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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富)에서 인의(仁義)가 나온다

[김영수의 궁시파차이(恭喜發財)]<8회>

김영수의 궁시파차이(恭喜發財) 머니투데이 김영수 사학자(사기전문가) |입력 : 2014.01.28 05:28|조회 : 8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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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富)에서 인의(仁義)가 나온다
'의리관(義利觀)' 논쟁

사마천은 '사기'의 실질적 마지막 편인 제129 '화식열전'에서 "연못이 깊어야 물고기가 살고, 산이 깊어야 짐승들이 노닐 듯이 사람은 부유해야 비로소 인의를 행한다"고 했다. '부(富)'에서 '인의(仁義)'가 따라 나온다는 말이다.

사실 도덕적 관념의 범주에 속하는 '의(義)'와 현실적이고 물질적 개념의 범주인 '이(利)'의 관계에 대한 문제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다. 무엇이 먼저고 어느 것이 중요하냐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여왔던 것이다. 이를 '의리관(義利觀)' 논쟁이라 부른다.(이제부터 편의상 '의'를 '의리'로, '이'를 문맥에 따라 '이익' 또는 '이해관계'로 쓰기로 한다.)

유가(儒家)에서는 기본적으로 '의리'를 중시하고 '이해관계'를 경시했다. 군자가 이익을 밝히는 것을 천박한 짓으로 보았다. 공자는 "의롭지 못하면서 부귀한 것은 내게 뜬구름 같을 뿐이다"라 했고, 또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에 밝다"(< 논어 > '이인편')고도 했다. 맹자는 "도리가 아니면 한 주먹의 밥도 남에게서 받을 수 없다"(< 맹자 > '등문공편' 하)라 했다.

한편 순자는 '의리'와 '이익'을 함께 중시했지만 여전히 "의리가 이익을 이기는 것은 치세라 하고, 이익이 의리를 이기는 것은 난세라 한다"(< 순자 > '대략편')라 하여 의리를 앞세웠다.

'사기' 130편 중에서 가장 진보적인 사상을 보여주는 ‘화식열전’의 첫 부분이다.(청나라 광서제 때 판본의 일부)
'사기' 130편 중에서 가장 진보적인 사상을 보여주는 ‘화식열전’의 첫 부분이다.(청나라 광서제 때 판본의 일부)
사마천의 경제사상에 큰 영향을 준 관중(管仲)은 "창고가 차야 예절을 알고, 입고 먹는 것이 넉넉해야 영예와 치욕을 한다"고 하여 '이익'을 정신생활의 물질적 기초로 인식했다. 관중의 영향을 많이 받은 법가(法家)는 공리주의(功利主義)를 앞세웠기 때문에 당연히 '이해관계'에 대한 추구를 인간의 본성으로 보았다. 개혁가 상앙(商?)의 저술로 알려진 '상군서'(商君書)를 보면 인간은 모두 "살아서는 이익을 따지고, 죽어서는 명성을 걱정한다"라든가 "백성의 부귀에 대한 욕망은 관 뚜껑을 닫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한비자도 "이익이 있는 곳으로 사람이 몰려든다"며 이익을 좋아하고 손해를 싫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라고 했다.

묵가(墨家) 역시 이익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래서 "천하의 이익을 일으키고, 천하의 손해를 제거한다"고 했으며 나가가서는 "의리가 곧 이해관계다"라고까지 했다.

'이(利)'가 '인의(仁義)'의 물질적 기초

사마천은 이상과 같은 다양한 '의리관'을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자기 나름의 '의리관'을 형성하고 이를 다시 진보적 경제관 내지 경제사상으로 발전시켰다. 무엇보다 도덕관념은 물질적 이익의 제약을 받는다고 명확하게 지적했다. 그래서 "예의라는 것은 부가 있으면 생기고 부가 없으면 사라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도덕관념과 물질적 재부 중 물질이 결정적 작용을 한다고 본 것이다. 물질은 도덕관념이 생겨나게 하는 기초이고, 따라서 도덕은 물질적 이익의 제약을 받는다. 그렇다면 재부가 있어야 도덕이 생겨나고, 재부가 많을수록 도덕적 수준도 따라서 높아진다.

또 사마천은 의리와 이해관계가 결코 모순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래서 "부유하면 덕을 행하길 좋아한다"고 했고, 더 나아가 "부유해야 인의가 따라 나온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입으로 인의도덕을 외쳐대면서 이익을 무시하고 외면하는 봉건 통치자들의 속내를 보면 사실 오로지 자기 이익만 꾀하는 소인배들이라고 비꼰다. 이들은 치부와 이익을 탐욕스럽게 추구하면서도 겉으로는 인의를 외치는 위선자들에 불과하다는 것이 사마천의 인식이다.

사마천이 "부유해야 인의가 따라 나온다"는 말은 부자로서 존중을 받으려면 인의를 행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과 같다. 즉,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주장한 것이다. 부유하면서도 인의를 행할 줄 모르는 부자나 권력자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부의 사회적 환원에 대한 강조이다. 더욱이 그 재부가 수많은 사람들이 땀흘린 노동의 대가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사마천의 말하는 '부에 따른 인의'는 대단히 심각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하겠다. 개인과 기업의 부를 사회적 부로 환원하는 부에 대한 새로운 시대정신을 사마천의 경제사상에서 읽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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