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뜬 게임 업계 '판타스틱4'···힘 세지고 야망 커졌다

국내 게임업계의 초석을 다진 판타스틱4가 다시금 IT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한게임 창업자 4인은 이제 국내를 넘어 전세계를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게임업계 판타스틱4가 다시금 전면에 등장한 것은 방준혁 CJ E&M (98,900원 ▲2,200 +2.3%) 상임고문의 일선 복귀 때문이다. 방 고문은 지난 26일 텐센트의 투자를 끌어내며 향후 CJ E&M 넷마블과 CJ게임즈가 합병해 탄생할 CJ넷마블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방준혁 CJ E&M 상임고문/사진=홍봉진 기자

◇방준혁 고문, 다시 찾은 넷마블


방준혁 고문은 2000년 넷마블을 창업해 불과 4년 만에 CJ에 매각하며 800억원이라는 거금을 손에 쥔 인물이다. 이후 CJ E&M의 게임사업 부분인 당시 CJ인터넷 대표로 2006년까지 넷마블을 이끌었다.

넷마블을 떠난 방고문은 IT서비스(SI) 기업 인디스앤의 대표로 재직하며 게임업계와는 잠시 거리를 뒀다. 약 5년 뒤인 2011년 위기에 빠진 넷마블을 구하라는 특명을 받고 CJ E&M 고문으로 복귀해 온라인 게임포털에 머물렀던 넷마블을 모바일 게임기업으로 변신시키는 작업을 주도했다.

CJ넷마블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는 방 고문은 자신의 손으로 창업한 넷마블을 10년만에 되찾게 된다. CJ넷마블을 세계 1등 모바일게임회사로 키우기 위해 방 고문이 선택한 것은 텐센트. 텐센트는 5300억원을 투자해 CJ게임즈의 지분 28%를 획득하게 됐고, CJ넷마블은 텐센트를 통해 중국 진출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출범할 CJ넷마블은 직원 수 2000여명 이상, 연매출 5000억원 이상의 초대형 게임사로 거듭나게 된다. 지난해 연매출 기준으로는 넥슨, 엔씨소프트 (172,500원 ▼1,100 -0.63%), NHN엔터테인먼트 (23,000원 ▲150 +0.66%)에 이은 4번째지만, 올해에는 NHN엔터테인먼트와 팽팽한 3위 다툼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정주 NXC 대표, 김범수 카카오 의장(왼쪽부터)

◇다시 모인 게임업계 '빅4'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1997년 엔씨소프트 창업 이후 18년간 엔씨소프트를 이끌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등 대형 MMORPG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기업.

대형 MMORPG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기획개발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의 인원을 지휘해야한다. 엔씨소프트가 대형 MMORPG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데는 김대표의 리더십이 밑바탕으로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김 대표가 2012년 NXC에 지분을 넘긴 후에도 직원들의 큰 동요가 없었던 것도 김 대표가 엔씨소프트의 경영을 계속한다는 신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2011년 NC다이노스를 창단해 지난해 프로야구에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올해에는 '와일드스타', '블레이드&소울', '길드워2' 등을 북미, 중국으로 가져나가 글로벌 성공을 노린다.

김정주 회장은 넥슨 창업이후 게임 사업에만 전념해 온 인물이다. 2005년 서원일 위메이드 해외사업 본부장이 넥슨 대표에서 물러나자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잠시 현역으로 복귀했지만, 2006년 넥슨의 지주회사 NXC를 세운 후 대중 앞에서는 사라진 존재가 됐다.

하지만 넥슨의 일본 상장을 비롯해, 게임하이, JCE(현 조이시티), 엔도어즈 등 주요 게임 회사의 인수합병은 모두 김 회장의 결정으로 진행됐다. 2012년 김택진 사장의 엔씨소프트 지분을 인수하는 것으로 NXC는 국내 게임사에서는 절대적인 위치로 떠오르게 됐다.

게임산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김 회장의 근 행보는 게임사업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레고 거래사이트 브릭링크와 노르웨이의 유모차 기업 스토케를 인수한 데 이어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둔 초기 벤처기업(스타트업) 전문펀드 콜라보레이티브 펀드에 파트너로 참여하기도 했다.

콜라보레이티브 펀드는 최근 전기자동차 릿모터스에 1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김 회장과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게임 업계뿐 아니라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게임기업인 밸브를 비롯해, 인기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를 개발한 로비오 등과도 접촉하는 등 넥슨의 중요한 게임 산업과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이같은 김 회장의 행보에는 넥슨이라는 기업을 글로벌 1등 게임 기업으로 키우면서도 게임이라는 울타리에 가둬두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2008년 네이버와 결별 이후 게임 산업에서는 멀어졌지만 여전히 게임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카카오톡이 한국 모바일게임의 중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고, 김 의장이 세운 스타트업 투자 전문기업 케이큐브벤처스가 모바일 게임업체에 활발히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12년 7월 선보인 카카오 게임하기는 이미 400개 게임을 넘게 서비스하는 초대형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중국의 위챗, 네이버 라인, 페이스북 등이 게임 플랫폼을 수익화 모델로 벤치마킹 할 정도다. 게임 플랫폼 서비스 이후 카카오는 2년 만에 매출이 111배 급성장했다.

카카오 뮤직, 카카오 페이지 등을 서비스하고 있는 카카오는 뉴스, 각종 콘텐츠 등을 아우른 서비스를 올해 상반기 내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앱 유통을 직접 담당하는 앱스토어 출시 가능성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2010년 설립하면서 "벤처기업 100개에 투자 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김 의장은 게임 산업을 토대로 삼아 전체적인 IT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