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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의 잠금해제]KBS 길환영 사장님께

신혜선의 잠금해제 머니투데이 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문화산업부 겸직 부장 |입력 : 2014.01.25 09:15|조회 : 1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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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KBS 길환영 사장님. 머니투데이 정보미디어과학부를 맡고 있는 신혜선 부장입니다. KBS 수신료 정책을 다루는 부서이지요.

맘이 불편하시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뭐 정색하고 기사 쓸 일만도 아니지 싶어 이렇게 공개편지를 써봅니다.

"KBS 광고가 줄면 언론사들이 좋은데 왜 그러냐? KBS와 과거에 무슨 악연이라도 있느냐" 다양한 질문을 받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공영방송 재원은 100% 수신료로 운영돼야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다만 '무조건 수신료 인상이 우선'이라는 데는 반대입니다. 저는 KBS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 수신료 인상에 찬성하고, 이 생각은 6년 전 방통위를 처음 출입할 때부터 지금까지 갖고 있는 기자로서 소신이자 양심입니다.

저도 수신료를 내는 주체이지만, 호주머니를 열 국민을 향한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

"수신료가 인상되면 KBS가 가져가는 광고 2000억원이 다른 언론사로 간다. 반대할 일이 무어냐"라는 규제기관 수장의 발언을 듣자면 부끄럽습니다. 그 얘긴 '우리 업자들끼리' 뒷담화로 할 얘기이지요. 수신료를 더 내는 국민들에게 무엇이 달라지고 좋아지냐에 대한 설명 없이 우리 밥그릇을 먼저 얘기하다니요.

KBS는 3년 전에도 수신료 인상안을 제출했지요. 당시 방통위는 국회에 보내는 의견서에 "지금의 자구노력으론 안 된다"는 내용을 포함했던 걸 설마 모른다고 하시지는 않겠죠? 물론 수신료 인상을 찬성한다는 입장에서요.

당시 방통위의 이런 의견은 국민들의 부담을 덜고, 이해를 구할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그때 KBS가 제출한 자구노력에는 2014년도까지 인력을 4200명 수준으로 줄인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수신료 인상안을 다시 제출하는 2014년 이 시점에 다시 묻습니다. KBS는 지난 3년 동안 무엇을 했나요? 제 눈에 KBS는 그대로입니다.

심지어 지난 15일 공청회에서는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의 발표를 인용해 '하위직급은 9.7% 줄었는데 고위직급은 7.6% 늘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요.

더군다나 KBS는 이번 수신료 인상안을 방통위에 제출하면서 불필요한 정책건의-스마트폰 및 PC에 수신료 부과-를 해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논란이 일자 어떻게 하셨나요? 방통위 상임위 개최 후 사흘이나 지난 20일에나 '철회문서'를 제출했죠.

상임위가 끝난 후 KBS 홈페이지에 '사실과 다름'을 공지했습니다. 하지만, 방통위가 KBS가 제출한 공식문서를 두고 논의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KBS가 공식 철회하지 않았으니 그 문건을 토대로 회의에서 다룰 밖에요.

더욱이 아무리 야당 추천이지만 방통위 상임위원들입니다. 그들이 공식 회의석상에서 지적하고, 또 기자회견을 열어 '성토'했다고 해서 "야당추천 상임위원들이 왜곡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고 KBS 9시 뉴스를 통해 보도했죠.

애초 물의를 일으킨 KBS는 방통위를 향해, 국민을 향해 사과하는 게 우선 아닌가요?

상임위원들은 19일 기자회견을 재차 열어 항의(?)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여과 없이 보도한 머니투데이는 '편파 왜곡보도를 하는 경제지'가 됐습니다. KBS는 현재 본지를 대상으로 언론중재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두건이나 하셨습니다(표/KBS 수신료 인상안을 둘러싼 논란 재구성 참조).

길 사장님. KBS 홍보실 명의로 전 직원에 보낸 '긴급호소문'이 23일,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한 경제전문지의 왜곡보도로 악성댓글이 퍼져 공영방송이 초유의 위기상황에 직면한다'고 써있네요. 그 경제가 어떤 매체를 말하는지 굳이 재론하지 않겠습니다.

'악성댓글에 대응해 달라'고 바쁜 기자들에게 호소하시다니. '얼마나 다급했으면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보다는 공영방송의 초유의 위기가 왜곡언론과 악성댓글 때문이라는 대목에선 씁쓸했습니다.

또, 내용을 보니 직원들에게 MBC와 SBS와 임금격차를 강조했더군요. 아, 이미 9시 뉴스를 통해서도 KBS 직원들이 타 방송사의 '88% 수준밖에 안 되는' 월급을 받고 있음을 국민들을 향해 알리셨죠.

길 사장님. 언론은 세금을 월급으로 받는 공무원들에게 가혹한 기준과 도덕성 잣대를 들이밀지요. 우리는 그들에게 "영혼 없는 공무원들, 억울하면 민간 기업으로 가라"는 잔인한 메시지를 던져왔습니다.

그렇다면 준조세처럼 국민에게 거둔 수신료로 월급(일부)을 받는 공영방송 자리를 광고 100%로 운영되는 상업방송과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오히려 공영방송 기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버티는 KBS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하는 일은 아닐까요.

'KBS는 이제 충분한 자격과 조건을 갖췄다. 아니 뼈아프게 노력하고 있다'라는 판단이 들어 KBS의 수신료 인상안을 흔쾌히 지지할 수 있도록 저부터 설득시켜 주십시오. 저는 앞장서서 수신료 인상의 타당성을 보도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공영방송 KBS가 제대로 서길 간절히 바라는 시청자 중 한 명이고 언론인 중 한 명일뿐입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KBS의 모든 선후배 동료님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신혜선의 잠금해제]KBS 길환영 사장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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