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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 또 하나의 '비정상'

[박재범의 브리핑룸]

박재범의 브리핑룸 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 기자 |입력 : 2014.01.13 16:04|조회 : 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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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은 '세일'보다 자극적이다. 소비자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몇 해 전 '반값'은 대인기였다. 대형마트는 규모의 경제를 활용, 반값 마케팅을 벌였다. 치킨까지 반값으로 나왔을 정도다. 그만큼 논란도 됐다. 마케팅 전략으로 '반값'은 그래도 성공작이었다.

'반값'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온 것은 대학 등록금과 연계되면서다. (1992년 대통령 선거때 국민당 후보로 출마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반값 아파트 공약을 내 건 적이 있긴 하다). 시기적으로는 2010년 전후다.

엄밀히 따지면 대학등록금이 오른 것은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등을 거치며 꽤 올랐다. 각 대학 총학생회의 주된 활동이 '등록금 동결 투쟁'이었을 정도다. 총장실 점거 등도 종종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각 대학의 개별 이슈였던 등록금이 이명박 정부 때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다. 이명박 정부 초기 등장했던 '촛불세대'가 '88만원 세대'로 이동한 영향도 배제할 수 없을 듯 하다.

구호는 간단했다. '반값 등록금'.
젊은층, 학부모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그냥 있을 리 없었다. 여야 모두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걸었다.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에도 반값 등록금은 포함됐다.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자는 데 누가 반대하겠나.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등에 따르면 올해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은 45%까지 경감이 가능하다. 내년에는 '반값등록금'이 실현된다. 불과 4년만에 반값 달성이다.

그럼 등록금이 내렸을까. 등록금 인하가 아니라 국가장학금으로 등록금의 절반을 커버해주는 게 지금의 '반값 등록금'이다. 2012년 1조7500억원이었던 국가장학금 예산은 올해 3조4575억원으로 늘었다. 2년만에 2배나 급증한 셈이다.

반면 이 기간 중 대학이 자체 노력으로 등록금을 내린 규모는 65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첫 해인 2012년 예산편성에 맞춰 6100억원 규모의 등록금을 인하했다. 그 뒤로 대학은 뒷짐만 지고 있을 뿐이다. 학부모가 애써 번 돈을 받든, 학부모가 낸 세금 중 일부를 국가로부터 받든 대학의 주머니는 채워진다.

대학 입장에선 애가 탈 이유가 없다. '반값 등록금'은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 됐다. 과도한 등록금의 합리적 조정, 난립한 대학의 구조조정을 통한 효율적 재편 등의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가장학금이 반값등록금의 도구가 된 결과다. 물론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 가는 일은 막아야 한다. 장학금의 존재 이유다.

하지만 국가장학금이 반값 등록금에 활용되면서 무상 보육의 대학판이 돼 버렸다. 대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선 어찌됐건 등록금만 덜 내면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 왜곡은 또다른 재앙을 불러온다. 국가 교육 정책, 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이 모두 어긋난다.

80%에 육박하는 대학 진학률을 낮추자고 하면서 정부 스스로 등록금의 절반을 지원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재원 부족으로 고교 무상 교육을 연기하는 판에 대학 교육 50%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셋째아이 대학등록금까지 내준다. 연 1225억원, 4년 뒤엔 연 5000억원 규모다.
대학 교육이 의무 교육으로 여겨지는 나라에서 대학 통·폐합이나 구조조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의 정책은 대학진학률 100%를 목표로 하고 있는 듯 하다. 비정상화의 정상화 행보 반대편에선 또다른 비정상이 계속 잉태되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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