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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雜s]아빠는 왜 '변호인'이 안됐어?

50雜s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13.12.30 13:15|조회 : 28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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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40대 남자가 늘어놓는 잡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도 여전히 나도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40대의 다이어리입니다. 몇년 있으면 50雜s로 바뀝니다. 계속 쓸 수 있다면...
[40雜s]아빠는 왜 '변호인'이 안됐어?
고1 딸아이가 기어코 묻는다.
"아빠는 그때 뭐했어?"

딸아이와 둘이서 모처럼 영화를 보고 나서는 휴일 늦은 밤, 바깥공기는 차갑고도 무거웠다. 사상 최단기 400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웠다는 '변호인'.
"그 영화 재밌다더라"며 기말고사 마친 기념으로 보러 가자는 딸의 제안으로 나선 나들이였지만, 상영 내내 난롯가에 앉은 듯 여기저기 후끈거려 마음이 편치 않았다.

딸아이도 영화 속 현실이 존재했다는게 많이 답답한 모양이었다.
영화 상영중에도 딸은 옆사람 눈치를 보면서 귓속말로 계속 소근소근 물어왔다.
('제국의 아이들' 임시완이 통닭구이 고문 당하는 장면이 제일 가슴 아팠나보다.)

"왜 고문해서 빨갱이라고 뒤집어 씌우는거야?"
"응, 그건...국민들이 아무 말도 못하고, 저항할 생각도 못하게 만드는 본보기로..."

송우석 변호사를 패대기 치던 고문경찰 차동영 경감이 길에서 애국가가 들려오자 거수 경례를 하는걸 보고는 "저 사람 왜 저래? 갑자기?"라고 눈을 똥그랗게 뜬다.
"옛날에 국기 하강식이라는게 있었어. 학교에선 국기에 대한 경례 안하면 벌도 받고 그랬지"
"헐, 지금도 그래?"
"요즘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

질문은 집에 오는 길에도 끊이질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그때 대통령이던 전두환이 아직도 좋은 집에서 잘 살수 있어?"
"처벌은 받았단다. 재산은 요즘 환수한다고 하고 있지"
"그게 무슨 처벌이야? 지금까진 (환수도 안하고) 뭐했는데?"

"저 검사는 지금은 뭐해?"
"글쎄..." (나도 궁금해서 나중에 찾아보니 영화속 '그때 그 검사'는 새누리당 3선의원 최병국씨였다. 그러고 보니 최의원이 '전공'을 살려 TV 토론 프로에서 '내란음모'혐의 기소의 타당성 등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기억도 떠올랐다.)

"고문하는 걸 임무로 하는 경찰이 따로 있었던거야? 진짜 저랬어?"
"'고문 기술자'라고 불린 이근안은 감옥에 갔다가 풀려나 목사가 되기까지 했단다.
대개는 이런 사람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그랬다'고들 하지."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왜 그렇게 나쁜거야? 생각만 해도 안되는거야? "
"생각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고,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단다"
"우리나라가 지금도 그래?"
"그때완 다르지만, 아주 완전히 달라진 건 아닌것 같아"

많은 질문중에 제일 답하기 곤란했던 건 역시
"아빠는 그때 뭐 했는데?"였다.

영화 '변호인'의 배경이 된 '부림사건'이 있기 1년전인 1980년 5월로 내 머릿속의 시계는 돌아간다. 콩볶는 총소리가 잠시 그치고 시민들이 광주의 '주인'이 됐을 때였다.
"아빠는 왜 안나가요?"
까까머리 중2 아이는 딱 지금의 내 나이이시던 아버지께 그렇게 물었었다.
카빈총을 든 '시민군'들이 순찰을 돌고, 도청앞이 시위대로 뒤덮이는 걸 지켜보다가 무심코 던진 질문이었다.

뭔가 말씀을 하시려다 말던 아버지. 어색한 침묵이 잠시 흐른뒤 옆에 있던 형이 "임마, 그럼 가족은 누가 돌보는데?"라고 면박을 주는 것으로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30년이 지나도 뇌리에 남아 있는 그때 그 장면이 떠오를 때면, 언젠가는 나도 아이들에게 "아빠는 어땠는데"라는 질문들을 자주 듣게 될 거라 생각했다.
지켜야 할 게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거대한 명분만 있는 것도 아니고 지켜 내야 하는 사람은 '변호인'만도 아니다.
과거·현재를 불문하고 아빠 엄마를 현실에 대입해보는 아이들은, 말로 하지 않아도 눈으로 마음으로 묻는다. 형이 대신 했던 "가족은 누가 돌보냐"는 말로 모면하기 힘든 질문들을.

삼십대 중반의 영화속 송변호사가 부림 사건 변호를 제안하러 온 선배 변호사에게(엉뚱하게 요트 국가대표가 되겠다며) "돈은 이제 원 풀었심더. 이제 국가를 위해 뭔가 해봐야 하지 않겠십니꺼"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귀가 번쩍 뜨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 밥그릇부터 해결돼야 그 다음에 뭘 하건 말건 하지'... 이런 위안도 구차하긴 마찬가지다. 밥그릇 하나 해결하면 그 다음에 또 채워야 할 밥그릇들이 줄줄이 나타나는 걸 알고 있기에.

영화속 송 변호사는 "니 아이들에게는 이런 세상을 물려주지 말아야겠지 않나"라고 말한다. 우리는 지금, 아이들에게 물려줄 만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는 모르겠다. "아빠는 그때 뭐했어?"는 그렇다치고, 어느날 불쑥 "아빠는 지금 뭐해?"라는 질문을 받게 될지 모를 일이다.

내 아이의 아이가 30년 뒤에 내 아이에게 "엄마는 저 때 뭐했어?"라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그런 세상을 물려주진 말아야 할 텐데.

또 한 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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