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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벤처CEO 입대 연기?' 고민하는 진짜 이유는?

[직딩블루스]미래부의 '군미필 청년창업가 경영 연속성 지원 방안'으로 또 고민

직딩블루스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 방윤영 인턴기자 |입력 : 2014.02.13 09:10|조회 : 9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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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정 디자이너
/사진=김현정 디자이너
이젠 정말 군대에 가야지…'

서른 살의 벤처CEO A씨는 이젠 군대에 가기로 마음먹은 병역문제를 놓고 최근 다시 고민에 빠졌다. 사업 문제라면 발로 뛰고 밤을 새워가며 해결하면 되지만 병역 문제만큼은 A씨가 손 쓸 방법이 없다.

남자 나이 30세. 이제야 군대 간다고 하면 다들 비웃는 나이, 더 이상 입대 연기도 불가능한 빼도 박도 못할 나이다. 대한민국 성인 남자라면 모두 병역 문제를 고민하며 살아가지만 A씨는 벌써 10년째 '고민 중'이다.

A씨는 올해가 입영연기 마지막이라는 점을 잘 알았다. 그래서 작년부터 입대를 준비했다. 재수 끝에 의무경찰 합격통지서도 받아 놨다.

그런데 막상 지난달 날아온 입영통지서를 받아보니 기분이 또 달랐다. '정말 가야하나 보다...' 굳게 마음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입영통지서를 쥔 손이 떨렸다. 며칠 전 술에 잔뜩 취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벤처CEO에 대한 기사를 보며 엉엉 울었던 생각이 스쳐갔다.

사실 A씨는 그동안 수차례 입대하려고 시도했었다. 카투사에 지원해 합격하기도 했고, 군대에 가려고 자신을 대신할 전문경영인을 구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번번이 '입대'가 아닌 '연기'를 선택해야 했다. 벤처CEO로서의 책임감이 항상 그의 병역의무 이행의 큰 걸림돌이었다.

8년 전 같이 창업했던 친구들은 모두 제때 군대에 갔다. 하지만 자신은 그러지 못했다. 회사일은 털어 버리고 홀가분하게 개인의 병역 문제를 해결하는게 장기적으로 유리하건만 회사의 주주들과 투자자들, 직원들이 항상 그의 발목을 잡았다.

주주들은 다음해에 입대하고 우선 회사의 기반을 다질 것을 권했다. 직원들에게 매번 넉넉하게 월급을 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과자나 음료수 등 간식도 충분히 쟁여놓고 먹게 해주지 못했던 점도 걸렸다. A씨 하나만 바라보고 고생길을 걸어준 투자자나 주주들, 직원들에게 진 빚을 제대로 갚지 못했다는 점이 가슴 쓰리게 신경쓰였다.

A씨의 자리를 대신할 전문경영인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A씨는 연봉 4천만원만 받고 열정만으로 벤처기업을 운영할 사람을 바랐지만 모두들 연봉 수준을 듣고는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A씨의 병역문제는 사업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했다. 대표의 '군미필' 이력 때문에 투자계약이 막판에 취소되기도 했다.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사업아이템을 사고 싶다는 투자자도 계약서에 도장 찍는 날, A씨의 군미필 문제를 거론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불안정한 상태로 사업을 진행해왔다는 생각에 A씨는 회사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다.

또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도전할 때면, 그 사업이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을 때까지 손을 놓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이것만 마무리하고, 다음해엔 꼭 가야지...'하면서 1~2년씩 입대를 미뤄오다 결국 30살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젠 정말 가야지...'

그런데 입영통지서를 받고 이틀이 지났을 무렵 갑자기 A씨에게 주주 한 명이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A대표 축하해. 아직 기사 못봤어? 기사 링크 보내줄게."

"미래부는 군미필 청년창업가의 경영 연속성을 지원하는 방안의 하나로 2년간 입영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오는 3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앗, 2년간 입영을 연기할 수 있다고? 이게 웬걸.' 애써 다잡은 A씨의 마음이 흔들렸다. 이번엔 기필코 입대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입영 연기를 할 수 있다니…. 몇 년 동안 반복했던 병역 고민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찰나, A씨는 다시 그 고민의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A씨는 올해에는 반드시 입대해야 하는 줄 알면서도 자꾸만 회사 일에 눈이 간다. '지난해 새로 출시한 사업만 마무리하고 갈까….' A씨는 이내 10년간 반복했던 병역 고민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대학생 시절 무작정 사업을 시작하고 이듬해 창업 멤버들이 군대 간다고 떠났을 때, 나도 그때 갔어야 했는데…' A씨는 오늘도 쓸데없는 후회를 해본다. '지금 2년 입영 연기를 한다면 32살에 군대에 가야 하는데...' A씨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A씨는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할 병역 문제를 안고 또래 창업가들을 만나러 간다. 20대 나이에 창업을 시작한 게 신기해서 혹은 대단해서 세상의 주목을 받아온 그들. 하지만 군대 문제만큼은 세상에 터놓기 힘들다. '벤처기업 대표가 대수냐. 잔말 말고 군대나 가라. XX야'라는 욕도 들린다.

동료들과 술잔을 입에 털어 넣으며 A씨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병역 문제를 고민해본다. '이번에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수년째 이어온, 결코 풀지 못한 굴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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