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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루 쥔 정신이상 '압구정 인질범' 진정시킨 한마디 말…

[경찰청사람들]이종화 경찰대 위기협상연구센터 교수(경감)

경찰청사람들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입력 : 2014.03.09 07:45|조회 : 6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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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훈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인질범과의 협상에선 '공감'이 가장 중요해요. 설령 정신이상자라고 해도 말이죠."

최근 이른바 '압구정 인질극' 현장에서 인질협상 전문가로 활약한 이종화 경찰대 교수(경감·사진)의 말이다. 이 교수는 지난 1일 밤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한 제과점에서 벌어진 인질극 현장에서 인질범과의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남성이 한 여성 손님을 인질로 잡고 제과점 부엌에서 들고 나온 빵칼을 스스로의 목에 들이대며 자해를 시도하는 상황에서 협상을 지휘하는 이 교수의 모습은 흡사 영화 속 미 FBI(연방수사국)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이 교수는 당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는 인질범이 "누군가 나를 죽이려한다"며 극도의 공포를 호소할 때 "많이 힘들었겠다"며 최대한 공감을 표하고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전략을 폈다. 사건발생 2시간50여분 만에 인명피해 없이 상황은 종료됐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 '인질협상' 영역을 최초로 도입하고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실제 현장에 적용한 주인공이다.

사진=이동훈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그는 2011년 경찰대에 개설된 위기협상연구센터에서 일선 경찰과 해양경찰, 특공대뿐만 아니라 육군, 해군, 공군, 헌병, 기무사, 소방, 국가정보원 등을 상대로 인질협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질사건 발생시 직접 현장에 나가기도 한다.

이 교수는 경찰대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경찰행정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테러분야를 연구하다 2005년 FBI 교육에서 인질협상을 처음 접했다. 이후 2009년 NYPD(뉴욕시경) 교육을 계기로 이 분야에 집중, 국내 도입을 주도했다. NYPD는 1971년 세계 최초로 인질협상 기법을 도입한 곳이다.

"당시 NYPD에서 인질사건을 분석해보니 인질 부상·사망의 80%가 경찰이 구출작전을 벌일 때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온 거예요. 아이러니죠. 이를 계기로 경찰의 작전을 '포위와 통제' 중심에서 '설득과 대화'로 전환하게 됩니다."

1972년엔 미 항공기가 납치돼 FBI가 협상 없이 바로 구조작전에 들어갔다 인질과 인질범 모두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유가족이 FBI를 상대로 소송을 했고 법원은 인질상황에선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협상을 해야 한다는 판례를 남겼다. 이때부터 인질협상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1990년대 이후 '위기협상'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가정폭력이나 자살시도자, 정신이상자에 의한 인질사건이 주로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자살시도의 경우 스스로가 인질이자 인질범이 된다.

"이들의 공통 특징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문제해결이 안 되는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겁이다. 이런 위기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고 또 단기간에 오죠. 이런 처지에 놓인 인질범의 감정에 공감해주고 차분하게 대화를 유도하면 인질, 인질범, 경찰 모두 다치지 않고 문제를 풀어갈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현장 대처뿐 아니라 교육과정에도 공을 들인다. 강의식이 아닌 역할극을 진행하는데 인질, 인질범 모두 프로 연극배우를 섭외해 실제상황처럼 생생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예전 같으면 현장에서 특공대나 경찰이 '이제 덮쳐야 한다'고 외치는 데 급급했다면 이제는 협상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매뉴얼을 만들어 대응하도록 패러다임을 바꾼 거죠. 시민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위기협상 전문가복도 제작하고 현장 인력과 장비를 확보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인질, 위기협상과 관련해선 경찰대 위기협상센터가 유일한 교육기관이다. 이 교수는 강제진압보다 협상이 우선시되는 경찰 문화를 확립하는 게 목표다.

"물리적인 제압보다는 대화의 힘이 강하다는 걸 증명해보이고 싶습니다. 앞으로 충분한 인적자원을 확보해 인명피해 없이 인질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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