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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연봉은 과연 정당한가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53>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입력 : 2014.03.28 11:12|조회 : 1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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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연봉은 과연 정당한가
대학 졸업 후 내가 첫 직장에서 받았던 월급은 35만원정도였다. 28년 전 일이다. 그때는 상여금이라는 게 별도로 있어서 연 400%쯤 됐고 휴가비 같은 게 조금 나왔다. 그러니까 연봉으로 치면 500만원 수준이었을 것이다.

중견 그룹이었던 이 회사는 같은 업종의 대표 기업 4곳과 정기적으로 ‘호봉 별 급여 지급표’를 교환해 딱 그 중간에 맞췄으니 그리 많지도 적지도 않은 편이었다. 하긴 그때는 대졸 초봉 하면 대개가 월급 몇 만원 차이였다.

직급간 임금 차이도 크지 않았다. 20년 넘게 근속한 부장의 월급이 100만원이 채 안 됐고, 내가 근무한 부서의 최고참인 30년 경력의 본부장(상무)이 120만원정도였던 것 같다.(내가 이렇게 소상히 기억하는 것은 경리부서에 근무한 덕분이다.)그 시절에는 소위 하후상박(下厚上薄)이라고 해서 정기 임금인상 때면 늘 직급이 낮을수록 더 많이 올려줬다. 사장, 회장의 월급도 그리 많지 않았는데, 소위 오너 경영자인 그들은 배당금으로 한 해 수천 만원씩 가져가면서 또 월급을 받는다는 것을 좀 겸연쩍어할 정도였다.

서두부터 좀 장황하게 옛날 이야기를 끄집어냈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참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연봉의 많고 적음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그때는 우리나라 일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정도였고, 사립대학 등록금이 한 학기에 50만원쯤 했다.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도 없었고, 근로자들의 업무 강도도 그렇게 세지 않았다. 게다가 만년 과장을 하더라도 자기가 원하면 정년은 보장됐다. 현재 상황과는 분명히 달랐다.

하지만 그래도 도덕이라는 게 있었다. 경영자들의 도덕 말이다. 지금처럼 수억 원, 많게는 수십 억원의보수를 챙겨가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요즘 재벌그룹 오너 경영자들은 계열사 이곳 저곳에서 거액의 연봉을 받는다. 이들은 자신의 연봉을 합리화하기라도 하듯 등기이사 몇 명의 보수를 자기 수준에 맞춰 지급한다.

물론 기업들은 이 모든 게 합법적이라고 강조한다. 임원 급여는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범위 안에서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사회 구성원은 전부가 사장, 회장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최고경영자가 결정한 사항을 그대로 승인한다. 사외이사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일종의 사례금을 받고 한 해 몇 차례 이사회에서 참석해 거수기 노릇을 할 뿐이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이 승인했다는 말 역시 허구다. 주주총회 한번 가보라. 회사에서 미리 정한 안건들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면 끝이다.

경영진은 다시 강변한다. 기업을 열심히 경영해 좋은 실적을 올렸고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킨 대가로 받는 연봉이라고. 또 미국 기업들을 한번 보라고. 거기에 비하면 얼마나 적은 금액이냐고 말이다. 그러나 순이익이 줄어들거나 적자가 나는데도 여전히 경영진에게 거액의 연봉을 주고, 심지어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거나 실형을 선고 받은 경영자에게도 엄청난 보수를 지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경영진의 마지막 주장은 높은 연봉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성실히 일해서 임원이 되면 누구든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얘긴데, 거액의 보수를 가져가는 임원들 중 상당수는 오너 경영자 자신과 그 자녀들이다. 이렇게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결정해 아무런 거리낌 없이 가져가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합법적이라 해도 도덕적으로는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가끔 지하철공사나 대기업 노조에서 파업하기라도 하면 사용자 단체가 내세우는 단골메뉴가“평균 연봉 얼마에 귀족 노조” 운운하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돈을 받으면서 어떻게 파업을 할 있느냐는 식이다. 심지어 노조원 자녀가 입사할 때 특혜를 주도록 회사에 압력을 가한다며 직장 대물림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회사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노조는 합리적인 요구로 본분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이제 기업들은 연봉 5억원이 넘는 등기임원들의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봐야 한다. 정말로 경영진의 고액 연봉은 정당한 것인가? 합법적인 것이라고 해서 올바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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