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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우리가 버린 남자 최태원

박종면칼럼 더벨 박종면 대표 |입력 : 2014.03.10 06:13|조회 : 7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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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18세기 유럽의 도시들이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소외된 여성들이 매춘부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시대상황과 그들을 잔인하게 버리는 부르주아지의 비정함을 고발한다. ‘라 트라비아타’는 이탈리아어로 ‘버려진 여자’를 뜻한다.

상고심이 기각돼 10대그룹 총수로서는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보면서 비극적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인공 비올레타를 떠올려본다.

그는 이제 형이 확정됨으로써 구치소가 아닌 교도소로 이감된다. 징역형인 만큼 교도소에서는 주로 가구나 옷가지 등 생활용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할 것이다. 면회도 횟수나 대상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4년 형기를 채우고 2017년 1월말 그는 풀려나게 된다. 물론 가석방 제도가 있어 형기의 3분의 1만 채우면 석방될 수도 있지만 어려울 듯싶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는 정권이 횡령죄로 구속된 재벌총수에게 아량을 베풀 리 없다.

최태원 회장의 시련은 여기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그에게 적용된 특정경제가중처벌법에 따르면 50억원 이상을 횡령해 유죄를 받을 경우 형 집행 종료 혹은 정지된 날로부터 5년 동안 기업의 이사로 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항에 대해선 법조계 내부에서 논란이 있고, 최 회장이 사면을 받게 되면 문제될 게 없다. 그렇지만 최악의 경우 최 회장은 그동안의 검찰 수사와 재판 기간을 포함할 경우 10년 이상 경영자로서 손발이 묶이게 된다. 그건 최고경영자로서 죽음과 다름없다.

최태원 회장은 계열사 돈 450억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대기업 오너 중 가장 가혹한 형을 선고받고 말았다. 검찰과 법원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배임이 아니라 사적 이득을 취득하기 위한 횡령이라는 점에서 중형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 반대의 논리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재계 오너들의 배임 횡령액수가 대개 수천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최태원 회장의 횡령액은 아주 적다. 더욱이 그는 계열사 돈 450억원을 빼 쓴 뒤 한 달 후 9%의 이자를 계산해 모두 돌려놓았다. 회사도 주주도 피해를 본 게 없다.

게다가 최 회장은 구속 기소된 재계 총수들 중 누구보다 지난 1년간 성실하게 수형생활을 했다. 병원에도 가지 않았고 휠체어를 타지도 않았다.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한 측면에서도 최 회장만한 사람이 없다. 그가 석방될 경우 앞으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여지도 제일 많다.

검찰은 최태원 회장에 대해 위증과 조직적 저항, 은폐 등으로 국가기관을 기망했다고 성토했고, 법원도 결국 여기에 동조했다. 최 회장은 온전히 검찰과 법원으로부터 버림받았다. 정치권은 최태원 회장의 4년 징역형에 유감 표명은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재계도 잔뜩 주눅이 들어 여론만 살피는 형국이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이런 재판 결과를 초래하고도 SK그룹 내부에서 누구하나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SK 법무팀의 재판전략 부재와 실패를 지적하는 소리가 잇따르는 데도 말이다.

검찰과 법원은 물론 정치권과 여론, 결과적으로는 SK 스스로도 연매출 140조원에 재계 서열 3위로 키운 최태원 회장을 철저하게 버렸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인공 비올레타는 “이 버려진 여자의 무덤에는 꽃 한 송이도 뿌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탄식한다. 최태원 회장의 4년 징역형이 한국경제 오너경영의 조종이 아니길 빌 뿐이다. 이젠 더 이상 경제 살리기를 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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