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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 노예' 섬에 간 경찰, "한번에 다 구출 못한건…"

[경찰청 사람들] 서제공 서울 구로경찰서 실종수사팀장

경찰청사람들 머니투데이 박상빈 기자 |입력 : 2014.02.09 15:33|조회 : 176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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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 노예'로 일하던 섬에서 경찰에 구출돼 섬을 빠져나오는 김모씨(40)의 모습./사진=서울 구로경찰서
'염전 노예'로 일하던 섬에서 경찰에 구출돼 섬을 빠져나오는 김모씨(40)의 모습./사진=서울 구로경찰서
지난달 24일 전남 신안군 한 대형염전. 두꺼운 안경을 쓴 시각장애인 김모씨(40)는 서제공 서울 구로경찰서 실종수사팀장(58·경위)이 내민 경찰 신분증을 코앞에 대고 확인했다.

그때서야 경계의 눈빛이 풀린 김씨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기쁨이 동시에 묻어났다. 입에서는 "살았구나"하는 작은 탄식이 새어나왔다. 김씨는 지난 1년 반 동안 '염전 노예' 생활을 하다 구로서 실종수사팀에 의해 구출됐다.

지난 8일 서울 구로경찰서에서 만난 서제공 팀장은 '염전 노예' 사건이 이슈가 된 이후 닷새동안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했다. 눈에는 벌겋게 핏발이 서 있었지만 실종가족 수사에 대해 말할 때의 눈빛은 번쩍였다.

2009년부터 시작된 실종수사팀 생활도 벌써 5년여. 그 사이 단순 가출자부터 생존여부조차 알지 못하던 실종인들까지 서 팀장과 팀원 5명의 노력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이들은 연평균 800여명에 달한다.

서 팀장은 "일반 사건과 달리 실종 수사는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실종 수사는 영장도 없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실종이 범죄로 인한 것이라는 혹은 범죄로 이어졌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지만 영장을 받을 수 있다.

그는 그래서 "실종 수사에서 중요한 것은 '기법'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한다. 서 팀장과 팀원들은 작은 단서 하나를 쫓아 더 열심히 발로 뛰고, 더 많이 사람들을 만나며 행적 파악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실종 수사의 '베테랑'이라고 불리는 서제공 서울 구로경찰서 실종수사팀장(58)의 모습. 1년에 800차례 실종인들이 크고 작은 가족 상봉을 하는 사무실이다./사진=박상빈 기자
실종 수사의 '베테랑'이라고 불리는 서제공 서울 구로경찰서 실종수사팀장(58)의 모습. 1년에 800차례 실종인들이 크고 작은 가족 상봉을 하는 사무실이다./사진=박상빈 기자
그는 "실종자 가족의 간절함을 이해하지 못하면 실종 수사에 집중하지 못한다"며 "가족의 마음으로 더 꼼꼼히, 한 번 더 확인하고 수사해야 성과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최근 '염전노예' 사건에서 지적장애인 채모씨(48) 구출한 것이 대표적. 편지를 통해 구조를 요청한 김모씨(40)와 달리 채씨는 처음 섬에 도착한 경찰에게 자신이 납치됐다는 것을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경찰은 어쩔 수 없이 채씨를 구출대상에서 제외하고 1차 철수했다. 서 팀장은 "채씨가 처음에는 잘못된 성과 나이를 알려줘 현장에서 신원을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탈출하고 싶다는 의사도 명확하지 않아 구출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로 복귀한 서 팀장이 가장 서둘러 추진한 것은 채씨의 신원 파악. 수년간의 수사 경험으로 익힌 '조금만 더'의 자세가 또 다시 발동했다. 5시간 동안 데이터베이스를 뒤진 끝에 채 씨에 대한 실종신고를 확인, 그를 구출했다.

지난해에는 헤어진 가족을 46년 만에 만나게 해준 일도 있었다. 김모씨(55·여)는 1960년대 후반 부모의 품을 떠나 서울로 '식모살이'를 왔다. 부모님은 김씨에게 "부잣집에 가서 살게됐다"고만 했다. 당시 김씨의 나이는 8살.

부모를 원망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자 헤어진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정작 부모님 이름은 물론 자신의 원래 이름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고향 마을 이름과 아버지, 언니의 이름이 어렴풋이 기억이 났을 뿐이다.

8일 오후 서울 구로경찰서에서 만난 서 팀장의 모습./사진=박상빈 기자
8일 오후 서울 구로경찰서에서 만난 서 팀장의 모습./사진=박상빈 기자
서 팀장은 김씨를 수차례 면담해 기억을 구체화시키고 작은 단서 하나하나를 따라가 결국 김씨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찾아냈다. DNA 검사를 통해 가족임을 최종 확인했다. 그날 김씨와 가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서 팀장은 실종자가 발생했을 때는 신속하게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신고를 해도 되나 고민하다 결국 시기를 놓쳐 장기 실종으로 이어진 경우가 있다"며 "신고가 늦어지면 그만큼 수사 단서도 점점 줄어들고 수사도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도난이나 지하철 성범죄 사건 등의 시민 신고는 늘고 있지만 혼자 돌아다니는 치매 노인과 지적장애 실종자에 대해서는 시민들도 여전히 지켜만 보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실종 수사 5년여, 서 팀장은 한국 땅에 안 가본 곳이 없다. 수사에 집중하다보면 1박2일 출장도 잦다. 그는 "형사의 힘든 '운명'이지만 '아빠 덕에 실종인이 가족에게 돌아간다'는 두 딸의 응원과 뭉클한 가족 상봉으로 피곤은 녹게 된다"고 미소 지었다.

서 팀장은 가출과 노숙이 '염전 노예' 생활로 이어졌던 김 씨에게 염전에서 고생할 당시에 입고 있던 낡은 여름옷과 신발을 깨끗이 보관했다 다시 가출을 하고 싶을 때 보라고 충고했다. 그는 남은 2014년에도 가족의 마음으로 실종인 찾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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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immmorality  | 2014.02.09 23:24

정말 힘든 일 하시네요. 힘드시더라도 많은 실종자들이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게 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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