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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법정관리후 사직서 쓴 1년차, "상무 멱살 한번만…"

[직딩블루스]이 빠진 상무, 新권력 부상 부장… 법정관리후 직원들 백태

직딩블루스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 이해진 인턴기자 |입력 : 2014.01.22 11:30|조회 : 1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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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임종철 디자이너
/ 그림=임종철 디자이너
수도권의 한 IT 중소기업에 다니는 1년차 J양(24)의 기대는 오늘도 무너졌다.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둔 이번 주말에도 꼼짝없이 특근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오늘 야근하면 주말엔 안 할 줄 알았더니...' 울상이 된 그녀는 힘없이 휴대폰을 들어 약속을 취소하는 카톡 메시지를 친구들에게 날렸다. "얘들아, 언니 주말에 특근한다."

그녀의 메시지를 확인한 친구들은 폭풍 답장으로 답했다. "또? 말도안돼", "당장 그만둬", "연봉은 올려준대?"

사표는 이미 써뒀다는 그녀의 대답에 친구들은 "드라마 같다"는 말을 연발했다. 그녀는 씁쓸히 웃으며 서랍을 열어 며칠전 작성해둔 사직서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녀의 생애 첫 사직서엔 '개인사유'란 딱 네마디가 적혀 있다.

입사한 지 1년도 안돼 회사가 자금 문제로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회사 분위기는 흉흉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패닉에 빠질 틈도 없이 전방위적인 회사 업무에 투입됐다. 동기들이 사퇴하거나 이직하면서 가뜩이나 업무량이 늘은데다 멘붕(멘탈붕괴·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상황)에 빠진 상사들이 본인 업무마저 그녀에게 맡기면서 거의 모든 회사 업무가 그녀에게 안겨졌기 때문이다.

'돈은 못 받고 일만 죽어라 하는구나' 퇴근 시간인 6시가 가까워오는데도 월급날 그녀의 통장에는 어떤 기별도 없었다. 축 늘어져 업무를 보는 그녀에게 다가온 부장은 보살같은 미소를 지으며 "OO아 조금만 힘내. 여유롭게 주말에 일처리하고 한 숨 돌리자"고 말했다.

요즘 부장은 어쩐지 신이 나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자금 문제를 일으킨 경영진들이 권고사직 처리된다는 소문이 회사에 퍼지면서 상무가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것과 달리 부장은 신흥 권력으로 떠오르며 부쩍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회사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정글같은 곳이었다. 평소 상무라인에 섰던 선배들이 상무와 눈 마주치기를 꺼려하는 눈치였다. 상무는 그녀에게 본인 업무를 맡긴채 우두커니 자리만 지켰다. 그와 밥을 먹으려는 부하직원도 없었다.

'불쌍한 사람' 회사를 그만두기 전 꼭 한번 멱살도 잡아보고 대머리도 때려보고 싶던 상무였지만 이 빠진 호랑이가 된 그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뒤숭숭한 분위기와 불안한 앞날에 젊은 사원들은 하나둘 회사를 떠나고 그녀와 그녀보다 몇 개월 늦게 입사한 후배만 남게됐다. 그런데 최근 그 후배 마저 다른 회사에서 이직 제안을 받아 회사를 떠나게 됐다며 퇴사의사를 밝혀오자 그녀는 정말 혼자가 된 기분이었다.

후배에게 서운하기도 하고 내심 그가 부럽기도 한 복잡한 심경의 그녀에게 회사는 연봉협상 이야기를 꺼냈다. 회사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일손은 없으니 그녀의 몸값이 뛰는 건 당연지사였다.

새해 벽두부터 자택근무를 하고 두 달 가까이 야근과 주말특근을 이어오며 돈을 더 준다고 해도 일은 더 못하겠다던 그녀였지만 막상 회사가 연봉협상을 제안해오자 작성해뒀던 사직서 생각은 곱게 접어 하늘 위로 날려버렸다. 기존 연봉에서 50%나 인상된 새 제안을 받아들인 뒤 퇴근길 버스에 몸을 실은 그녀는 문득 서러워졌다.

'돈의 노예가 되었나. 파산할지도 모르는 회사에 계속 남겠다니'라며 스스로를 탓하다가도 '첫 직장인데 쉽게 버릴 수 없잖아, 그만두고 나면 바로 백수야'라고 자신을 다독였다. 아직 회사의 위기사태를 정확히 모르는 다른 팀 직원들의 얼굴도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다.

'갑자기 알게 되면 날벼락일텐데…' 부장 말대로 이번 주말을 무사히 넘기고 회사의 위기도 무사히 해결되기를 그녀는 간절히 바랐다. 1년차 직딩의 늦은 퇴근길이 길고 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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