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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장그래, 잘나간다고? "을 중의 을"

[직딩블루스]세계 속의 '을' 상사맨의 비애…MT 단골 장소는 '을왕리'

직딩블루스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입력 : 2014.03.02 10:09|조회 : 10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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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장그래, 잘나간다고? "을 중의 을"
# A종합상사의 한 직원은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곤혹스럽다. 현지에 함께 나가는 제조업체 직원 중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이가 없어 개인 비서 노릇을 떠안기 일쑤다. 관광까지 요구해 가이드로 변신하는 일도 다반사다. 이 직원은 "물품 불량률도 높아 현지 바이어 관리하기도 벅찬데 이를 만든 사람들은 상전처럼 군다"고 하소연했다.

# B종합상사 직원은 "타사보다 계열사 횡포가 더 심하다"고 하소연한다. 수년 전 대기업에 인수된 뒤 고정 라인업(거래선)이 생겼다고 들뜬 적도 있다. 하지만 때때로 본사에서 내려오는 낙하산 팀장 인사 탓에 승진 적체가 심각하다. 부장 대우 1, 2, 3이 한 부서에 있는 경우도 있다.

웹툰작가 윤태호가 그린 '미생' 주인공 장그래는 전 회사 임원들을 모아놓고 프리젠테이션까지 하는 당찬 '상사맨'의 모습이었다. 정작 현실 속 상사맨들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매출 목표에 치이고, 제조업체와 바이어에게 샌드위치처럼 눌리다 보면, 장그래처럼 자기 입장 밝히는 상사맨은 존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상사맨들은 연초마다 개인별 매출목표를 보고할 때부터 시험대에 오른다. 한 상사맨은 올해 목표 8000만 달러를 내놨다 상무에게 "하지도 못할 목표 내놓느냐"며 핀잔을 들었다. 이 상사맨은 "작년 달성액이 적다고 분발하라고 호통 친 팀장이 상무 옆에서 나를 혼내 미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매출 목표가 일단 세워지면 수주 사냥에 나서야 한다. 신규 수주 확보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에 세워진 라인업을 잘 유지하는 일이다. 기존 생산자들을 만날 때마다 술값이며 밥값은 항상 상사맨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생산업체와 상사가 '팀대팀'으로 만나도 갑을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최근 한 종합상사 팀장이 자신보다 나이 어린 계열사 생산업체 팀장에게 '재롱'을 떨기 위해 바지 벗고 춤 춘 이야기는 상사맨들 사이 씁쓸한 일화로 퍼지고 있다.

한 상사맨은 "제조업체 만나러 간 자리에서 굽신대는 게 싫어서 눈 똑바로 보면서 대답했더니 '라인업 바꿀까'라며 겁을 줬다"며 "옆자리 앉은 선배가 사과하면서 내 발을 하도 세게 밟아 엄지발톱에 멍이 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제조업체 '서무직원'들도 상사맨을 업신여기기는 마찬가지다. 한 상사맨은 "외국 바이어 모시고 공장 가려고 업체 직원에게 김포공항에서 지방도시 내려가는 비행기 표 예약 부탁했더니, 바이어 표만 끊어놓고 나는 기차 타고 오라고 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이런 상사맨의 처지가 개선될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 상사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우인터내셔널, 삼성물산, LG상사, SK네트웍스, 현대종합상사, GS글로벌, 효성 등 7대 상사 외에도 코오롱, 대림, 롯데상사 등이 모두 경쟁사다. 생산자와 바이어는 고정됐지만 중간 라인업만 한정된 파이를 두고 다투는 양상이다.

한 상사맨은 "우리 부서 사람들이 MT 자주 가는 곳은 인천 '을왕리'다"며 "잦은 '을' 대접에 지쳐 MT만이라도 '을'이 '왕'으로 대접 받는 곳으로 가자는 뜻"이라고 쓴 웃음을 지었다.

세종=최우영
세종=최우영 young@mt.co.kr

머니투데이 경제부 최우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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