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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만 일해도 월120만원씩 드려요" 무슨일?

[웰빙에세이] 대한민국에서 한 달 120만 원으로 산다는 것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장 |입력 : 2013.12.16 08:18|조회 : 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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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만 일해도 월 120만 원씩 죽을 때까지 드려요.
재산 소득 상관없이 받기만 하세요.
통장에 꽂아 드려요.
어떻게 차지한 우리의 권력인데요.
특권 없는 국회죠?
국민을 위한 정치죠?
우리가 배불러야 국민이 잘 살아요.
여야 간 모두 힘을 합쳐 국회의원 연금법 통과됐네.
월 120만 원! 매달 120만 원!

국회의원 연금법을 조롱하는 노래다. 제목은 '매달 120만원송'! 매달 120만 원은 단 하루만 배지를 달아도 예순 다섯부터 연금을 받도록 한 헌정회 육성법에 따른 것이다. 1991년 제정된 이 법이 우여곡절 끝에 개정돼 현역인 19대 의원부터는 연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 만시지탄! 막차를 놓친 의원님들은 섭섭하시겠다. 법을 고친 뜻을 받들어 앞차를 타고 가시는 분들도 '120만 원의 특권'을 내려놓으면 좋겠다.

월 120만 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매달 120만 원은 더더욱 그렇다. 예순 다섯부터 죽을 때까지 이 돈을 나라에서 꼬박꼬박 받기로 했다면 평생 노후설계는 다 된 것이다.

나는 1989년부터 2011년까지 22년 동안 국민연금을 냈다. 연금은 예순 셋인 2024년부터 받는다. 그 돈이 85만 원 가량 된다. 지금은 벌이가 없어 못 내는데 어떻게든 예순까지 계속 내면 연금액이 120만 원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그러니까 늙어서 매달 120만 원을 나라에서 받으려면 30여 년을 쉬지 않고 벌어 돈을 내야 한다.

'늙어서 얼마'를 따질 처지가 아닌 사람들도 많다. 이들에게 한 달 120만 원은 엄혹한 현실이다.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절체절명의 생존 과제다.

지방대학을 나와 제대로 직장을 잡지 못한 빈털터리 젊은이가 있다. 그는 할 수 없이 전국을 떠돌며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 진도에서 꽃게잡이 배를 탄다. 월 12만 원짜리 벌집 고시원에서 지내며 편의점과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산 돼지농장에서 똥을 치운다. 춘천 비닐하우스에서 먹고 자며 오이를 딴다. 당진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가공을 하고 조립을 한다. 작업환경은 지옥 같고, 노동 강도는 살인적이고, 대우와 처우는 비인간 · 비인격적이다. 그렇게 뼈 빠지게 일해서 버는 돈은 한 달 100만 원에서 150만 원 사이다. 평균 잡아 120만 원 남짓이다.

길고 캄캄한 청춘의 터널을 지나며 그는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젊은 친구들이 힘든 일은 안 하려고 하면서 돈만 밝힌다고 투덜댔다. 이런 평가는 공정하지 못한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은 힘들고 돈 안 되고 그렇다고 작업장에서 인격적인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닌 일을 하려고 하지 않을 뿐이다. 생각해보면, 어느 누가 그런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왜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힘들고 위험하고 보수도 적은 일을 참고 버티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 걸까? 누군가 그런 일을 그만둔다면 그건 그들이 참을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현명하고 이성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 한승태, <인간의 조건> 중에서

그는 묻지만 나는 할 말이 없다. 그의 아픔, 그의 상처, 그의 분노, 그의 냉소, 그의 비틀림, 그의 일그러짐. 그의 절망, 그의 소망…. 그런 것들을 엿보며 나는 부끄럽다. 나는 진짜 밑바닥 삶을 모른다.

우리 집도 지금 한 달 120만 원에 산다. 나와 동생이 한 달에 쓰는 돈은 통틀어 120만 원이다. 이 중 20여만 원이 건강보험료로 빠진다. 그리고 남는 100만 원을 동생과 내가 45만 원과 55만 원으로 나눈다. 동생은 45만 원으로 집안 살림을 한다. 장을 보고, 밥상을 차리고, 생활용품을 산다. 텃밭을 가꾸고, 김장을 한다. 내 몫 55만 원 중 15만 원은 공과금으로 빠진다. 상수도, 전기, 인터넷, 휴대전화료다. 남은 40만 원으로 난방을 하고, 자동차를 굴리고, 설과 추석 명절을 지내고, 제사를 치르고, 용돈을 쓴다.

나는 '월 120만 원'의 힘을 안다. '매달 120만 원'의 위력을 안다. '한 달 120만 원으로 평생 살기'가 우리 집 살림의 모토다. 2년 가까이 그렇게 살아보니 아주 편하고 좋다. 그것은 덜 버는 대신 덜 사고 덜 쓰고 덜 버리는 삶이다. 마음 덜 쓰고 머리 덜 굴리는 대신 몸 더 움직이고 가슴 더 여는 삶이다. 여섯 가지를 덜 하고 두 가지를 더 하기! 내 식으로 정리하면 '6덜2더'다. '6 less 2 more'다.

나는 이런 틀을 만들기 위해 욕망의 도시를 떠났다. 집과 가진 것을 다 정리해서 오피스텔을 두 채 샀다. 여기서 나오는 월세 120만 원이 우리 집의 한 달 생활비다. 그러니까 나에게는 법벌이의 고단함이 없다. 나는 그만 벌고 편히 산다. 한 달 120만 원의 한도 안에서 자유롭다. 나는 더 벌려고 삶을 번거롭게 하지 않을 것이다. 덜 벌고 더 살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언제나 조심스럽다. 내 삶은 120만 원 위에 있다. 나는 이 아래로 내려가 보지 않았다. 나는 많이 가진 사람이다. '한 달 120만 원'은 그것을 가르는 커트라인 같은 것이다. 120만 원 아래는 '빵 없이 못사는 세상'이다. 120만 원 위는 '빵만으로 못 사는 세상'이다. 빵 없이 못 사는 세상에서는 빵이 전부다. 빵을 구하는데 삶이 전부 투입된다. 빵이 곧 삶이다. 그러니 120만 원을 우습게보지 마라. 120만 원을 가지고 희롱하지 마라.

누구든 빵만으로 살지 않으려면 '한 달 120만 원'의 살림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 그것은 각자의 숙제다. 피할 수 없는 밥벌이의 중대함이다. 그래도 안 되는 가난은 함께 풀어야 한다. 서로 돕고 나눠야 한다. 혹시 '한 달 120만 원'의 커트라인이 너무 높은가? 그렇다면 낮춰라. 한 달 50만원을 가지고도 빵에 매달리지 않고 살 수 있다면 그 삶은 더욱 가벼워질 것이다. 혹시 '한 달 120만 원'의 커트라인이 너무 낮은가? 그렇다면 높여라. 다만 그걸 높이느라 평생 빵에만 매달려 사는 함정에는 부디 빠지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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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wotcho1126  | 2014.01.12 11:45

이 기사가 왜 언론에 묻혔을까? 이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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