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수학, 세계 10위권 반열에 올리는 상승 모멘텀 맞을 것"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은 새해 벽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2014년에는 '세계 4대 올림픽'이 열린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소치동계올림픽(2월)과 브라질 월드컵(6월)에 이어 나머지 2개의 올림픽은 미래부의 올해 중점사업인 IT올림픽 'ITU 전권회의'(10월)와 수학올림픽 '세계수학자대회'(8월)이다.


특히 세계수학자대회는 19세기말(1897년)부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유일한 기초과학분야 최대 국제학회로 4년 주기로 실시된다. 이 대회가 오는 8월 13일부터 9일간 서울에서 100개국 국내외 수학자 6000여명 규모로 처음 열린다.

박형주 2014 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사진=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

박형주 2014 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포스텍 교수)은 본지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는 11~13위권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가 수학 순위를 톱10권에 진입시키는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회 특징은 개최국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을 수여한다는 것. 무엇보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 학자가 유력 후보에 올랐을 것이란 추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총 52명의 필즈상 수상자가 선정되는 동안 우리나라는 단 한 명의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국제수학연맹에서 한국 수학을 최상위등급(5군)에 근접한 4군으로 2단계 상향 조정한 데다 개최국 프리미엄을 누릴 것이란 전망이 더해지면서 이번엔 기대를 걸어볼만하다는 게 수학계 중론이다.


박 위원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의 젊은 수학자들이 세계 무대에서 추천받거나 데뷔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며, 해외 석학들과 공동연구를 할 기회도 그만큼 늘 것"이라며 "우리나라 수학계가 주류수학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요즘 수학이 전성시대를 맞은 것 같다.
"그렇다, 5년전부터 이과 '톱2'는 의예과와 수학이 차지하고 있다. 서울대와 포항공대, 카이스트 등 소위 톱클래스 대학 진학자들의 학과지원 경쟁률을 봐도 의예과와 수학과가 단연 높다. 1~2년 전부턴 연세대, 고려대에서도 높은 대학수능점수를 획득한 입시지원자들이 수학과로 몰리고 있다"

-왜 그런가?
"최근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실리콘벨리 기업인사담당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출신과 '넘버2'가 수학과이다. 기술 진보가 워낙 빠른 속도로 진행되다 보니 대학에서 뭘 배웠는가가 중요치 않다. 때문에 20세기 중반 산업별 '맞춤형 교육'을 받은 사람을 선호하는 추세가 시들고, 요즘에는 새로운 기술을 더 빨리 익힐 수 있는 유연성과 논리적인 사고력을 가진 사람을 더 추구한다. 그런 측면에서 수학전공자를 금융이나 산업분야에서 더 많이 찾는 분위기다"

-'퀀트 대가' 제임스 H.사이먼스(짐 사이먼스)의 초청강연이 눈에 띈다.
"포항공대 학과장 시절, 면접전형 때 함께 온 학부모들로부터 "우리 아이를 짐 사이먼스와 같은 수학자로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았다. 그때 어떻게 짐 사이먼스라는 인물을 알까라는 궁금증이 들었고, '엄마 부대'의 정보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수학계 거물인 짐 사이먼스를 초청하기 위해 2년간 공을 들였다. 이번 강연에서 그는 수학자로서의 삶이 자기 인생에 어떤 변화나 기여를 했나를 회고하게 된다."

-대회 유치를 결심한 이유는.
"국제수학연맹으로부터 우리나라 수학 수준을 그룹2로 상향조정한다는 결정 통보를 받으면서 대회 유치의 자신감을 동시에 가졌다. 보통 그룹상향조정 심사는 1개월이나 우리나라는 반년이나 걸렸다. 그동안 '현미경 검증'이라 불릴 정도의 밀도 있는 심사를 받았던 거다. 우리측에서 2등급 격상을 요구했는 데 그런 전례가 없었다고 한다. 연맹에선 '현대수학의 저명한 학자 출신 이름과 업적을 제출하라' '주요 국제학회지에서 활동 중인 주요 한국인 명단을 내라'는 등 까다롭게 진행을 했다. 아마, 국제수학연맹 역사상 한 번에 수학등급이 2단계 올라선 나라는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불모지나 다름없던 척박한 우리나라 수학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해왔다는 점이 이번 수학자대회 유치에 회원국 표를 끌어올 수 있었던 이유가 됐던 것 같다"

-이 대회를 통해 뭘 얻고자 하나.
"중국이 얻은 효과를 우리도 갖고 싶다. 역대개최국 성과를 사전에 분석해 봤다. 중국에선 지난 2002년,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이 발벗고 나서 세계수학자대회를 전략적으로 유치했다. 인민대회당을 개막식 장소로 내줄 정도였다. 장쩌민 전 주석은 개막식 3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수학을 국가산업의 핵심동력으로 삼고자 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었다. 이후 중국 수학논문은 3배 가량 늘었다. 해외 유학중이던 수학자들이 자국으로 돌아오고, 유능하 인재들이 수학 분야로 대거 유입되는 등의 지렛대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