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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雜s]내가 받은 설 선물, 뇌물일까?...네가지 기준

50雜s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14.01.12 07:46|조회 : 6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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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40대 남자가 늘어놓는 잡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도 여전히 나도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40대의 다이어리입니다. 몇년 있으면 50雜s로 바뀝니다. 계속 쓸 수 있다면...
산업통상자원부 고위직 공무원을 거쳐 얼마 전 산하 공공기관장으로 나온 A씨.

핵심 보직을 거친 A씨에게는 명절 때면 어찌어찌 집주소를 알아내 선물을 보내오는 곳들이 적지 않았다. 고가이거나 상하기 쉬운 물건들은 품을 들여 돌려보내지만 택배로 집 앞에 놓여진 경우는 돌려보내는 것도 힘들다.
이런 선물은 고아원으로 보낸다. 물론 명절때 뿐 아니라 평소 개인적으로 찾아가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주는 관계이기 때문에 선물을 전달해주는게 어색하지 않고 서로 마음을 즐겁게 나눌 수가 있다.
번거롭긴 하지만 선물 품목과 수량을 적은 수령증도 받는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오랫동안 반복되다보니 이제는 고아원측에서도 으레 노트를 미리 준비해 둔다.

A씨는 실제로 감사원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잘 나가던 공무원이니만큼 누군가 음해를 했을 가능성이 컸다. 명세서를 보고 '현장검증'까지 마친 감사원 공무원들은 도리어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돌아갔다.

◇ '선물'의 네 가지 기준

A씨 이야기를 들으며 고등학교 선생님이시던 아버님이 귤이나 사과 상자를 들고 온 학부모를 문 밖에서 돌려보내시던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렸다. 어렵던 시절 귤 한 상자가 적지 않은 부담일 수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집 앞까지 들고 온 성의도 무시하고, 평소 잘 사먹지 못하는 과일이나 먹을 것들을 돌려보내는 아버지가 속으론 야속했다.
그런 아버지도 주변에 사는 몇몇 분들한테는 선물을 하셨다. 대개는 김 한 톳 정도를 신문에 말아서 들고 가셨다. 가끔은 심심하신지 같이 데려가시기도 했다. 상대방은 "잠깐 들어 왔다 가시라"며 실랑이를 하다간 대개는 식용유 같은 선물을 다시 안겨주곤 했다.

택배가 등장하면서는 옛날의 이런 '정'이 사라지고 그냥 물건만 오간다. 주는 사람의 수고도 줄었지만 받는 사람의 감동은 그만큼 덜하다.

전달 시스템도 갈수록 IT와 결합해 발전한다. 얼마전 집 주소를 확인해달라는 문자를 받고 설 명절이 머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보내는 측에서는 일일이 전화돌리는 수고를 덜고, 받는 측에서도 사무실에서 집 주소를 전화기에 대고 불러주는 민망함을 없앨수 있으니 이렇게 문자로 보내는게 에티켓이 되고 있나 보다.
사실 전화로 "불러주세요" "안보내셔도 괜찮아요" 이러면서 실랑이를 하는 것보다, 답신을 하지 않거나 간단히 '고맙지만 마음만 받겠다'는 식의 문자를 보내는게 서로 마음 편하니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선물을 받았을 때 개인적으로 반갑고 마음이 느껴지는 분들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직무'상 알고 있는 경우다. 딱히 '뇌물'이라고까지 말하긴 뭣하지만, 명절때가 되면 '선물과 뇌물', '순수성과 대가성'의 경계를 고민하게 되는게 한 두사람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건네지는 물건이 선물인지, 아니면 뇌물 혹은 적선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은 '상호성 (reciprocity)''적정성(adequate)' '공감(sympathy)'세가지이다.
우리보다 일찍 자연스럽게 선물 문화가 정착된 서구에서 하는 말들이다. 나는 여기에 '공개가능성'을 하나 더 추가해 '네 가지'가 있어야 선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방적이지 않고 서로 주고 받는 것이고, 적당한 효용성과 가격대의 품목이며, 주고 받는 사람이 서로 '그럴 만한 사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누구에게나 거리낌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어야 선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릴적 아버지께서 주위 분들께 전했던 선물은 서로 주고 받는 것이었고, 김이나 과일처럼 설탕처럼 집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적당한 가격대의 물건이었으며, 주고 받는 사람이 서로 오랫동안 교류해온 사이라는 점에서 '선물'의 범주를 넘지 않는 것이었다. 아들을 함께 데려갈 정도면 선물하는 걸 숨길 이유도 없었음이 분명하다.

민간에 있건, 공직에 있건, 선물을 주로 받는 입장에 있는 분들이라면 올 명절 땐 지금 내가 받는 선물이 '네 가지'를 갖췄는지를 한번쯤 반문해 볼 일이다(기자라는 직업도 물론 예외일 순 없다).

선물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그만큼 남에게 개인적으로 선물을 해줄 것 같지는 않으니 첫 번째 항목에서부터 빨간 불일 것이다. 대놓고 사무실에서 전화기에 대고 주소를 불러주는게 민망하다면 '공개 가능성'도 OK는 아닐 것 같다.
마찬가지, '적성성'과 '공감'이라는 기준에서도 선뜻 자신있게 '선물'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진 않을 법하다.
기관장 A씨는, 돌려보내지 못한 선물을 고아원에 대신 기부해 버림으로써 뇌물이 될 뻔한 위험물을 제거한 셈이다.

◇ '자중손실' 줄이고, '3중효과' 내려면

'네 가지'의 범위를 넘어선 물품들은 주는 측과 받는 측의 잠재의식에 간접적인 '거래'로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를 통한 상대방에 대한 장기적인 배려 내지 특혜는 공정한 사회의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기업의 부담, 사회적 불만도 커지기 때문에 '선물'의 개념을 두고 동서고금 고민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선물의 개념 여부를 떠나 경제학 이론으로 보면 선물풍습은 효용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 스쿨의 조엘 월드포겔 교수가 조사한 결과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선물의 가치를 실제 구입가의 67~90%로 평가했다. 선물을 준 사람이 지불한 가격의 10~33%에 해당하는 가치가 사라진 셈이다. 20년전에 실시된 연구이지만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으로 인한 효용상실을 일컫는 '자중손실(Deadweight loss)'의 사례로 요즘도 가끔 인용된다..

따라서 사회 전체적으로 볼때, 선물을 구입하는데 지출되는 비용을 줄이고 그 돈을 직접 수요자가 사용할 수 있게 하는게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혹은 선물보다는 현금 내지 기프트카드를 상대방에게 주는게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되겠지만 자칫 뇌물을 합리화하거나 기프트카드 판촉에나 도움이 될 지언정 우리로선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은 아닐듯 하다.

수요부족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우려가 큰 마당에, 명절대목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효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민간과 정부가 명절 선물을 '복지'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대기업이나 정부도 어느정도 노력을 하고 있긴 하지만, 좀 더 과감하게, '앞칸'에 대한 인사치레성 선물을 없애고 일반 직원이나 지역 주민 혹은 소비자,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뒷칸'사람들에게 선물예산 대부분을 할애하는 게 필요하다는 말이다.

명절선물도 소득과 마찬가지로 양극화와 '빈익빈 부익부'가 심한 분야다.
위에서 예로 든 기관장 A씨처럼 '트리클 다운(낙수효과)'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소수에 집중된 선물은 창고나 냉장고에 쌓여 두고두고 소비를 지연시키는 마이너스 효과를 낳는다. 반면 일반 서민에게 나눠진 선물은 즉시 소비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선물의 가치가 훨씬 높게 받아들여지니 '자중손실'도 적어져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인 자원배분이 이뤄지는 것이다.

주는 사람 더 보람 있고, 받는 사람 도움 되고, 경제적 효과도 커지고...'선물 복지'의 일석 삼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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