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한번도 없었다" 남편이 이혼소송, 결과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가족 구성원 모두가 나름대로 각자의 위치를 갖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 최대의 행복이자 목표가 아닐까요?"


20년 넘게 가사 사건을 맡아 온 김삼화 소민합동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52·연수원 17기)는 자신의 꿈을 한마디로 이렇게 설명했다. 어느 한 사람의 그림자가 지나치게 커 다른 가족들의 설 자리를 좁게 만든다면 조화로운 가정생활을 꾸릴 수 없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1988년 개업한 이후 이혼 사건을 전담하면서 깨달은 삶의 철학이다.

김 변호사가 법조계에 첫 발을 디딘 80년대 후반엔 여성 변호사가 채 열 명이 안됐다. 부부 간의 민감한 사연이 얽힌 이혼 소송이 여성 변호사에게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이혼 사건을 전담하게 됐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포용력이 강점으로 작용한 면도 있다. 김 변호사는 "이혼사건의 경우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의뢰인을 어루만져줄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사무적으로 대하기 보다는 인간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그를 찾아온 의뢰인들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성격 차이로 이혼을 결심한 남편이 건강이 좋지 않은 아내를 위해 가까스로 1억원을 마련한 뒤 합의로 마무리한 훈훈한 사건부터 국내굴지의 재벌그룹 계열사 임원이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소송을 낸 아내에게 재산을 주지 않으려고 치열한 법정다툼을 벌인 사건까지 가지각색이다.


김 변호사는 이 가운데 섹스리스 부부의 이혼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낸 사건을 가장 인상 깊은 사건으로 꼽았다.

결혼 후 8년 가까이 단 한 차례도 성관계를 갖지 못하다가 별거하게 됐다면 부부 생활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항소심에서 남편을 대리한 김 변호사는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을 거쳐 결국 이혼판결을 받아냈다.

김 변호사는 "최근 이혼 판결의 흐름은 배우자의 부정행위 등 가정 파탄의 책임이 있을때 이혼을 인정하는 유책주의에서 혼인관계가 파탄됐다고 보이면 이혼 판결을 내리는 파탄주의로 넘어가고 있다"며 "이번 사건 역시 파탄주의를 인정받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소송 외에 대외활동도 활발하다. 법무부 여성정책심의위원,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등 지금까지 맡아 온 직책만 20개가 넘는다. 묵묵하게 한 길을 걸어온 노력의 결과물이다.

특히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맡던 박보영 변호사가 2011년 대법관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후임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여성변호사회의 터를 닦았다. 사단법인화를 마무리한 이후 중국과 홍콩, 일본의 여성변호사 단체와 교류를 맺고 대한변호사협회에도 여성변호사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김 변호사는 "공익을 위해 일하고 미약하게나마 터를 닦았다는 사실이 기쁘다"며 "공익활동에 빠진 분들이 돈과 관계없이 일을 하는데 그런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무리하게 목표를 세우기 보다 주어진 역할을 성실하게 하다 보면 평판과 성과는 자연스럽게 주어진다"며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고 의뢰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