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339.17 827.84 1115.30
보합 15.72 보합 6.71 ▼5.1
메디슈머시대 (7/6~미정)
블록체인 가상화폐

200m 암벽 위 부상자 구출 "상상을 초월하는 전쟁터"

[경찰청 사람들]북한산 산악구조대 김창곤 대장

경찰청사람들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입력 : 2014.03.16 14:42|조회 : 10938
폰트크기
기사공유
북한산 산악구조대 김창곤 대장과 대원들이 부상자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북한산 산악구조대 제공
북한산 산악구조대 김창곤 대장과 대원들이 부상자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북한산 산악구조대 제공
바위에선 낙뢰가 가장 위험하다. 폭우 속 낙뢰가 떨어지면 200만 볼트의 전류가 바위 전체로 흘러들어간다. 2007년 북한산 용혈봉을 오르던 등산객 8명 중 4명이 사망한 것도 낙뢰 때문이었다. 신속히 구조되지 않으면 쇼크와 저체온증으로 숨질 수 있다.

2011년 10월, 이날도 인수봉 정상에서 50대 남성 두 명이 낙뢰를 맞아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일분일초가 다급한 상황. 구조에 나선 김창곤(46) 대장은 이날따라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비바람이 불고 낙뢰가 계속 치고 있어 잘못하면 같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저도 가족이 있으니 그런 상황일수록 심경이 복잡해지는 것은 사실이죠. 그렇지만 이럴 때일수록 복잡하게 생각하면 안 돼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위에 있는 사람이 내 가족이라고 생각해야죠."

김 대장은 이날 재난구조대원과 함께 두 명을 무사히 구조했다. 보통 산악 인명구조 시 2차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들것을 쓰지만 이날은 직접 업고 내려오는 묘책을 썼다. 시간을 줄이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 산악구조는 '확률 싸움'이다. 다년간의 훈련과 경험을 바탕으로 내리는 순간의 판단이 생사를 가른다.

북한산 산악구조대 김창곤 대장. /사진=북한산 산악구조대 제공
북한산 산악구조대 김창곤 대장. /사진=북한산 산악구조대 제공
김 대장에게 산은 '운명'이다. 경남 함양 지리산 인근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산과 친숙했다. 20대 때부터 등반을 하며 착실히 커리어를 쌓은 김 대장은 산악구조대에서 일하고 싶어 경찰이 됐다. 1996년부터 청와대 101경비단으로 6년 6개월 근무하다 2003년 강북경찰서 북한산 산악구조대 대장으로 뽑혀 11년째 '천직'으로 삼고 있다.

경찰 산악구조대는 1983년 5월 창설됐다. 앞서 같은 해 4월 한국대학산악연맹 소속 대학생 20여명이 인수봉 암벽을 등반하다 조난을 당해 7명이 사망한 대형사고가 계기가 됐다. 북한산국립공원 내 북한산과 도봉산 두 군데에 각각 대장(경찰관) 3명이 3교대로, 의경 5명이 상주근무하고 있다.

북한산은 한해 1000만명 이상 방문한다. 가을 단풍철 주말엔 하루 40만명이 찾는다. 산이기 전에 '행락지'인 이곳에선 조난사고뿐 아니라 각종 분실사고부터 미아발생, 성추행 등이 끊이지 않는다. 경찰 산악구조대의 역할은 이런 일반 치안업무부터 부상자 구조까지 다양하다.

북한산 산악구조대는 인수봉 아래 해발 550m에 위치했다. 백운대나 인수봉, 만경대 등 사고 다발지역에 가장 빨리 접근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이들이 구조한 인원은 190명. 이중 9명이 사망했다. 대부분이 무리한 산행 도중 추락하거나 스스로 투신했다.

암벽 구조활동을 벌이는 북한산 산악구조대. /사진=북한산 산악구조대 제공
암벽 구조활동을 벌이는 북한산 산악구조대. /사진=북한산 산악구조대 제공
워킹산행(일반적인 등산) 도중 발목골절 등 가벼운 부상도 다수 발생하지만 생명을 다투는 사고는 대부분 수직 암벽에서 일어난다. 김 대장은 해발 150~200m 암벽에 매달린 사람을 구조하는 현장에 대해 '상상을 초월하는 전쟁터'라고 묘사했다. 보통의 전쟁터와는 다르다. 대장이라도 수직적으로 강요할 수 없다. 팀원 모두가 수평적인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상호 협조해야 안전한 구조활동을 펼칠 수 있다.

"대장은 위에서 앞장서 로프 깔고 수직에서 업고 내리고, 대원들은 평지에서 들고 가고 톱니바퀴처럼 움직여야 해요. 파트너가 로프 풀어줄 때의 몸동작, 로프 흐름만 봐도 컨디션을 알 수 있죠. 서로에게 목숨을 맡기는 절대적 신뢰관계입니다."

등반에 '마스터'란 없다. 등반 중에서도 어렵다고 손꼽히는 산악구조는 더더욱 그렇다. 김 대장은 11년간 북한산을 내 집처럼 오르내리며 수많은 사람들을 구조했으면서도 여전히 산 앞에 겸손하다. 아직도 초심자의 마음으로 인수봉 구조훈련에 임하고 비번인 날에도 집 근처 암벽에 올라 '감'을 유지한다.

"1000m에 이르는 인수봉 바윗길만 90개 루트예요. 길목을 잘못 들었다간 40~50분이 지연되는데, 빠른 구조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반복 숙달해 몸에 익힐 수밖에 없습니다. 구조현장에선 매번 돌발 상황이 생겨 10년이 아니라 평생을 해도 어렵죠."

북한산 산악구조대원들이 훈련하는 모습. 산악구조 현장에서 조직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북한산 산악구조대 제공
북한산 산악구조대원들이 훈련하는 모습. 산악구조 현장에서 조직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북한산 산악구조대 제공
산악구조대원은 부상자뿐 아니라 스스로의 목숨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훈련해야 한다. 63kg 체구의 김 대장은 술 담배를 하지 않는 철저한 몸 관리로 90kg 장정을 업고 뛰는 데 무리가 없다. 그가 이런 고도의 위험을 '업'으로 기꺼이 감수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산을, 등반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한 번 수직세계(암벽 등반)에 들어오면 죽어야만 나간다고들 합니다. 등반은 흔히 '고통을 참아내는 기술'이라고 해요. 하지만 올라가고자 하는 본능에 맞서 위험요소를 이겨내는 성취감, 엔도르핀은 마약과 같죠."

누구보다 산을 사랑하기에 김 대장은 모든 이들이 안전하게 산을 즐기길 소망한다. '모든 사고는 인재(人災)'라는 철학을 갖고 산악사고의 위험을 널리 알려 사고를 예방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북한산을 동네 뒷산이라 생각하고 치마나 구두 신고 오는 사람들도 많아요. 위험성을 미리 알면 복장부터가 달라집니다. 낙뢰도 기상예보를 통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단 측면에서 인재죠. 건강 찾으러 산에 오시는 만큼 모두 안전한 복장과 장비를 갖춰 즐겁게 왔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소연
박소연 soyunp@mt.co.kr

기사로 말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