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1위 대박 게임 대표, "과거 시행착오 지우고 싶다"

김건 씨드나인 게임즈 대표 /사진=CJ E&M 제공

초대박 모바일 게임 '몬스터 길들이기'로 게임업계 정상에 오른 김건 씨드나인(SEED9) 게임즈 대표(37).

'몬스터 길들이기'는 지난해 8월 출시 16일 만에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 최초로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앱 1위를 기록, 이후 21주째(22일 기준)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일일 이용자수는 100만명 돌파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창업한지 14년이 지나서야 '대박'을 터뜨렸다. 23살이었던 2000년 씨드나인을 창업했으니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그는 지난 14년을 "값비싼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면서도 "과거를 지우개로 지울 수 있다면 창업 초반 시기를 빡빡 문질러서 깨끗이 지워버리고 싶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첫번째 만든 게임은 무었이었나.
▶창업하자마자 저희 존재를 알리기 위해 게임 전시회 '카멕스'에 참가했는데 이때 '토막'이라는 패키지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호응은 의외로 높았습니다. 2000명 정도 한정해 무료로 게임을 나눠줬는데 줄 길이가 백미터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당시 최대 게임유통사 중 하나였던 위자드소프트(현 SNH)에서 유통을 제안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정식으로 판매하기 시작했을 땐 기대보다 반응이 적었습니다.

-첫 게임이 실패한 이유는.
▶당시 PC 게임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었죠. 그걸 제가 깨닫지 못했습니다. 또 불법복제도 이슈였습니다. 'P2P'(개인 간 파일공유) 사이트에서 공짜로 게임을 다운받을 수 있었으니 굳이 돈을 주고 살 이유가 없었던 거죠. 일본 '소니'의 제안을 받아 한국 최초로 'PS2' 전용 게임으로 들어가 일본 내에선 마니아층이 형성되기도 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미 사양 산업이 된 PC 게임 시장에 제가 막차를 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온라인 게임 시장에 일찍부터 진출했던 넥슨과 넷마블 등 그때 이미 정상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부랴부랴 2003년 온라인 게임 '범핑 히어로즈'를 출시했지만 실패로 끝났습니다.


-실패뒤 큰 위기가 닥쳐 왔나.
▶사실 온라인 게임을 출시하기 전에 창업투자사 한곳으로부터 3억원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당시 3억원은 지금으로 치면 저한텐 300억원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이 창투사가 투자한 지 얼마 안 돼 해산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저희에게 투자금을 상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 당시 인터넷 붐이 꺼지면서 상당수의 벤처기업이 저희와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됐고 결국 상환을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했습니다. 저는 투자금을 갚지 않으면 정말 큰 일 날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씨드나인은 거의 망한 상태나 다름없었습니다. 저는 게임 개발만 했지 사업 운영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창업한 거죠. 저는 그야말로 '멘붕'(멘탈붕괴·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상황)에 빠졌습니다.

이렇게 위기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을때 'MVP 창업투자'의 성준호 팀장(현 이사)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저를 지켜 봐주시던 분이었는데 제가 어려운 상황에 빠지자 과감히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MVP창투는 씨드나인의 빚을 모두 청산해주고 추가 개발비도 투자해줬습니다. 생명의 은인이죠.

-그 뒤엔 어떤 변화가 있었나.
▶늦었지만 온라인 음악 게임 'R2비트'를 개발했습니다. 2005년 당시 온라인 게임 시장에선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저희 게임이 그 틈을 비집고 선두에 올라 서기는 어려웠지만 중국 시장에서 반응이 좋아 회사가 유지될 정도의 현금수익은 꾸준히 들어왔습니다.

그러자 욕심이 생겼습니다. 리니지 같은 대작을 만들어 보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대작 개발에 나섰나.
▶2008년 80년대 인기 오락실 게임 '마계촌'을 모티브로 온라인 게임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일본 게임업체 '캡콤'의 협업 제안으로 시작된 사업이었습니다.

그런데 게임 출시가 계속 미뤄졌습니다. 당시 저는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올 하반기에 선보이겠다", "다음해 여름에 나온다", "겨울에는 반드시 나온다"며 계속 말을 바꾸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이 게임을 개발하는데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2~3년 전에 이미 출시가 돼야 했던 게임이었는데 말입니다.

-게임 개발이 왜 그렇게 늦춰졌나.
▶게임 개발자였던 제가 온라인 대작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경영자의 역할을 더 많이 수행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주업무였던 게임 개발은 임원급에게 모두 일임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게임 개발에서 한발짝 물러나 있는 동안 회사는 선장 없는 배처럼 엉망진창이 됐습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감독 없는 영화 촬영 현장과 같다고나 할까요. 스태프들이 영화를 열심히 찍었는데 제대로된 장면은 하나도 없었던 거죠. 직원들이 고생은 고생대로 다 했는데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가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조직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경영자로서의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제 자신에게 너무나 실망스러웠습니다. '내가 뭐라고 직원들 월급을 몇 개월씩 밀리며 피해만 주나' 하는 생각에 고통스러웠습니다.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나.
▶어려운 시련을 겪으면서 사람과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희 게임 개발팀도 크게 흔들렸지만 시련을 통해 더 단단해 졌습니다. 마치 연단된 정금처럼 말입니다. 그 이후에는 저희 게임 개발팀은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됐습니다(웃음).

그러자 2013년 2월 출시한 첫 모바일 게임 '다함께 퐁퐁퐁'으로 어느정도 성공을 거뒀고 6개월 뒤 두번째로 내놓은 '몬스터 길들이기'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습니다. 2013년은 몸이 너무나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후배 창업자에게 한마디해 준다면.
▶현실은 드라마와 많이 다릅니다. 창업해서 벤처기업의 대표가 되면 모든 일에 책임을 지게 됩니다. 특히 회사가 어려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조직이 갈등을 겪고 있을 때 대표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대표에겐 이를 모두 극복하고 해결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20대 청년들이 책임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긴 어려울 겁니다. 저 또한 이해 못했거든요. 그래서 무턱대고 창업하지 말고 우선 취직해서 조직 생활을 충분히 경험해 볼 것을 권합니다. 조직 내에서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시달리며 중간 관리자 이상의 역할까지 해본 다음에 창업해도 늦지 않습니다.

대표란 지위에 환상을 품고 창업하려는 이들을 종종 보곤 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창업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대표는 기사가 운전하는 외제차를 타고 멋있게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되는 직위가 아닙니다.

모바일 게임 '몬스터 길들이기'(왼쪽)와 '다함께 퐁퐁퐁' /사진=CJ E&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