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류업체 GAP, 국내 스타트업 상대로 상표권 분쟁

갭 로고(왼)와 한국갭이어 로고/ 사진=특허청 특허로 홈페이지

미국 대형 의류업체 갭(GAP)이 국내 한 스타트업이 출원한 상표권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상호에 GAP이라는 글자를 사용한다는 이유에서다.

2011년 창업해 다양한 갭이어(Gapyear: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쉬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한 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한국갭이어(Korea Gapyear)는 "최근 미국 대형 의류회사 갭으로부터 상표권 출원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갭이어는 2013년 12월10일 한국갭이어와 Korea Gapyear 두 개의 상표를 출원했다. 이후 출원공고제도에 따라 일반에 상표를 공개하고 2개월 동안 출원 상표에 관한 이의신청을 받았다. 특허청은 출원된 상표와 동일·상표가 동일·유사 상품에 사용돼 출원인에게 업무상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출원 상표를 대중에 공개해 이의신청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의류업체 갭측은 이의신청 마감 이틀 전인 2월12일 한국갭이어 상표 출원건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출했다. 국내 스타트업 한국갭이어의 한글·영문 상표가 각각 2002년과 2004년에 선출원한 자사 상표 갭과 GAP의 상표로서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갭이 자사 선출원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국갭이어의 상표는 각각 한국갭이어와 Korea Gapyear라는 문구와 고래 모양의 로고로 구성돼 있다. 갭의 선출원 상표는 별도의 로고없이 각각 갭과 GAP의 문자로만 구성돼 있다.

갭은 이의신청 대리인인 법무법인 김앤장을 통해 "(한국갭이어 측 출원 상표가) 선등록한 갭의 상표권과 유사하고 지정서비스업 또한 유사해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 위반에 해당하므로 등록 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는 "선출원에 의한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로서 그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상표"에 대해 상표등록을 거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근거로 갭측은 "'한국 갭 이어'가 각각 'Korea', 'Gap', 'Year'의 한국어표기로서 국가명인 '한국'은 식별력이 없고, '해[년/연]'이라는 뜻을 지닌 'year'의 한글음표기인 '이어' 또힌 시기를 표현하는 용어일 뿐 식별력이 없거나 매우 미약해 대중들은 '갭'을 중심으로 한국갭이어를 인식, 호칭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갭이어 측은 "갭이어(Gapyear)가 새로운 관념을 지니는 용어이기 때문에 GAP이 선등록한 상표권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녀 GAP의 상표권과 동일하거나 유사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국갭이어 측은 위 같은 내용의 답변서를 작성해 지난 3월17일 특허심판원에 제출했다.

한국갭이어 대리인 자격으로 갭의 이의신청서를 받은 신전테크원 국제특허법률사무소의 전준 변리사는 "갭측의 주장은 '갭이어'의 뜻을 모르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며 "한국갭이어 측 답변서가 받아들여져 상표가 출원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갭이어 관계자는 "영국의 'Real Gap' 등 해외 갭이어 기업등에서도 이미 'Gap'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상표를 이용해 기업활동을 해오고 있다"며 "이의신청 자체도 황당하지만 분쟁이 길어질 경우 사업 진행에 타격이 있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GAP 대리인인 법무법인 김앤장측에 접촉했으나 해당 변리사 측은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거절했다.

한편 과거에도 갭측은 GAP이란 글자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여러 국내 중소기업에 대해 상표권 분쟁 소송을 제기했고, 대부분 갭의 승리로 끝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