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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의 '실종'…4년차 막내 주임의 절규

[직딩블루스]'고령' 막내들 단순업무 반복에 '진로 고민'

직딩블루스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입력 : 2014.03.30 06:00|조회 : 27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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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 지난해 8월30일 서울 시내의 대학교에서 한 졸업생이 졸업식 후 채용 게시판을 보고 있는 모습. 각종 아르바이트, 인턴을 제외한 정식 채용공고는 점점 줄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8월 상장사 777개사를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36.6%만이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라고 답해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사진=뉴스1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 지난해 8월30일 서울 시내의 대학교에서 한 졸업생이 졸업식 후 채용 게시판을 보고 있는 모습. 각종 아르바이트, 인턴을 제외한 정식 채용공고는 점점 줄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8월 상장사 777개사를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36.6%만이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라고 답해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사진=뉴스1

외국계 제약회사 영업부 4년차 박 주임(29·여)은 4년째 회사 '막내'다. 2009년 공채로 입사했을 때만 해도 그게 '막차'인 줄 미처 몰랐다. 회사는 이후 신입 공채 문을 꽁꽁 닫아버렸다. 박 주임에게 후배는 없다. 20대 직원을 찾기 어렵다.

박 주임 입사 동기는 30여명. 바로 위 기수 선배는 100여명이나 된다. 그러나 회사와 업계 상황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면서 회사는 한 해 1~2번씩 진행했던 신입 공채를 중단하고 대학생 인턴과 계약직만 채용하기 시작했다.

처음 한 두 해는 회사에서 "실적이 좋아지면 곧 신입을 뽑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선배들도 "운이 안 좋다. 안 됐다"며 박 주임을 다독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공채를 안 뽑는 게 당연시 돼버렸다. 지난해 ERP(희망퇴직프로그램)를 실시하면서 있던 인력도 내보내는 상황. 신규 채용은 더욱 요원해진 상태다.

박 주임을 비롯한 '4년차 막내'들의 고충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5년차 대리 입성이 코앞인데 커피심부름부터 엑셀작업과 서류취합, 회의세팅과 정리 등 '막내노릇'에서 졸업하지 못했다. 박 주임은 "누구나 귀찮아하고 시간은 많이 드는데 성과로 드러나지 않는 '노가다' 작업을 4년째 하고 있다"며 "팀원들이나 차장님에게 떨어진 일 중 제일 귀찮은 일을 도맡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무엇보다도 '정체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한다. 5년차를 바라보는데도 선배들은 박 주임을 막내로만 볼 뿐, 주임급 책임을 맡겨주지 않는다. 박 주임은 "우리가 배운 걸 후배들한테 넘겨주고 가르치는 것은 하나의 중요한 의무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인데 만년 막내를 자처하게 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조직의 막내가 곧 대리를 바라보게 된 사이 평사원은 실종됐다. 피라미드 구조가 무너지고 대리·과장급만 비정상적으로 늘다보니 젊은 직원들은 위로 올라갈 길이 캄캄하다. 박 주임은 "지금까지 대책 없이 사람을 뽑아놓고 이제 와서 로테이션도 못 하고 위로 올라갈 수도 없게 돼버렸다"며 "여기서 커리어패스를 실현시키긴 어려워진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대리·과장급의 이탈은 당연한 수순이다. "회사규모는 작더라도 책임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겠다"며 떠나는 선배들을 보는 마음은 편치 않다. 김 주임은 "동기들이 모이면 하소연하기 바쁘다"며 "다들 몰래 이직준비를 하거나 줄서기에 여념이 없다. 조직이 순환이 안 되니 고여서 썩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달픈 건 막내들뿐이 아니다. 공석을 채우기 위한 조직개편이 계속되면서 1인당 업무량은 늘어만 간다. 이 회사의 또 다른 막내 정 주임(29·여)은 "영업조직에서는 조직변동 시 자리가 통폐합되면서 기존 인력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 마케팅 쪽도 이탈 인원이 생기는데 정규직은 안 뽑고 주변 팀에 흡수하거나 계약직만 돌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신입 기근'은 동전의 양면이다. 기존 직원들은 지켜내려는 회사의 자구책인 것. 정 주임은 "회사가 어려워도 일단 있는 사람들을 지키려는 건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가 지난 1월 국내의 외국계 기업 52개사를 대상으로 '2014년 채용 동향'을 조사한 결과, 기업 2곳 중 1곳만이 올해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 외국계 은행은 2년째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

'신입 기근' 현상은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나 외국계기업에서 두드러지고 있지만 경기불황으로 인한 기업 전반의 추세이기도 하다.

금융계 6년차 '팀 막내' 김모씨(33)는 "최근에는 증권사 전체를 통틀어 신입을 한 명도 안 뽑은 시기도 있었다. 어차피 기업 임원은 상당수가 외부 영입이니 내 사람을 키울 걱정은 안 할 거다"며 "사오십이면 많이 잘리기 때문에 신입을 안 뽑아도 평균연령이 딱히 높아지진 않는다. 전체 인력이 줄어들 뿐"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박소연
박소연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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