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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떠난 ‘짱구’ 장정구가 건네는 메시지

[김재동의 틱, 택, 톡]

김재동의 틱, 택, 톡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입력 : 2014.01.25 08:13|조회 : 8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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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떠난 ‘짱구’ 장정구가 건네는 메시지

그는 작고 말랐다. 식탁위에 올려진 그의 두 손도 그랬다. 하지만 그는 WBC가 선정한 ‘20세기를 빛낸 위대한 복서’다. 그의 이름은 장정구다.

얼마전 회사 동료와 함께한 술자리에 동료의 지인이 합석했다. 지금은 쉬고있지만 연기자 이일섭씨다. 안주삼아 등갈비를 지분거리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차에 우연찮게 그의 입에서‘짱구’ 장정구란 이름이 튀어나왔다. “하아 장정구라니..”

1989년 초여름의 어느날이었다. WBC 라이트 플라이급 챔피언 자리를 15차까지 방어한후 타이틀을 반납했던 그는 재기를 위해 다시 땀복을 입은채 장안평 극동체육관에서 샌드백을 두들기고 있었다. 첫 만남에서 신입기자 눈에 비친 당대 최고의 스타는 뜻밖에도 초라해 보였었다.

그와의 첫 인터뷰 내용은 지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입은 단답형으로 무거웠고 그의 눈동자는 초조한 듯 허공을 헤맸던 기억이 난다. 당시 그는 이혼과 재혼이란 인생의 커다란 파고를 넘어가고 있었다. 믿을 건 두 주먹이란 생각에 다시 링에 오른 터였다.

그렇게 그와 연관된 이야기를 나눈 술자리는 흐뭇했다. 여전히 내게 그는 스타였고 나는 그에 대해 그 자리 누구보다 할 얘기가 많은 사람였다. 이삼일후 저녁 무렵 전화를 받았다. 이일섭씨였다. 안부인사를 건네는 차에 목소리가 바뀐다. “오랜만입니다. 장정굽니다”

오랜만이구말구요. 20년이 훌쩍 넘어갔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약속이 잡히고 마침내 그를 만났다. 그와 그의 선배 복서 황충재가 함께하는 역삼동의 간장게장집에서다.

그는 그의 눈에 비치는 나만큼이나 늙어있었다. 근성이 번뜩이던 눈매는 눈주름의 효과인지 유순해졌고 무뚝뚝이 뚝뚝 떨어지던 입매에선 미소가 자연스럽게 배어난다. 이십수년만에 만난 ‘짱구’ 장정구에게선 그렇게 지천명의 푸근함이 전해졌다.

하지만 세월의 공백이 남긴 어색함은 어쩔수 없었다. 10분남짓 반가움을 나눈 끝에 내쪽에서 던질 말거리가 떨어졌다. 서먹함을 웃음으로 얼버무리려 할 때 짱구쪽에서 말머리를 툭 던진다. “그 형은 어떠십니까?” 내 복싱 1진였던 선배의 근황을 물어온다. 다시 약간의 호들갑을 담은 내 대꾸로 대화는 이어지고 말이 단락질때마다 그가 잽처럼 툭툭 던져오는 단초들에 20여년의 간극이 금새 흐릿해졌다.

어색함이 사라진 자리엔 흥겨운 취기만 남았다. 같이 나눈 술자리며 야구선수 故 최동원과 함께 했던 마닐라에서의 시간들, 이승훈 백인철 등 옛 복서들의 근황 등을 떠들면서 우리의 젊은 시절들을 함께 곱씹었다. 기자와 복서로 만나 나눈 얘기를 다합쳐도 이날만큼 많은 얘길 나누진 않았을 것이다.

다음날 복기를 해보니 피식 웃음이 배어나온다. 먼저 무뚝뚝의 대명사 짱구가 언제 저렇게 달변였었나 싶은 새삼스러움. 그리고 그의 대화스킬이 왕년 링에서의 그의 복싱스타일과 닮아있지않나 싶은 어거지 생각까지.

그는 스위치복서였고 변칙복서였다. 그의 복싱은 상대에 따라 달랐다. 언제나 그의 복싱지론은 “상대가 있는데 어떻게 나만 고집하냐”였다. 많은 복서들이 그들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며 조기에 몰락해갈 때 장정구는 늘 상대에 맞는 복싱으로 16번이나 세계 최정상임을 입증했다. 그의 복싱에선 물살의 허를 찾아 끝내 거슬러 올라가고야마는 연어의 집요함과 근성, 지혜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십수년째 주먹을 쓸 일 없는 일반인 장정구는 결코 수다스럽지않은 달변가가 돼있었다. “상대가 있는데 나만 고집할 수 없다”는 그의 복싱지론은 그의 제 2인생에도 여지없이 적중했다. 상대를 배려치않는 ‘마이 웨이’가 넘쳐나는 세상. 짱구의 복싱지론은 의미심장하다. 어쨌거나 ‘짱구’ 장정구는 링을 떠나서도 잘살고 있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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