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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교통사고 가해자·피해자, 바로잡아 준 것은…

[경찰청 사람들]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과 거짓말탐지실 박보순 경위

경찰청사람들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입력 : 2014.03.02 10:34|조회 : 6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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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과 거짓말탐지실에서 만난 박보순 경위가 거짓말탐지기 사용 시범을 보이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지난 28일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과 거짓말탐지실에서 만난 박보순 경위가 거짓말탐지기 사용 시범을 보이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2012년 6월13일 낮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사거리. 직진중인 택시 앞으로 가던 자전거가 보행로 쪽에서 갑자기 도로 쪽으로 끼어들며 택시에 부딪쳤다. 자전거를 타던 송모씨(당시 58·여)는 도로 한복판에 쓰러졌지만 조모씨(66)가 몰던 택시는 잠시 멈칫하다 그대로 가던 길을 갔다.

경찰은 조씨의 행동을 뺑소니로 보고 도주차량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이 장면은 사고 택시를 바로 뒤에서 따라가던 승용차량의 블랙박스 화면에 그대로 담겼다. 지난달 28일 직접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과에서 몇 차례 해당 사고 동영상을 돌려봤다. 보면 볼수록 헷갈리기만 했다. 처음엔 뺑소니 같았지만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었다.

조씨는 경찰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은 자전거와 부딪친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 더욱이 조씨의 차량에 타고 있던 승객 2명도 접촉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사건이 미궁에 빠져들자 결국 조씨는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과 거짓말 탐지실을 찾았다. 결론은 '조씨의 진술은 진실.'

거짓말탐지 결과는 정황 증거이긴 해도 신뢰도가 95~98%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씨도 이 결과 덕분에 무혐의 처분을 받고 일반 사고로 처리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과 거짓말탐지실의 박보순 경위는 이 사건을 지난 10여년간 거짓말 탐지실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기억으로 떠올렸다.

"택시로 생계를 이어가던 60대 중반의 남성에게 뺑소니 혐의는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이 없었어요. 4년간 면허가 취소되고 최소 500만원 가까운 벌금이 붙거든요. 저도 경찰이지만 경찰의 기존 수사를 뒤집어 억울함을 해소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지난 28일 만난 박보순 경위. 그는 청각장애인용 거짓말탐지 프로그램을 개발해 누명을 풀어준 일로 경찰 내에서는 유명인사다. 그는 "처음 거짓말을 해도 '왜 거짓말을 했느냐' 다그치기 보단 나중에라도 진실을 밝히면 용기 있다고 격려해주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지난 28일 만난 박보순 경위. 그는 청각장애인용 거짓말탐지 프로그램을 개발해 누명을 풀어준 일로 경찰 내에서는 유명인사다. 그는 "처음 거짓말을 해도 '왜 거짓말을 했느냐' 다그치기 보단 나중에라도 진실을 밝히면 용기 있다고 격려해주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불이익 예감하면 대부분 거짓말, 진실 밝히면 격려해줘야"

박 경위는 2004년 6월 거짓말탐지 분야에 첫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 서울 혜화경찰서와 청량리경찰서(현 동대문경찰서) 교통조사계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다. 그가 거짓말탐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수없이 만난 교통사고 사건을 처리하면서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다.

"진실과 관계없이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 교통조사계에 있으면서 실감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중에 거짓말탐지 분야가 나온다는 말에 솔깃했죠. 마침 전공도 심리학이었고 해서 지원했죠."

박 경위는 처음 청각장애인용 거짓말탐지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누명을 풀어준 일을 계기로 경찰 내에선 이미 유명인사다.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간 오토바이끼리 접촉사고 사건이었다.

사고 당시 둘 중 한 사람은 반드시 신호를 무시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둘 다 상대방 탓으로 돌렸다. 자연스럽게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청각장애인에게 상황이 불리하게 이어졌다. 결국 거짓말탐지 검사 끝에 비장애인이 신호를 무시했다고 자백했다. 그는 거짓말탐지의 역할과 매력이 바로 이런 자백 이끌어내기에 있다고 했다.

"거짓말 탐지실을 찾은 사람들 대부분은 진실을 알고 있죠. 바꿔 말하면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한 번 거짓말을 하면 다시 뒤집기가 힘든 심리가 작용합니다. 이걸 바로 잡는 일이 거짓말 탐지죠. "

박 경위는 거의 매일 2명 정도 거짓말 탐지실을 찾는 이들의 검사를 해주고 있다. 이날도 1명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조사를 받으러 다녀갔다. 판정결과는 '거짓'이었다. 박 경위는 그의 자백을 기다리고 있다. 자백을 하고 나서 다시 억울하다며 말을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검사자들도 자신의 양심을 속였다 진실을 털어놓으면 편안해 지는 것 같아요. 사실 누구나 앞에 닥칠 불이익을 예감하면 불안해하고 거짓말을 하죠. 그래서 처음 거짓말을 해도 '왜 거짓말을 했느냐' 다그치기 보단 나중에라도 진실을 밝히면 용기 있다고 격려해주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10년간 거짓말 탐지실을 지키면서 깨달은 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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