설이 끊이지 않는다"며 "최근 사업행보를 감안하면 넥슨은 단순한 게임기업이 아닌 저연령층 대상의 종합 문화기업으로 차근차근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