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323.45 821.13 1120.40
보합 14.99 보합 5.78 ▼0.7
메디슈머시대 (7/6~미정)
블록체인 가상화폐

"본드도 녹아내리는 날씨" 한국 경찰이 중동 간 이유는?

[경찰청 사람들]이춘성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훈련교관

경찰청사람들 머니투데이 박상빈 기자 |입력 : 2014.02.23 06:30|조회 : 11044
폰트크기
기사공유
이춘성 교관이 해외 파견 훈련 당시 오만 현지 경찰에게 모자를 씌워주는 모습./사진 제공=이춘성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훈련교관
이춘성 교관이 해외 파견 훈련 당시 오만 현지 경찰에게 모자를 씌워주는 모습./사진 제공=이춘성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훈련교관
'본드(접착제)가 녹아 신던 신발 틈도 벌어지던 날씨.'

2012년 6월 처음 찾은 중동의 날씨는 상상 이상이었다. 평균 50도가 넘는 날씨에 태양은 뜨거웠고, 현지 경찰을 훈련시키던 이춘성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훈련교관(38·경사)의 몸에도 뜨거운 땀방울이 맺혔다.

이 교관이 2012년 6월 중동 오만을 시작으로 치안 인프라 전수를 위해 해외에 파견 간 횟수는 4차례. 한쪽 팔에 태극 마크를 달고, 한국 경찰의 훈련법을 알리는 전문 교관이다. 오만에 3차례, 베트남에 1차례 한국 경찰의 위상을 알렸다.

"해군 해난구조대(SSU)에서 군 생활 했을 때부터 경찰이 꿈이었어요." 1999년 경찰에 입문한 이 교관은 경찰생활의 3분의 2를 기동대에서 근무했다. 딱 벌어진 어깨와 넓은 등판에 '나 특수부대 출신 경찰 교관이오'라는 말이 써있는 듯했다.

"기동대 훈련교관은 신임 경찰관에게 강인한 체력과 끈기를 갖도록 훈련시킵니다." 이 교관의 전문 교육 분야는 체포술과 대형전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하는 이 교관은 체력 기르기도, 훈련 연구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21일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에서 만난 이춘성 훈련교관./사진=이동훈 기자
지난 21일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에서 만난 이춘성 훈련교관./사진=이동훈 기자
후배들을 가르치던 이 교관이 해외 경찰과 인연을 갖게 된 때는 2009년. 경찰청 경비국에서 주관했던 프랑스 경찰과의 교류 활동이 시작이었다. 이 교관은 동료 3명과 함께 프랑스에 방문해 현지 경찰과 훈련 시스템을 공유하며 배움의 시간을 보냈다.

"태극기 달았는데 망신당할 순 없었죠." 이 교관은 프랑스 경찰과의 교류 당시 달리기, 장애물 넘기 등 체력 평가에서 동료들과 거의 1등을 나눠 가졌다. 그에게 태극기 마크가 새겨진 기동복은 한국의 긍지를 알리는 매개체였다.

그리고 3년 후 해외 파견이 본격 시작됐다. 외교부와 경찰청 외사국이 해외 현지의 요청을 받아들여 2012년부터 치안 시스템 전수를 위해 경찰력을 해외 파견했다. 이 교관은 한국 경찰을 대표하는 훈련 교관으로 선정됐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건조실에 온 느낌이었죠." 이 교관은 3차례 방문한 오만의 기후를 이렇게 표현했다. 기온은 낮 시간대 56도를 넘었다. 그는 "한국은 35도만 넘어도 건강을 위해 외부 훈련이 제한되는데 오만은 더위가 심해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보통 휴식을 취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말 못할 더위에 훈련은 힘들 수밖에 없었다. 오전 6~12시에 진행됐던 훈련에 참석했던 오만 경찰 120명 중 8명은 나가떨어졌다. 이 교관은 1970년대에 중동 더위를 견디며 해외 건설일을 하던 한국 아버님들이 자랑스러웠다.

뜨거운 날씨에 1달간의 짧은 기간, 훈련 성과가 나오기에는 최악인 상황에 그는 한국 아버님들이 사용했던 '지혜'를 써먹었다. 야간에 가로등 아래서 훈련하는 것이 방법이었다.

이 교관은 "오만에는 앞서 미국과 영국 출신의 전직 교관들이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경찰 시스템을 개선해 왔지만 대부분 '말'로 가르쳐 형식적이었다"며 "자발적으로 훈련하는 한국 경찰의 열정에 현지 경찰들이 놀랄 정도였다"고 말했다.

뜨거운 날씨에 씻는 물을 '냉수'로 틀어도 뜨거웠지만 '열정'은 결국 성과로 이어졌다. 오만의 경찰장관(한국에서는 경찰청장)이 예고 없이 훈련에 참관했던 날, 장관은 "4주만에 이렇게!"라는 반응을 보였다. 제식과 대형전술 등 어느 것 하나 빠짐없었기 때문.

통하지 않는 언어에 말보다는 행동과 시범이 앞서던 훈련이 성과를 보이자 감동도 느꼈다. 이 교관에게는 '최고의 교관'이라는 뜻인 '막샤'를 따 '막샤트'라는 별칭도 지어졌다. 오만에서도 경찰청장급에게만 붙여지는 별칭이었다.

"'인샬라', "신께서 원하신다면"이라는 아랍어를 말하며 따라줬던 현지 경찰 덕분이죠." 그는 최근에도 신고 다니는 기동화를 가리키며 "본드가 녹아떨어진 부분을 오만 경찰이 실로 꿰매줬다"고 웃어 보였다.

뜨거운 날씨 말고도 해외 파견이 쉽지 않은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비록 짧았지만 어린 자녀 3명과 아내가 그리웠다. 그는 "어린 자녀들이 처음에는 가지 말라고 울기도 했다"며 "'아빠가 한국 경찰을 대표해 가는 거예요'라고 계속해 설명하니 이해해줬다"고 말했다. 해외 파견 후 돌아오는 날, 아빠는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두 딸과 아들이 사랑스러웠다.

파견을 나가지 않는 최근, 이 교관이 애쓰는 것은 후배 교육이다. 그에게는 '지시만 있을 뿐 시범은 없는 훈련'은 어림없는 이야기. 그는 "저 자신이 잘못하면서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퇴근하는 매일 중구 신당동 기동본부에서 10㎞ 떨어져 있는 성북구 길음동 자택에 매일 같이 뛰어가며 내일의 훈련을 구상한다.

"한국 경찰이 해외 경찰의 롤모델이 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시민의 기본권을 지키며 한국의 위상도 알리고 싶다는 그의 눈빛이 믿음직스러웠다.

박상빈
박상빈 bini@mt.co.kr

세상을 바꾸자! 바뀌자! 박기자!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1개의 소셜댓글이 있습니다.

댓글쓰기
트위터 로그인한동명  | 2014.02.23 13:25

우리나라의 위상이 한단계더 업그레이드 된것같아서 보기 좋습니다 듬직하고 멋지네요!

소셜댓글 전체보기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