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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 17범' 사기범 축구동호회서 검거, 첫마디가…

[경찰청 사람들] 강서경찰서 사기범 전담 팀장 임진우 경위

경찰청사람들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입력 : 2014.01.04 21:27|조회 : 27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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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우 경위/ 사진=최부석 기자
임진우 경위/ 사진=최부석 기자
#지난해 4월 어느 일요일 오전 10시40분. 임진우(40) 경위는 '추리닝'을 입고 인천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 벤치에 태연하게 앉아있었다. 흡사 조기축구동호회의 일원 같은 모습.

하지만 임 경위의 머릿속은 온통 '그 남자'로 가득했다. 운동장에 동호회원들이 속속 도착했다. 그중 한 남성이 운동장에 걸어 들어오자 임 경위의 눈빛은 본능적으로 반짝였다. "000씨!" 남성은 움찔했다. "조용히 가시죠."

'커피점을 인수하겠다'며 커피전문점 소상공인들에게 접근해 인테리어비 등 초기자본을 빌미로 3800만원을 뜯어낸 사기범 조모씨(43)는 그렇게 검거됐다. 구속영장과 체포영장이 발부된 수배자이자 전과 17범인 조씨는 임 경위에게 "동호회원들에겐 비밀로 해달다"고 부탁했다. 임 경위는 조씨를 차에 태운 후 수갑을 채웠다.

임 경위는 서울 강서경찰서 악성사기범 검거전담팀장이다. 1998년 2월 경찰에 입문해 강력팀과 경제팀 등 수사 분야에 8년간 경력을 쌓아온 그는 2012년부터 2년째 '악성사기범'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사기범 중에서도 피해금액이 크거나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장기도주 수배자들은 '악성 사기범'으로 분류돼 전담팀에 배당된다.

강서경찰서는 서울지역에서 가장 먼저 전담팀이 꾸려진 곳이다. 임 경위를 포함해 4명의 수사관들이 2인 1조로 검거에 나선다. 이들이 지난해 검거한 인원만 83명(피해금액 390억 상당). 나흘에 1명꼴이다. 이중 서민상대 사기범이 36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상대 사기범이 각각 18명, 경찰청 선정 주요 지명수배나(6명)와 장기 미검 지명수배자(5명)가 뒤를 이었다.

임진우 경위. /사진=최부석 기자
임진우 경위. /사진=최부석 기자
임 경위는 인터뷰 전날(2일)에도 13억여원을 가로채 도주한 계주를 검거했다. 이처럼 높은 검거율의 비결은 뭘까. 고도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통신수사와 추적기법을 기대했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반드시 검거해야겠다는 의지, 마음이 제일 중요해요." 임 경위에 따르면 이 간절한 '마음'이 모든 집중력의 원천이다. "내 부모님이, 내 가족이 사기를 당했다면 어떨까 피해자의 심경을 떠올려보고 실제 피해를 입어 한 가정이 파탄나는 걸 보면 제2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해야겠다는 의지가 솟아나죠."

임 경위는 그런 측면에서 과거 강력범죄자를 쫓을 때보다 더 다급한 마음으로 경제사범 검거에 나선다. 한시라도 빨리 붙잡는 것만이 선의의 피해자를 줄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검거기법은 단순하고 원초적이다. 피해자나 지인 등의 진술을 토대로 피의자에 대한 단서를 모은 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숨어있는 피의자를 붙잡는다. 기술의 힘을 빌려 통신수사나 위치추적, 계좌추적 등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영장발급에 시간이 소요되고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을 쓰는 등 수법이 날로 교활해져 이마저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결국 수사의 상당 부분은 거의 매일 반복되는 탐문과 잠복, 그리고 현장 수사관의 '감'에 빚을 지게 된다.

임 경위의 머릿속은 늘 분주하다. 머릿속을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눠 수사 중인 사건 수배자들의 데이터를 쌓아 하나의 통합된 이야기를 만들어둔다.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수배자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상상력도 필수다. 그의 스마트폰엔 가족사진보다 수배자들 사진이 더 많다. 수배자들의 사진을 수시로 들여다보며 얼굴을 눈에 익힌다. "세월이 흘러 헤어스타일과 화장법, 주름살은 변하고 심지어 '성형수술'을 해도 '눈빛'은 쉽게 변하지 않죠."

수사 과정에서 웃지 못 할 일들도 생긴다. '축구동호회 회원'이라는 단서만 갖고 인터넷 동호회 카페 사진첩을 뒤져 조씨가 소속된 조기축구회 회원 행세를 한 건 약과다. 꽁꽁 숨어있는 수배자를 밖으로 불러내기 위해 집배원이나 택배기사, 관리사무소 직원 복장을 한 채 연기도 하고, 여성의 목소리가 필요한 경우 지나가는 행인에게 반장아줌마 목소리 연기를 해달라고 사정하기도 한다.

어딜 가나 통신기지국 위치를 찾아 두리번거리고 지나가는 행인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직업병'도 얻었다. 업무상 길거리를 걸으면서도 스마트폰 2대를 번갈아 쳐다보는 통에 대리기사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당했다. 임 경위는 "'경찰 사칭' 사기가 많다보니 병원이나 회사에 가서 수사협조를 요청해도 경찰임을 안 믿어주고 112에 확인전화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강서경찰서 악성사기범 검거전담팀의 수사 결과 피해가 회복된 시민들이 직접 경찰서로 감사편지를 보내오거나 사이버경찰청에 감사의 글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사진=강서경찰서 제공
강서경찰서 악성사기범 검거전담팀의 수사 결과 피해가 회복된 시민들이 직접 경찰서로 감사편지를 보내오거나 사이버경찰청에 감사의 글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사진=강서경찰서 제공
그래도 고생 끝에 범인을 검거할 때, 피해자들이 피해금액을 변제받고 감사인사를 전할 때의 '보람'은 모든 피곤을 잊게 한다. 사기범죄는 피해자도 서민층이 많지만 피의자도 서민인 경우가 많다. 인간적으로 안타까움을 느낄 때도 있다.

"잡으러 갔을 때 집에 어린 애들이 있으면 아빠 친구라고 속이고 데리고 나가는데도 어떻게 알고 막 울어요. 미용실을 하며 빚을 지게 돼 어린 자녀들과 떨어져 노래방 도우미일로 돈을 벌던 여성, 200만원을 빌리고 못 갚아 수배된 70대 독거노인 등 상습사기꾼이 아닌 경우 안타까운 사연도 있죠."

이렇게 수많은 수사관들이 뛰는데도 사기범죄는 근절될 수 없을까. 임 경위는 "지능화될 뿐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돈을 벌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사탕발림'을 늘어놓는 사기꾼에 속아 넘어가는 피해자들은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것. 최근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등 신종범죄가 언론에 많이 알려졌지만 여전히 돈을 빌렸다 갚지 않는 '고전적' 차용사기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사기범들은 강력범들과 달리 사회생활을 하며 번지르르한 겉모습과 뛰어난 언변으로 환심을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돈거래를 할 땐 말만 믿지 말고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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